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Yu Hyeon-deok Dies on a Tuesday

서준이 차에 시동을 걸지 않은 건 춥기 때문이 아니었다.

지하 2층 주차장은 언제나 이 온도였다. 냄새도 똑같았다. 콘크리트 분진과 배기가스가 뒤섞인, 환기구에서 순환만 되는 공기. 서준은 운전석에 앉아 핸드폰을 무릎 위에 놓아둔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8시 47분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야근하다 차를 가지러 내려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는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본인도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웠다. 확신도 아니고 예감도 아니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일종의 산술이었다. 유현덕 회장이 올해 일흔셋이었다. 심장 스텐트 시술을 두 번 받았다. 최근 석 달간 저녁 일정을 세 번 취소했는데 공식 이유는 그때마다 달랐고, 달라지는 방식이 일정했다. 서준은 8년 동안 그 사람의 일정을 짰다. 거짓말이 어디서 접히는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진동이 왔다.

화면에 이름은 뜨지 않았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지만 서준은 앞 세 자리만 보고 받았다.

"이사님." 목소리는 비서실 후임인 강 대리였다. 스물여덟 살. 3년 차. 아직 이런 전화를 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 특유의 숨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먼저 들어왔다. "회장님이."

"어디야." 서준이 말했다.

"연회장에서 쓰러지셨어요. 구급차 불렀고 지금."

"병원은."

"성모 가는 것 같아요."

서준은 이미 차 키를 꽂고 있었다. "이사회 멤버들은 다 거기 있었어?"

"네, 정기 이사회 만찬이었고."

"알았어." 그는 전화를 끊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데 사십 초가 걸렸다. 출구 차단기가 올라가는 동안 그는 핸드폰을 다시 열어 문자 수신함을 확인했다. 이미 두 개가 와 있었다. 하나는 유비코퍼레이션 홍보실장 박 상무, 하나는 사외이사 김정섭. 둘 다 본문 내용이 거의 같았다. 회장님 건강 관련 상황 발생, 연락 요망.

서준은 두 문자 모두 읽지 않은 상태로 두었다. 읽은 표시를 남기는 건 그쪽에 뭔가를 주는 일이었다.

차가 도심 도로로 나섰다. 화요일 밤 9시의 서울은 막히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서준은 차선을 두 번 바꾸고 네비게이션을 켜지 않았다. 이 병원은 이미 알고 있었다. 유현덕의 정기 검진 일정을 오 년간 잡아온 덕분이었다.

가톨릭 성모병원 응급실 앞은 이미 사람들로 차 있었다.

구급차가 도착한 지 열두 분쯤 지난 시각이었지만, 유비코퍼레이션 직원들의 집결 속도는 서울 도심 교통 상황을 감안하면 설명되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몇몇은 부름을 받기 전부터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서준은 주차를 포기하고 응급실 입구 앞 이중주차 줄에 차를 세웠다. 이 판국에 딱지를 끊을 교통경찰은 없었다.

응급실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소독제와 따뜻한 공기, 그리고 그 아래에 깔린 무언가 더 오래된 것의 냄새. 서준은 카운터를 지나치며 주변을 한 번 훑었다. 오른쪽 코너에 유비코퍼레이션 전략기획실 이 부장이 양복 재킷도 챙기지 못한 채 서 있었다. 왼쪽으로는 사내 변호사 팀에서 두 명이 보였는데, 한 명은 이미 태블릿을 꺼내 들고 있었다.

태블릿을 꺼낸 사람이 누군지 서준은 기억해두었다.

처치실 쪽 복도는 아직 접근이 막혀 있었다. 간호사가 보호자 이외 출입 제한이라고 안내했다. 서준은 유현덕의 가족이 어디 있는지 먼저 파악했다. 장남 유성환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았다. 차남은 지방 출장 중이라는 걸 오늘 오전 일정표에서 확인했다. 장녀는 부산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공간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은, 아직, 서준이었다.

그는 복도 벽 쪽에 등을 기대고 섰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끄덕이는 수준으로 반응했다.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9시 38분. 홍보실장 박 상무가 서준 옆으로 왔다.

"이사님." 그는 목소리를 낮추었지만 그 낮춤이 연습된 것이라는 게 티가 났다. "미디어 대응 어떻게 할까요. 일단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놨는데."

서준은 그를 보았다. "지금 몇 분 됐어요?"

"네?"

"회장님 실려 온 지."

"이십 분 정도."

"처치 중이죠."

"그렇죠."

"그럼 기다려요." 서준은 시선을 복도 끝으로 돌렸다. "의사가 뭔가 말해줄 때까지는 어느 시나리오도 쓸 수 없어요."

박 상무는 자리를 지키고 싶어 했지만 할 말이 없어서 결국 물러났다. 서준은 그가 물러나면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걸 눈꼬리로 확인했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이미 누군가에게 보낸 것인지, 아니면 지금 보내는 것인지.

전자라면 오늘 오기 전부터 준비한 것이었다. 그것도 기억해두었다.

10시 15분에 의사가 나왔다.

담당의는 사십대 초반이었고 표정 관리가 훈련된 얼굴이었다. 그는 주변에 모인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보호자 계십니까"라고 물었다.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 3초 동안 서준은 방 안의 온도 변화를 느꼈다. 그 3초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계산을 했다. 지금 보호자 자리에 서는 게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아직 가족이 오는 중입니다." 서준이 말했다. 앞으로 나서지는 않은 채로. "상태가 어떻습니까."

