Chapter 1: 45.6 Billion Won, Withdrawn in Cash

형광등이 깜빡였다.

기훈은 그것을 알아챘다. 0.3초에 한 번, 혹은 0.4초에 한 번. 일정하지 않았다. 천장을 올려다보는 그의 눈은 움직이지 않았고, 은행 직원의 손이 지폐 묶음을 집어 기계에 통과시킬 때마다 나는 소리가, 그 얇고 날카로운 마찰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파삭, 파삭, 파삭. 기훈은 그 소리를 세었다. 열하나, 열둘, 열셋.

직원의 이름표에는 '이지수'라고 적혀 있었다. 나이는 스물다섯쯤 되어 보였고, 귀 뒤로 넘긴 머리카락이 지폐를 셀 때마다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밤 열한시였고, 이 지점은 그를 위해 특별히 문을 열어두었다. 하지만 손이 계속 떨렸다. 지폐 묶음을 쌓을 때도, 영수증을 출력할 때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에게 내밀 때도.

"확인해보시겠어요?"

기훈은 서류를 받았다. 숫자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456억 원. 세금을 제하고. 실수령액. 그는 숫자를 읽었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힌 청구서를 잘못 받아 든 것 같았다.

"네."

그가 말했다. 그것뿐이었다.

이지수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기훈은 그녀의 옆에 놓인 텀블러를 보았다. 스티커가 한 장 붙어 있었다. 고양이 그림. 그 아래에 매직으로 '지수꺼'라고 적혀 있었다. 텀블러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이 창구에서, 이 형광등 아래서, 이 파삭파삭한 소리들 사이에서.

업무가 끝났다. 이지수가 일어서며 허리를 숙였다.

"저희 지점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필요하신 게—"

"잠깐만요."

기훈이 지갑을 꺼냈다. 지갑은 낡았다. 모서리가 닳아 가죽이 하얗게 벗겨진 지갑이었다. 그 안에 현금이 있었다. 그는 다섯 장을 꺼냈다. 십만 원짜리 다섯 장. 오십만 원.

"수고하셨어요."

이지수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돈과 기훈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고객님, 저는—"

"받으세요. 늦게까지 일하셨잖아요."

"규정상—"

"그냥 받으세요."

그는 돈을 카운터에 놓고 일어섰다. 이지수가 뭔가를 더 말하려 했지만 기훈은 이미 유리문 쪽으로 걷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11월의 공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차갑고, 매연 냄새가 났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택시 안에서 기훈은 창밖을 보았다. 서울이 흘러갔다. 편의점의 노란 불빛, 심야버스의 행선지 표시판, 포장마차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자. 도시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머니의 병원 번호를 검색했다. 밤이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를 남겼다. 내일 아침 일찍 연락 부탁드린다고. 미수금 전액을 처리하겠다고.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456억 원.

그 숫자가 그의 통장에 찍혀 있었다. 그는 그것을 느끼려고 했다. 숨을 들이쉬고, 기다리고, 무언가 달라지기를 기다렸다. 가슴이 뜨거워지거나, 눈물이 나거나, 아니면 최소한 손이 떨리거나. 하지만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택시 기사가 라디오 볼륨을 낮추었다. 어딘가에서 트로트가 흘러나오다가 끊겼다.

"어디 멀리 다녀오셨어요?"

기사가 물었다. 백미러로 기훈을 보고 있었다.

"네."

"휴가요?"

기훈은 창밖을 보았다. 고가도로 위로 한강이 보였다. 강은 검었다.

"비슷한 거요."

기사는 더 묻지 않았다.

새벽 두시에 기훈은 자신의 낡은 아파트로 돌아갔다. 현관문을 열면 어머니가 쓰던 요의 냄새가 났다. 병원 냄새. 그는 불을 켜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신발을 벗고, 벽을 짚으며 소파까지 걸어가, 앉았다. 옆에 리모컨이 있었다. 텔레비전을 켰다. 쇼핑 채널이었다. 진행자가 황동색 목걸이를 들고 웃고 있었다. 기훈은 소리를 껐다. 화면만 남았다. 빛이 방 안에서 출렁거렸다.

그는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보였다. 불빛. 위에서 쏟아지는 하얀 불빛. 달고나 냄새. 아니, 달고나가 아니라. 그는 눈을 떴다. 쇼핑 채널의 진행자가 이번에는 도자기 그릇 세트를 들고 있었다. 기훈은 핸드폰을 들어 메모장을 열었다.

어머니 병원비 — 완납

강새벽 동생 — 봉투

그는 잠시 멈추었다. 강새벽. 글자를 쓰는 데 문제가 없었다. 손이 떨리지도 않았다. 그게 이상했다. 그게 이상해야 한다는 걸 그는 알았다.

그는 계속 썼다.

