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The Night Jamukha's Knife Missed the Khan

말 냄새가 먼저였다.

천 마리, 아니 만 마리의 말들이 내뿜는 숨결이 새벽 공기 속에 켜켜이 쌓여 있었다. 곽정은 그 냄새로 잠에서 깼다. 아니, 정확히는 냄새가 아니었다. 냄새는 언제나 거기 있었다. 달라진 것은 소리였다. 말들이 울지 않았다.

밤마다 초원의 군마들은 잠결에도 코를 불며 발굽을 찧는다. 그 소리가 없었다. 마치 말들이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

곽정은 눈을 뜨지 않은 채 손을 뻗어 도끼를 잡았다.

게르의 천장 틈새로 별빛이 가느다랗게 새어 들어왔다. 자정이 지났다. 아직 동이 트려면 두 시진은 더 남아 있을 터였다. 그는 천천히, 소리 없이 몸을 일으켰다. 펠트 위에 맨발이 닿는 감촉. 양모의 거친 섬유가 발바닥을 긁었다. 그는 신발을 신지 않았다.

밖에서 바람이 풀밭을 쓸었다. 초원의 여름밤 바람은 낮과 달리 차고 납작하게 깔려 흐른다. 그 바람 속에 무언가 섞여 있었다. 인간의 호흡. 여럿의.

그는 게르 입구의 가죽 문짝을 열지 않았다. 옆구리의 틈새, 지지목이 박힌 자리 아래로 몸을 낮춰 빠져나갔다. 칠흑 속으로 나온 그의 눈이 빠르게 어둠에 적응했다.

스물두 걸음.

게르에서 칸의 천막까지의 거리였다. 그는 이 야영지에서 눈을 감고도 그 숫자를 셀 수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매일 밤, 무의식 중에 세어온 숫자. 강남칠괴 중 셋째인 한소영 사부가 가르쳐 준 것이었다. 네 몸이 지켜야 할 것을 항상 발걸음으로 알아 두어라.

사부의 목소리가 귀 안쪽에서 울렸다가 사라졌다.

그는 낮게 움직였다. 무릎을 반쯤 굽힌 채 풀밭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자 손바닥으로 흙의 온기가 전해졌다. 낮 동안 태양이 달궈 놓은 대지의 온기였다. 초원은 낮의 것을 밤에도 오래 간직했다. 그가 어릴 때부터 알던 것이었다.

첫 번째 사람은 열다섯 걸음 앞에 있었다.

몸을 낮춰 이동하는 실루엣. 구름 없는 밤하늘 아래 별빛만으로도 윤곽이 보였다. 오른손에 무언가 짧고 곧은 것을 쥐고 있었다. 칼. 그리고 그 뒤에 또 하나. 그 뒤에 또.

셋이었다.

아니었다. 곽정은 숨을 고르고 다시 보았다. 왼쪽으로 더 있었다. 넷. 아니면 다섯. 말 묶어 두는 말뚝 줄 사이를 지나 펼쳐지는 인영들. 군마들이 그 움직임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울지 않는 것이었다. 말은 낯선 자가 다가올 때 울지 않는다. 물린다.

곽정은 선택했다. 가장 앞에 선 인영이었다.

그는 달리지 않았다. 그냥 움직였다. 달리는 것과 움직이는 것 사이의 어딘가에서, 발소리 없이, 도끼를 아직 들지 않은 채로. 상대가 그를 인식한 것은 어깨가 닿는 순간이었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왼손이 턱을 잡았다. 오른손이 뒤통수를 짚었다. 짧고 건조한 소리가 났다.

초원의 밤은 소리를 멀리 데려가지 않는다. 바람이 감아가기 때문이다. 곽정은 그것을 알았다. 쓰러지는 몸을 받아 풀밭에 천천히 눕혔다. 그런 다음 두 번째 인영 쪽으로 돌아섰다.

두 번째는 이미 눈치챘다. 칼을 들어 찌르는 각도가 목을 겨눴다. 곽정의 상체가 기울었다. 칼끝이 왼쪽 귓바퀴를 스치며 지나갔다. 찬 공기. 금속 냄새. 그는 팔꿈치로 상대의 팔꿈치를 쳤다. 관절이 꺾이는 방향의 반대로. 칼이 풀밭에 떨어졌다. 그 소리보다 빠르게 곽정의 도끼 등이 측두부를 강타했다.

