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아래는 늘 어두웠다.
낮에도 그랬다. 빛이 들어오는 틈이라곤 문 아래 손가락 두 마디만 한 틈새뿐이었는데, 거기서 새어드는 것은 빛이라기보다 빛의 흔적에 가까웠다. 하윤은 그 틈새로 들어오는 먼지 입자들이 오후에는 조금 더 느리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보아왔기 때문에 알았다.
창고에는 낡은 항아리 두 개와 부러진 빗자루 하나, 그리고 하윤의 이부자리가 있었다. 이부자리는 원래 이부자리가 아니었다. 가마니 위에 낡은 솜이불을 접어 깔아놓은 것이었는데, 솜은 이미 몇 해 전에 뭉쳐 제 구실을 잃었다. 하윤은 그것을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 이외의 것을 경험한 적이 없었으므로.
그날 저녁도 하윤은 마지막에 밥을 먹었다.
외숙모와 두 사촌이 상에서 일어난 뒤, 설거지가 끝난 뒤, 부엌이 조용해진 뒤에야 하윤은 솥 바닥에 남은 밥을 그릇에 긁어 담았다. 식은 밥이었다. 국은 없었다. 그는 부엌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빠르게 먹었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빠르게 먹는 것도 오랫동안 익힌 일이었다.
이마 위의 흉터가 가려웠다.
날이 차가워지면 늘 그랬다. 흉터는 이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나 있었는데, 손가락으로 짚어보면 피부가 주변과 다른 질감으로 도드라져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있었다고 했다. 외숙모는 그것을 설명하지 않았고, 하윤도 묻지 않았다. 그것이 이 집에서 유지되는 방식이었다. 묻지 않으면 쫓겨나지 않는다.
하윤은 그릇을 헹구고 수건으로 닦아 제자리에 놓았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했다. 소리를 내면 외숙모가 나왔고, 외숙모가 나오면 일이 생겼다.
창고로 돌아가려는데 대문 쪽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가볍지 않은 소리였다. 주먹으로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단단한 것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두 번. 간격이 일정했다. 하윤은 발을 멈추었다.
외숙모가 안채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신발을 끄는 소리, 대문으로 걸어가는 발자국. 하윤은 부엌 문 뒤에 붙어 섰다.
삐걱, 하고 대문이 열렸다.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외숙모의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긴장한 소리였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낯선 목소리가 대답했다. 노인의 목소리였다. 크지도 작지도 않았고, 서두르지 않았다.
"하윤이 있소."
물음이 아니었다.
하윤은 숨을 참았다. 자신의 이름이 저렇게 발음되는 것을 들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외숙모는 보통 야, 라고 불렀다.
"그 아이가 왜요."
"데리러 왔소."
또 침묵이 있었다. 하윤은 외숙모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외숙모는 거절하지 않았다. 발소리가 안채 쪽으로 돌아오더니 멈추었다.
"하윤아."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하윤은 부엌 문 뒤에서 나왔다.
외숙모는 하윤을 보지 않았다. 대문 쪽을 보고 있었다. 그 눈 속에 무엇이 있는지 하윤은 읽을 수 없었다. 두려움 같기도 했고, 두려움이 오래되어 다른 것이 된 무언가 같기도 했다.
"나가봐."
그것이 전부였다.
하윤은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노인은 대문 밖에 서 있었다. 키가 크지 않았다.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는데 낡은 것이었다. 소매 끝이 해어져 있었고, 어깨 위에 먼지가 앉아 있었다. 오래 걸어온 사람의 먼지였다. 얼굴은 창백했다. 눈은 하윤을 보고 있었는데, 그 시선에는 측은함도 없고 반가움도 없었다. 다만 확인하는 눈이었다. 무언가를 찾았고 찾은 것이 여기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눈.
노인의 시선이 하윤의 이마 위에서 잠깐 멈추었다.
"하윤이지."
"예."
"짐 가지고 나오너라."
하윤은 뒤를 돌아보았다. 창고를 향해 걸어가다가 멈추었다. 가져갈 것이 없었다. 이부자리는 가져갈 수 없었고, 가져갈 만한 것도 없었다. 자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이 이 집에 있기는 한가, 생각했다. 없었다. 하윤은 다시 돌아왔다.
"없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대문 밖에 낡은 수레가 있었다. 말 한 필이 끌게 되어 있었고 말은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하윤은 수레에 올라탔다. 노인도 올라와 고삐를 잡았다. 외숙모는 대문 안에서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윤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마을을 벗어나자 어둠이 짙어졌다. 하늘은 낮고 구름이 많았다. 길은 좁았고 바퀴 소리가 고르지 않게 울렸다. 찬 공기가 목 위로 들어왔다. 하윤은 팔짱을 끼고 앉았다.
이마가 가려웠다.
노인은 말이 없었다. 고삐를 쥔 손이 늙고 마디가 굵었다. 길 앞을 보고 있었다. 설명할 것이 있으면 하겠지, 하윤은 생각했다. 없으면 하지 않겠지. 어느 쪽이든 지금 묻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는 그 판단을 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살아온 방식이 그랬다.
수레는 좁은 길을 따라 북쪽으로 나아갔다. 하윤은 수레 바닥의 나뭇결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거칠었다. 마디마디에 때가 끼어 있었다. 낮에는 다른 것들도 실었을 것이다. 흙이나 곡식이나, 혹은 사람이 아닌 것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생각이 일었다가 가라앉았다. 답이 없는 질문을 오래 붙드는 버릇은 없었다.
한참 뒤에 노인이 입을 열었다.
"이름은 석원이오."
그것뿐이었다.
하윤은 들었다는 표시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석원, 하고 속으로 한 번 되뇌었다. 그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디서 온 사람인지, 왜 자신을 데리러 왔는지. 묻지 않았다.
바람이 불었다. 이마의 흉터가 다시 가려웠다. 하윤은 두 손가락을 들어 흉터를 한 번 누른 다음 손을 내렸다. 석원이 그것을 보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길 앞만 보고 있었다.
수레는 어둠 속으로 계속 나아갔다.
하늘에 별이 없었다. 구름 뒤에 있는 것인지 오늘 밤에는 없는 것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말의 숨이 하얗게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다. 바퀴가 돌았다. 나무 위에서 바람이 울었다.
하윤은 수레 난간을 붙잡고 앉아 있었다. 등이 찼다.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것은 알았다. 어디까지인지는 몰랐다. 모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더 자연스러웠다.
이마가 가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