의사는 그를 한 번 보았다. "급성 심근경색입니다. 현재 스텐트 시술을 준비 중이고, 지금은 안정화 처치 단계입니다."

"예후는."

"가족분이 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의사가 돌아가는 순간, 주변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각자 핸드폰을 들었다. 서준은 누가 먼저 화면을 켜는지 순서를 세었다. 다섯 명이었다. 이 부장은 두 번째였고, 사내 변호사 중 태블릿을 꺼낸 사람은 첫 번째였다.

한 명이 울었다. 연구개발본부 최 전무였다. 진짜 울음인지 서준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다만 최 전무가 지난 이사회에서 유현덕과 공개적으로 의견 충돌을 빚은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인간의 눈물과 재무적 포지션 사이에 인과관계를 주장하는 건 무리였다. 그러나 상관관계는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서준은 울지 않았다. 그 사실이 그를 불편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8년 전에 이미, 이 순간을 위해 감정을 어딘가에 따로 보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보관함이 없었던 게 아니라, 보관해야 할 물건이 점차 명확해졌기 때문이었다.

유현덕을 존경했던 적이 있었다. 서준이 첫 해에.

그 이후 7년은 다른 종류의 관계였다.

장남 유성환이 도착한 건 11시 조금 넘어서였다. 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있었고 눈이 약간 충혈되어 있었다. 이동 중에 울었거나, 이동 중에 술을 마셨거나. 서준은 어느 쪽인지 판단을 보류했다.

유성환은 서준을 보자마자 다가왔다.

"이사님." 그가 말했다. 그 두 음절 안에 질문 여섯 개가 들어 있었다. 상태가 어떻습니까. 내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주도권은 지금 누구에게 있습니까. 이걸 어떻게 발표합니까. 아버지가 살 것 같습니까. 내가 괜찮을 것 같습니까.

서준은 그중 세 개에만 답했다.

"스텐트 시술 중이세요. 담당의는 처치실 안에 있고, 나오시면 바로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일단 앉으시죠."

유성환이 자리에 앉자, 방 안의 무게 중심이 조금 이동했다. 서준은 그것을 느꼈다. 보호자가 도착하면서 일부 결정권이 그쪽으로 넘어가는 흐름이었다. 그 흐름이 다시 어디로 어떻게 재배치될지는 다음 며칠이 결정할 일이었다.

박 상무가 유성환에게 다가가는 걸 서준은 지켜보았다.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박 상무가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는 게 보였다. 시나리오 셋 중 하나를 이미 선택받으려는 것이었다.

서준은 자판기 쪽으로 걸었다. 종이컵에 커피가 떨어졌다. 온도가 혀를 데울 정도는 아니었다. 마실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는 복도 창가에 기대어 병원 바깥을 내다보았다. 응급실 입구 앞에 카메라를 든 사람 둘이 보였다. 취재진이었다. 이미 소식이 나간 것이었다. 서준은 박 상무의 첫 번째 메시지 수신 시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저 카메라가 여기 도착하는 데 걸렸을 시간을 역산했다.

수치가 맞았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맛은 커피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이었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에 의사가 다시 나왔다. 시술은 끝났고 환자는 안정을 찾았다. 중환자실로 이송하며 24시간은 경과를 봐야 한다고 했다. 유성환이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청했다. 의사는 형식적인 온도로 답했다.

그 순간 홍보실 쪽에서 키보드 타이핑 소리가 들렸다.

서준은 고개를 돌렸다. 팀장급으로 보이는 직원이 노트북 화면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 각도 때문에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보일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이미 써놓은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는 작업이었다.

의사의 말이 끝난 지 사 분이 지났을 때, 서준의 핸드폰에 알림이 왔다. 뉴스 앱이었다. 제목은 유비코퍼레이션 유현덕 회장 건강 이상설, 병원 후송 확인이었다.

그는 알림을 닫았다.

새벽 1시 20분이었다. 서준은 유성환에게 귀가를 권하고 자신은 병원 로비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중환자실 면회는 내일 아침부터였다. 먼저 돌아간 사람들이 있었고, 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계산으로 남아 있었다.

서준은 눈을 감았다. 자려는 게 아니었다. 오늘 밤 자신이 본 것들을 순서대로 다시 정렬하고 있었다. 누가 먼저 핸드폰을 들었는지. 박 상무가 시나리오를 몇 개 만들었는지. 유성환의 눈이 충혈된 이유가 무엇인지. 저 취재진이 어떤 경로로 소식을 받았는지.

유현덕은 아직 살아 있었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심장과는 별개로, 그를 중심으로 구축된 어떤 구조물이 이미 재조립 과정에 들어간 것을 서준은 알고 있었다.

살아 있는 창업자는 신화였다. 쓰러진 창업자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편집되어야 했다.

서준은 그 사실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이 편집 과정의 어디쯤 위치하게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변수들을 천천히 점검하고 있었다.

8년 동안 그 사람의 달력을 관리했다. 그 사람이 하지 않은 약속, 하지 않은 말, 하지 않은 선택들을 옆에서 기록했다. 법학 학위를 서랍 안에 넣어둔 채.

지금은 화요일 새벽이었다. 유현덕 회장은 중환자실에 있었다.

서준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로비 천장의 형광등이 규칙적이고 냉담한 빛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기다렸다. 다음 편집이 어디서 시작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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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Yu Hyeon-deok Dies on a Tuesday — 영웅이라는 이름의 사기꾼들 | Gen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