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The Penthouse Smells Like Climate Control

펜트하우스는 언제나 22도였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상관없었다. 창밖에서 매미가 울든 눈이 내리든, 실내 온도는 22도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가보옥은 이것이 부유함의 정의라고 생각했다. 계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을 무효화하는 것.

그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시집을 읽고 있었다. 정확히는 읽는 척하고 있었다. 눈은 활자 위에 있었지만 뇌는 이미 세 페이지 뒤에 멈춰 있었다. 시집은 출판사 다섯 곳에서 퇴고 권유를 받은 무명 시인의 자비출판본이었다. 보옥은 그런 책들을 좋아했다. 거절당한 것들에는 냄새가 있었다. 정직한 냄새.

소파 쿠션은 그의 몸보다 비쌌다. 이 생각도 오늘 처음 하는 게 아니었다.

"도련님, 잠깐 이것 좀 봐주시겠어요?"

가 씨 집안 살림을 십이 년째 맡고 있는 박 여사가 태블릿을 들고 다가왔다. 화면에는 서류 한 장이 떠 있었다. 보옥은 눈을 들지 않았다.

"뭔데요."

"새 과외 선생님 입학 서류요. 사모님이 검토해 달라고 하셨어요."

"왜 나한테요."

"사모님이 외출 중이셔서요."

보옥은 시집을 덮었다. 덮으면서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표시하려다가, 어차피 어디서 멈췄는지 모른다는 걸 깨닫고 그냥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태블릿을 받아 들었다.

서류는 두 장이었다. 첫 장은 이력서 형식의 지원서였다. 이름, 학번, 소속 대학, 지도 가능 과목. 국문학과 재학. 관악구 봉천동 거주. 보옥은 봉천동이 어디 있는지 알았다. 지하철 2호선. 종종 차창 밖으로 스치던 반지하 창문들이 있는 동네.

두 번째 장이 문제였다.

교수 추천서였는데, 추천사 아래에 지원자가 직접 제출한 자기소개 에세이가 첨부되어 있었다. 아마 실수로 같이 출력된 모양이었다. 보옥은 어느 순간 이력서 읽기를 멈추고 에세이를 읽고 있었다.

에세이는 짧았다. A4 한 장 분량.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건조했는데, 건조한 문장들 사이에서 무언가가 서늘하게 빛났다. 그것이 무엇인지 보옥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그를 오래 붙잡는 경향이 있었다.

그는 에세이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밑줄을 긋고 싶었다. 펜이 없었다. 소파 주변을 슬쩍 더듬어봤지만 펜은 없었고 연필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다. 이 집에 필기도구가 없다는 사실이 새삼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림은 수십 점이 걸려 있고 조각품은 세 개나 있는데, 뭔가를 받아 적을 수 있는 물건은 없었다.

그는 태블릿을 박 여사에게 돌려줬다.

"괜찮아 보이네요."

"그렇죠? 사모님도 그러실 것 같아요. 오늘 오전에 이미 오시라고 연락은 해뒀어요."

"오늘이요? 지금요?"

"네, 두 시에요. 준수 도련님 수업이요."

보옥은 창밖을 봤다. 한강이 보였다. 사십육 층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은 지도처럼 평평하고 감정이 없었다. 강물이 흐르는지 안 흐르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는 에세이 첫 문장을 기억하려 했다. 기억났다. 정확히 기억났다.

'어머니는 창문이 없는 방에서도 창가에 앉는 버릇이 있었다.'

보옥은 2년 동안 시를 썼다. 쓴 것들을 읽어줄 사람이 없어서 서랍에 넣었다. 서랍에서 꺼내 다시 읽을 자신이 없어서 그냥 뒀다. 오늘 읽던 자비출판 시집의 무명 시인도 아마 비슷한 서랍을 갖고 있을 것이었다.

그 에세이를 쓴 사람에게는 서랍이 있을까. 아니면 서랍조차 사치라서 그냥 손 안에 쥐고 있을까.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울렸다.

