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먼저였다.
지붕을 두드리는 게 아니라 온 세상을 두드리는 것 같은, 그런 빗소리. 삼장은 방수도 안 되는 낡은 배달 가방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 채 마포구 골목 어귀에 서서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봤다. 빗물이 액정 위로 흘러내렸다. 알림이 두 개 왔다.
[취경배달 리뷰 알림] ★☆☆☆☆ "음식 식었고 기사님 불친절. 다시는 안 씁니다."
[취경배달 리뷰 알림] ★☆☆☆☆ "별 하나도 아깝다. 반 개 줄 수 있으면 반 개."
삼장은 화면을 껐다. 다시 켰다. 껐다.
오늘만 세 번째였다.
그는 배달 가방을 어깨에 다시 걸치고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운동화 밑창에서 물이 찍찍 소리를 냈다. 오른손에 든 봉투—돈까스 정식 두 개, 된장국 하나—는 이미 반쯤 축 늘어져 있었다. 배달비 삼천오백 원짜리 주문. 삼장이 직접 들고 뛰는 배달비 삼천오백 원짜리 주문.
MBA 졸업장이 어디 있더라. 전 직장 명함은 또.
그는 피식 웃었다. 웃음이 빗소리에 묻혔다.
취경배달의 사무실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공간은 마포구 어느 골목의 4층 반지하—설명 자체가 이미 모순이지만 건물주는 그렇게 불렀다—에 있었다. 방 두 개, 접이식 테이블 세 개, 화이트보드 하나. 화이트보드에는 삼장이 두 달 전에 빨간 마카로 썼다가 지우다 만 문장이 아직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진정한 배달은 음식이 아니라 사람을 잇는 것이다.'
옆에는 파란 마카로 누군가—아마도 유일한 직원이었던 정대리, 지난달 퇴사—가 덧붙여 놓은 문장이 있었다.
'현실은 별점 1.8임.'
지금 그 별점은 화이트보드에서 내려와 취경배달 앱 메인 페이지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1.8. 서울 시내 주요 배달 플랫폼 중 최하위. 그것도 최근 사흘 사이에 갑자기 곤두박질친 수치였다.
삼장은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배달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에는 밤새 켜놓은 리뷰 모니터링 시트가 열려 있었다. 빨간 셀이 세 줄에 걸쳐 빽빽했다.
리뷰 계정 패턴 분석. 가입일: 최근 72시간 이내. 리뷰 작성 이력: 취경배달 외 없음. IP 분산 우회 흔적. 문장 유사도: 83%.
봇이었다. 누군가 봇을 풀었다. 경쟁 플랫폼 쪽이라는 건 직감이었지만 증거가 없었다. 삼장은 이걸 세 개의 탭에 나눠 열어놓고 두 시간째 들여다보는 중이었는데, 들여다본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이름이 떴다. 박 사장님—돈까스 골목 맛집, 계약 파트너 1호.
삼장은 세 번 울리도록 내버려뒀다가 받았다.
"네, 삼장입니다."
"대표님." 박 사장의 목소리는 낮고 피곤했다. 빗소리보다 낮았다. "저 오늘 또 환불 요청 네 건 들어왔어요. 음식 안 왔다고. 다 취경배달 주문이에요."
"확인했습니다. 배달 완료 인증 사진이 다—"
"대표님." 박 사장이 말을 잘랐다. 부드럽게, 그래서 더 아프게. "저 다음 달부터 딜킹이랑 계약 재검토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미안합니다."
전화가 끊겼다.
삼장은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뒤집어 올려놓았다. 딜킹. DeliKing Corp. 서울 배달 시장의 63퍼센트를 장악한 이름. 그 이름이 요즘 너무 자주 들렸다. 접이식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자 등받이가 삐걱거렸다. 삐걱. 삐걱. 빗소리와 이상하게 박자가 맞았다.
파트너 식당 열두 곳 중 아홉 곳이 이미 계약 검토 중이었다. 남은 세 곳마저 이번 주 안에 나간다면 취경배달은 배달할 음식 자체가 없어진다. 플랫폼 없는 배달 앱. 강 없는 강물.
삼장은 노트북을 닫았다. 창밖으로 빗줄기가 가로등 불빛을 타고 흘렀다.
아홉 살 때 먹었던 그 밥이 생각났다. 늘 이런 순간에 생각났다. 엄마가 오지 않던 날 저녁, 어느 골목 식당 아주머니가 내밀었던 밥 한 그릇. 반찬이 뭐였는지, 식당 이름이 뭐였는지, 어느 골목이었는지—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따뜻했다는 것만. 단순히 온도가 아니라, 그 온도를 전달한 손이 있었다는 것만.
그 맛을 다시 찾으려고 음식 기술 회사에 들어갔다. 그 맛을 데이터화하려고 MBA에 갔다. 그 맛의 지도를 만들려고 회사를 나왔다.
