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겨울이었다.
스물두 살 첫눈이 내리던 그 밤으로부터 사흘이 지났다. 눈은 그치지 않았다. 세가의 후미에 있는 창고—내가 열네 살 이후로 잡역의 거점처럼 써온 그 공간—는 삼 면이 석벽이고 한 면이 나무 판자였다. 판자 틈으로 바람이 들어왔다. 나는 그것에 익숙했다. 익숙해진다는 것이 반드시 괜찮아진다는 뜻은 아니지만, 몸이 먼저 배우는 것들이 있다.
그날 밤 나는 등잔 하나를 켜놓고 장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창고 안에 있는 물건들의 목록이었다. 내가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오래전 누군가가 시작했다가 중단한 것을 내가 이어받아 십 년째 계속하고 있는 일이었다. 묻는 사람도 없고 칭찬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했다. 물건들은 언제나 자기 자리에 있어야 했고,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어야 했다. 그것이 나에게는 어떤 질서처럼 느껴졌다—세가가 나에게 부여한 질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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