세 번째, 네 번째는 거의 동시였다.

그들은 함께 달려들었다. 훈련된 동작이었다. 한 명이 정면에서 공간을 만들고 한 명이 옆구리를 치는 방식. 누군가에게서 배운 것이었다. 곽정은 정면의 상대를 향해 전진했다. 예상을 깬 움직임이었다. 물러나야 할 사람이 밀고 들어오자 두 사람의 호흡이 흐트러졌다. 그 0.5초 안에서 곽정은 이미 두 가지 일을 끝냈다.

다섯 번째가 있었다.

뒤였다. 칼이 등을 향해 내려오는 것을 그는 들었다. 듣고 옆으로 비켰다. 바람 끊기는 소리가 귓가를 지나갔다. 그는 돌지 않았다. 뒷발로 상대의 무릎을 찼다. 무릎이 꺾이며 상대가 앞으로 쏠렸다. 그 무게를 도끼 자루로 받아 땅으로 눌렀다.

조용했다.

곽정은 일어섰다. 가슴이 빨리 뛰었다. 더 빠르지 않았다. 귀 옆에 느껴지는 것이 있어 손을 대 보니 피였다. 두 번째 자의 칼이 귓바퀴를 베고 지나간 것이었다. 깊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의 피를 바지에 닦고 칸의 게르 쪽을 보았다.

불이 켜져 있었다.

가죽 문짝 안쪽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그 불빛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경호대원 두 명이었는데, 그들의 자세가 이상했다. 허리가 앞으로 숙여진 채로 뒤로 기우는 자세. 쓰러지기 직전의 자세였다.

한 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옆구리에서 짧은 칼 손잡이가 보였다.

곽정이 뛰었다.

이번에는 달렸다. 풀밭을 박차고, 소리를 감추려 하지 않고. 가죽 문짝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안에서 나오는 실루엣. 손에 든 것이 빛을 받아 번쩍였다. 긴 칼이었다.

게르 입구에서 그들이 부딪혔다.

상대는 컸다. 곽정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사내였다. 거죽 갑옷 위에 기름을 발랐는지 짐승 냄새가 짙게 났다. 칼이 내리찍는 방식이 정교했다. 전장에서 오래 싸운 사람의 방식이었다. 곽정은 첫 번째 칼을 도끼로 받아쳤다. 충격이 팔꿈치까지 울렸다. 두 번째 칼을 몸을 비틀어 피했다. 세 번째 칼이 왔을 때, 그는 이미 상대의 팔 안쪽에 들어가 있었다.

너무 가까워서 칼을 쓸 수 없는 거리.

사내는 머리를 박으려 했다. 곽정도 알고 있었다. 그는 머리를 숙이는 대신 어깨를 올렸다. 이마가 자신의 어깨에 막히며 사내의 목이 젖혀졌다. 그 순간 곽정의 도끼 등이 배를 강타했다. 한 번. 두 번. 사내가 무릎을 꿇었다. 숨이 끊기지 않을 힘으로, 그러나 일어서지 못할 힘으로.

곽정은 게르 안을 보았다.

테무진이 서 있었다.

발아래 사람 하나가 쓰러져 있었고 테무진의 손에는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손등에 피가 번져 있었다. 자신의 피가 아닌 듯했다. 칸의 눈이 게르 밖을 향하다가 곽정을 발견하고 멈췄다.

몇 개의 불꽃이 타닥거렸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 순간을 채운 것은 그 소리뿐이었다. 멀리서 말들이 한 마리씩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초원이 천천히 다시 살아났다.

곽정은 게르로 들어갔다. 바닥에 쓰러진 자를 살폈다. 자무카의 부하였다. 왼쪽 귀 뒤에 자무카가 자신의 사람들에게 새기는 특유의 문신이 있었다.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는 청색 선. 그것을 보는 순간 곽정의 가슴 어딘가가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래된 무언가가.

자무카. 안다.

의형제. 어릴 때 함께 배던 인물. 한때 테무진이 가장 아꼈고 가장 두려워했던 사내. 그 자무카가 이 밤을 보냈다는 것을.

테무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곽정도 하지 않았다.

칸은 쓰러진 자를 밟고 지나 천막 안쪽으로 걸어가더니 낮은 탁자 위에 단검을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양모 방석에 앉아 불을 보았다. 불은 아무 말도 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곽정이 느낀 것은 추위였다. 맨발이 시렸다. 신발을 신고 나오지 않은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펠트 바닥이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혔다.