집에 엘리베이터가 직통으로 연결된다는 것, 이것도 부유함의 또 다른 정의였다. 공용 복도를 걷지 않아도 된다. 타인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세계를 거치지 않고 집으로 들어올 수 있다. 보옥은 가끔 이 편의를 생각하면 약간 어지러웠다.

문이 열렸다.

여자가 들어왔다. 정확히는 들어서기 직전에 한 박자 멈췄다가 들어왔다. 발걸음 자체가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먼저 읽고 들어오는 사람의 멈춤이었다. 보옥은 소파에서 반쯤 일어나다가 그 멈춤을 보고 그냥 앉아 있었다.

여자는 스물두셋 정도였다. 토트백을 왼쪽 어깨에 걸고 있었는데, 가방은 검은색이었고 모서리 두 군데가 닳아서 안감의 빛바랜 갈색이 드러나 있었다. 보옥은 로비에 걸려 있는 그림의 낙관이 얼마인지 알고 있었다. 그 가방의 수명이 그 낙관보다 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여사가 앞으로 나섰다.

"어서 오세요. 임대옥 선생님이시죠? 기다리고 있었어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 음절이었지만 발음이 또렷했다. 주눅 들거나 과하게 공손하지 않았다. 그냥 네, 였다. 보옥은 대저택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입구에서 내는 소리에 익숙했다. 감탄사, 혹은 목소리가 살짝 올라가는 인사말, 혹은 과도한 감사 표현. 이 사람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박 여사가 신발장 쪽으로 손짓하며 말했다.

"실내화 드릴까요? 대리석이 미끄러워서요."

잠깐의 정적이 있었다.

여자는 신발장 위에 가지런히 놓인 실내화를 내려다봤다. 슬리퍼는 세 켤레였고, 아마도 외부 손님 전용으로 마련된 것들이었다. 포장도 뜯기지 않은 것처럼 깨끗했다. 가보옥 같은 집에서 손님들이 얼마나 오는지, 또 그 손님들이 실내화를 얼마나 거절하는지를 알 수 있는 깨끗함이었다.

"괜찮아요."

여자가 말했다.

"신고 온 게 실내화라서요."

박 여사가 잠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시군요.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보옥은 그제야 여자의 신발을 봤다. 흰색 운동화였다. 낡지 않았다. 깨끗했다. 바닥이 닳지 않은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사람은 두 종류였다. 새로 산 사람, 아니면 아껴 신는 사람. 이 운동화는 새 것이 아니었다.

여자는 박 여사를 따라 복도 안쪽으로 걸어갔다.

거실을 지나면서 그림들을 봤다. 조각도 봤다. 하지만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감탄하지 않았다. 가격을 가늠하는 눈빛도 아니었다. 그냥 봤다. 존재를 확인하듯이.

보옥은 소파에 앉은 채 그 뒷모습을 봤다.

그는 이 집에서 무언가를 처음 본다는 감각을 느낀 게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했다. 태어날 때부터 여기 있었고, 있는 것들은 항상 있었고, 새로 들어오는 것들은 박 여사가 관리했다.

복도 끝에서 여자가 사라졌다.

보옥은 탁자 위의 시집을 집어 들었다. 어디까지 읽었는지 여전히 기억나지 않아서 처음부터 펼쳤다.

22도였다. 변함없이.

창밖에서는 7월의 햇볕이 한강을 달구고 있었지만, 유리 너머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매미도, 차 소리도, 아무것도. 차음 설계된 유리였다. 이 집의 모든 창문은 세계의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보옥은 시집의 첫 행을 읽었다.

머릿속에서는 다른 문장이 계속 맴돌았다.

어머니는 창문이 없는 방에서도 창가에 앉는 버릇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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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The Penthouse Smells Like Climate Control — 붉은 누각의 기생자들 | Gen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