이사 — 부동산 연락

차 — 아무거나

목록을 보았다. 목록이 있으면 할 일이 생긴다. 할 일이 생기면 다음이 생긴다. 다음이 있으면 지금 이 소파에서 일어날 수 있다. 그는 그것만 생각하려 했다. 목록. 숫자. 다음 항목.

새벽 네시가 넘어서 기훈은 편의점에 갔다. 슬리퍼를 신고, 점퍼도 걸치지 않았다. 11월의 바람이 목을 베었다. 편의점 안은 형광등이 밝았고, 컵라면 냄새와 섬유 유연제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는 삼각김밥 두 개를 집어들다가 멈추었다. 옆 선반에 즉석밥이 있었다. 그 옆에 통조림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는 통조림 하나를 집어들었다. 꽁치조림. 299원.

계산대 앞에서 오천 원짜리를 냈다.

"잔돈은 됐어요."

아르바이트 학생이 눈을 크게 떴다.

"네?"

"그냥 가져요."

기훈은 봉지를 들고 나왔다. 찬 공기가 다시 쏟아졌다. 그는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삼각김밥 포장을 뜯었다. 손이 시려서 잘 뜯기지 않았다. 억지로 뜯었더니 김밥이 찌그러졌다. 그는 그것을 먹었다. 씹었다. 삼켰다. 아무 맛도 없었다.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기훈은 핸드폰으로 부동산 앱을 열었다. 새벽이어도 매물들은 거기 있었다. 사진들이 스크롤 됐다. 거실. 창문. 한강 뷰. 바닥 난방. 그는 손가락을 멈추었다. 바닥 난방. 어머니는 늘 바닥이 따뜻한 집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오래전에. 기훈이 아직 어렸을 때, 겨울이면 두 사람이 전기장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잤을 때.

그는 문의 버튼을 눌렀다. 새벽 네시 반이었다.

답장은 아침 여덟시에 왔다.

부동산 소장은 기훈의 전화를 받자마자 목소리가 달라졌다. 예산을 말하는 순간 달라졌다. 기훈은 그 달라지는 순간을 정확히 들었다. "아, 그 정도시면 저희가 정말 좋은 매물들을—" 하는 지점.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약속을 잡고 전화를 끊었다.

오전에 그는 병원에 갔다. 원무과 창구에 앉아서 미수금 전액을 계좌이체로 처리했다. 직원이 금액을 확인하더니 한 번 더 확인했다. 기훈은 기다렸다. 처리가 완료되자 영수증이 나왔다. 그는 영수증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병동 복도를 걸으면서 소독약 냄새를 맡았다. 어딘가에서 링거 기계가 삑 소리를 냈다.

어머니 병실은 3층이었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그는 들어가지 않았다. 틈 사이로 어머니의 손이 보였다. 이불 위에 얹혀 있는 작고 주름진 손. 주무시고 있었다.

기훈은 그 자리에서 이십 초쯤 서 있었다. 그러고는 왔던 길로 돌아갔다.

택배 회사에 들렀다. 두꺼운 서류 봉투에 현금을 넣었다. 오백만 원. 봉투 겉면에 주소를 적었다. 소년이 있는 보육원. 강새벽의 남동생이 있는 곳. 그는 발신인 란을 비워두었다. 직원이 물었다.

"발신인 적으실 거 아닌가요?"

"아니요."

"분실 시 책임이—"

"괜찮아요."

그는 봉투를 내밀었다. 직원이 받았다. 기훈은 창구를 떠나면서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오후 두시에 기훈은 부동산 소장을 만났다. 소장의 이름은 박씨였고, 양복이 꼭 맞는 사람이었다. 그는 기훈을 차에 태우고 세 군데를 보여주었다. 첫 번째는 마포구. 두 번째는 용산구. 세 번째는 한강이 보이는 성수동의 신축 아파트였다. 바닥에 슬리퍼를 신고 걸어보니 발바닥이 따뜻했다.

기훈은 창가에 서서 강을 내려다보았다. 낮의 한강은 달랐다. 회색이 아니라 은색이었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강변 길을 걷고 있었다. 자전거도 지나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마음에 드세요?"

박 소장이 물었다.

기훈은 발바닥에 집중했다. 온기가 올라왔다. 발바닥부터, 발목을 지나, 정강이까지. 그는 그 온기를 따라가려 했다. 무릎까지 오는지, 허벅지까지 오는지, 결국 가슴까지 오는지.

가슴까지는 오지 않았다.

"계약할게요."

그가 말했다.

박 소장이 뭔가를 더 설명하려 했지만 기훈은 이미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다음 항목을 확인하려고. 목록에서 차를 지우고 다른 것을 적으려고. 손이 시렸다. 아파트 안이었는데도. 바닥 난방이 켜져 있었는데도.

그는 계속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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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45.6 Billion Won, Withdrawn in Cash — 황금 폐허 | Gen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