테무진이 말했다.

"앉아라."

몽골어였다. 곽정이 어릴 때부터 들어온 말. 그에게는 한어보다 먼저 몸에 밴 언어.

"칸께서는 다치지 않으셨습니까."

"손 좀 긁혔다."

테무진은 손등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의 눈은 여전히 불을 향하고 있었다. 불빛 속에서 그의 얼굴이 보였다. 오십을 넘긴 얼굴. 초원의 바람과 전장의 먼지가 주름 안에 박혀 있는 얼굴.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움직인 얼굴.

곽정은 바닥에 앉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것도 몽골의 방식이었다. 말이 필요하지 않을 때 말하지 않는 것. 침묵은 허약함이 아니라 무게였다.

"자무카가 보낸 자들이냐."

"예."

"그놈이 직접 오지 않은 것이 이상하군."

곽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자무카가 직접 손을 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무카가 보낸 자들의 문신을 보았을 때 그 순간 가슴에 남은 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다른 무언가였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것.

"곽정."

"예."

테무진이 처음으로 그를 보았다.

그 눈빛을 곽정은 알고 있었다. 전장에서 결전을 앞두고 장수들을 바라볼 때의 눈빛. 사람 안의 무언가를 재는 눈빛.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거기에 온기 비슷한 것이 있었다. 불꽃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것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네 어머니가 남쪽에 있다고 들었다."

곽정의 어깨가 아주 조금 굳었다.

"들었습니다."

"그 여인이 보고 싶지 않느냐."

대답이 늦어졌다. 불이 탁탁 소리를 냈다.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테무진은 그 대답을 오래 들여다보는 것처럼 잠시 침묵했다. 그런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움직이자 불빛이 흔들렸다. 키가 크지 않았다. 어깨가 넓었다. 손이 컸다. 그 손이 게르 한쪽 벽에 세워진 무언가를 향해 뻗었다.

쇠로 만든 깃대였다.

높이는 곽정의 허리춤까지 왔다. 깃대 끝에 말총이 묶여 있었다. 말총 아홉 가닥. 만호장의 표지였다. 만 명의 기병을 이끄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 일만 기병, 투만.

테무진이 그것을 양손으로 들어 곽정 앞에 내밀었다.

"받아라."

곽정은 그것을 보았다. 쇠 깃대의 표면에 불빛이 반사되었다. 말총이 게르 안의 공기에 가만히 흔들렸다. 그는 그것을 받지 않았다. 아직은.

무릎이 먼저였다.

어느 순간 그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명령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무릎이 먼저 알았다. 몸이 먼저 결정했다. 마음이 따라오기 전에. 강남의 어딘가에서 스승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황용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있다는 것을. 이평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머니가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을.

그 모든 것보다 무릎이 먼저였다.

그는 두 손으로 쇠 깃대를 받아 들었다. 차가웠다. 밤 공기보다 더 차가운 쇠의 온도가 손바닥을 통해 팔을 타고 올라왔다.

테무진은 한 손을 그의 머리 위에 얹었다. 가볍고 무거운 손이었다.

"초원의 아들."

낮은 목소리였다. 게르 밖의 바람이 천막 벽을 흔들었다.

"이 깃대가 가는 곳이 네가 가는 곳이다."

곽정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쇠 깃대가 손안에 있었다. 차가운 것이 점점 그의 온도를 품기 시작했다. 쇠가 사람의 온기를 흡수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흡수하고 나면 오래 간직했다. 초원의 물건들이 다 그랬다.

새벽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동쪽 하늘이 아직 검었다.

게르 밖에서 경비대원들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쓰러진 자들을 발견한 것이었다. 곧 소란이 일 터였다. 칸의 천막에 달려올 사람들, 횃불, 목소리들.

곽정은 무릎에서 일어섰다. 쇠 깃대를 세로로 잡아 바닥에 세웠다. 말총이 그의 어깨 높이에서 흔들렸다. 그는 게르 입구를 향해 섰다. 칸의 천막을 지켜야 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투만장의 첫 번째 일은 그것이었다.

그는 남쪽을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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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The Night Jamukha's Knife Missed the Khan — 철기의 맹세 — 초원의 영웅 | Gen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