진경(眞經). 서울의 모든 숨겨진 맛집, 모든 전설적 레시피, 모든 '한 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음식의 데이터가 담긴 그것. 30년 넘게 쌓인 음식의 기억들. 누군가 그것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삼장이 취경배달을 만든 진짜 이유도 결국 거기에 닿아 있었다. 진경을 손에 넣으면 배달 플랫폼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단순한 배달이 아니라 진짜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연결할 수 있다고.
근데 지금은 별점 1.8이었다.
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집어 들었다. 사무실에 앉아서 망하는 것보다 걸으면서 망하는 게 나았다.
빗속을 이십 분쯤 걸었을 때였다.
골목이 좁아지면서 낯선 냄새가 났다. 기름과 녹슨 금속과 비에 젖은 콘크리트가 섞인 냄새. 삼장은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늦췄다. 좁은 골목 끝에 철제 셔터가 내려진 공간이 있었다. 셔터 위에 녹슨 철판 간판이 걸려 있었다. '마포 오토바이 보관소.' 자물쇠가 세 개 달려 있었다.
셔터 옆 콘크리트 벽에 무언가가 적혀 있었다.
삼장은 핸드폰 플래시를 켰다.
글씨는 스프레이로 쓴 것도 아니고 볼펜으로 쓴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 못 같은 걸로 콘크리트를 직접 긁어서 새긴 것이었다. 획이 고르지 않아서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손오공(孫悟空). 완주 배달 99,847건.
그 아래에, 더 작고 더 깊게 파인 글씨로:
단 한 건도 늦지 않았다.
삼장은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빗물이 글씨 홈을 따라 흘렀다. 플래시 불빛 아래서 글씨가 젖어 반짝였다.
99,847건.
그가 아는 최고의 라이더가 한 달에 600건이었다. 연 7,000건이 최상위권이었다. 그 숫자가 진짜라면—단순 계산으로도 10년 이상이었다. 그것도 단 한 건의 지연 없이.
손오공. 삼장은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배달 업계 커뮤니티에서 귓속말처럼 돌던 이름. 모든 플랫폼에서 별점 만점을 유지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라이더. 드론, 신호등, 생방송—세 단어가 항상 함께 따라붙는 이름. 영구 배달 금지 처분을 받았다는 것까지는 알았다. 어디 있는지는 몰랐다.
어쩌면 지금 저 셔터 안에.
삼장은 핸드폰을 내리고 셔터를 한 번 손으로 밀었다. 꼼짝도 안 했다. 자물쇠 세 개가 빗속에서 빛을 냈다. 그는 잠시 셔터를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꺼내 검색창을 열었다.
'손오공 라이더 배달 금지 실제 있음?'
커뮤니티 글 하나가 걸렸다. 3년 전 게시물. 댓글 214개.
'ㄹㅇ있음. 저 진짜 봤음. 서울 전역 배달 앱 6개 동시 최상위였다가 하루아침에 전계정 정지됨. 무슨 일 있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름. 드론은 확실한데.'
'레전드임은 맞음. 근데 지금 어딨는지는 아무도 모름.'
'마포 어딘가 창고에 갇혀 있다는 말 들음. 진짜인지는 몰?루'
삼장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다시 한번 셔터를 올려다봤다. 자물쇠 세 개. 콘크리트에 새긴 글씨. 99,847건, 단 한 건도 늦지 않았다.
취경배달 별점 1.8.
파트너 식당 세 곳, 이번 주 안에 나갈지도 모름.
통장 잔액, 확인하기 무서워서 사흘째 안 봄.
삼장은 빗속에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논리적인 결론은 아니었다. MBA에서 배운 어떤 프레임워크로도 이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삼장은 이미 정대리도 없고, 투자자도 없고, 희망도 없는 4층 반지하 사무실에서 비를 뒤집어쓰고 배달을 직접 뛰는 CEO였다. 이 시점에서 전설을 믿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골목 입구로 걸어 나오면서 노트에 메모했다. 빗물이 노트를 적셨지만 개의치 않았다.
'손오공. 마포구. 찾을 것.'
빗소리가 조금 커진 것 같았다. 아니면 골목이 조금 좁아진 것 같았다. 삼장은 재킷 깃을 세우고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운동화에서 또 물이 찍찍 소리를 냈다.
서울 어딘가의 식당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불을 밝히고 있었다. 삼장은 그걸 알았다. 밤 열두 시에도 불 켜진 식당, 새벽 두 시에도 뚝배기를 끓이는 주방, 그 모든 불빛과 냄새와 온도가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도. 진경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분명 그 기억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었다. 아홉 살짜리 아이에게 밥 한 그릇을 내밀었던 그 손처럼.
취경배달의 여정이 시작되고 있었다.
계획도 없이, 자금도 없이, 별점 1.8을 달고—
그리고 전설 하나만 주머니에 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