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가 먼저 왔다.
대지가 울리기 시작한 것은 해가 뜨기도 전이었다. 낮게, 그리고 깊게. 마치 땅속 어딘가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숨을 들이켜는 것처럼. 곽정은 천막 안에서 눈을 뜨자마자 그 울림을 가슴으로 받았다. 손바닥을 땅에 짚으면 손뼈 사이사이로 진동이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갑옷을 집어들었다.
가죽 끈을 조이는 손가락이 흔들리지 않았다.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밖으로 나서는 순간,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초원의 가을 바람은 칼과 같았다. 따뜻함이라고는 한 올도 섞이지 않은, 순수하게 차갑고 순수하게 날카로운 것. 곽정은 그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지평선이 아직 어둠 속에 잠겨 있었지만 하늘은 이미 빛나고 있었다. 마치 달구어진 쇠를 망치로 두드릴 때 튀어오르는 불꽃처럼, 구릿빛과 주황빛이 뒤섞인 빛이 하늘 끝에서부터 번지고 있었다.
만 명의 기병이 그 하늘 아래 도열해 있었다.
곽정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것은 경이로움 때문이 아니었다. 이런 광경을 그는 어릴 때부터 보아왔다. 출정식, 의례, 전쟁. 초원의 삶이란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오늘 이 만 명의 창끝은 모두 남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 앞에 서는 것이 자신이었다.
그는 다시 걸었다.
북소리가 점점 커졌다. 가죽을 팽팽하게 당긴 큰 북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울렸고, 그 소리들이 겹치고 반향하며 초원 전체를 하나의 진동으로 만들었다. 말들이 그 소리에 반응하여 발굽을 구르고 콧김을 뿜었다. 수증기가 차가운 공기 속에서 하얗게 피어올랐다가 바람에 흩어졌다. 가죽과 쇠와 땀과 말 냄새가 한데 뒤섞여 진동하는 공기를 채웠다.
칭기즈칸의 황금 장막이 중앙에 서 있었다.
장막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직이었다. 의례는 순서대로 진행되어야 했다. 곽정은 지정된 위치에 말을 세우고 기다렸다. 왼쪽으로는 제베가 있었다. 제베는 곽정 쪽을 힐끗 바라보고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빛에는 아무런 복잡함이 없었다. 단지 형제가 형제에게 보내는 확인의 시선. 오늘 우리는 여기 있다. 오늘 우리는 함께다.
곽정은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황금 장막의 천이 젖혀졌다.
칭기즈칸이 나왔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처음 보았을 때 크기에 압도된다고 했다. 그러나 칭기즈칸은 특별히 장신이 아니었다. 넓은 어깨와 굵은 목을 가진 남자였지만, 그가 주는 압도감은 몸의 크기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걸어오는 방식에서 왔다. 땅이 자신의 것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걸음걸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이 초원이 자신의 발아래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증명할 필요도 없는 사람의 걸음.
그는 보좌에 앉았다. 주변에 장군들이 도열했다. 북소리가 절정에 달했다가, 칸이 손을 들자마자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침묵이 쏟아졌다. 만 명의 기병이 숨을 참는 것 같은 침묵이었다.
"곽정."
칭기즈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멀리까지 닿았다. 마치 바람이 소리를 옮기는 것처럼.
곽정은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땅의 감촉이 무릎을 통해 올라왔다. 풀뿌리가 얼어붙기 시작한 단단한 흙. 초원의 냄새. 그는 이 냄새를 알고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맡아온 냄새였다.
"전하."
"눈을 들어라."
곽정이 고개를 들었다. 칭기즈칸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자애로웠다. 그러나 그 자애로움 뒤에는 항상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날카롭고 계산적인 무언가. 오랜 세월 그것을 알면서도 곽정은 그것이 차갑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것이 그를 키운 눈빛이었으므로.
칸이 천천히 일어섰다.
"내가 처음 이 아이를 보았을 때를 기억한다." 칭기즈칸의 목소리가 모인 군중을 향해 퍼졌다. "갓난아이였다. 어머니의 품에서 울지도 않고 눈을 뜨고 있었지. 초원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초원이 그를 만들었다."
말들이 발굽을 굴렀다. 어디선가 바람이 장막의 천을 크게 펄럭이게 했다.
"나는 그에게 말을 가르쳤다. 활을 가르쳤다. 전쟁을 가르쳤다." 칸의 눈이 곽정에게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는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곽정의 어깨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너무 미세해서 알아차리기 어려운 움직임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 자신도 정확히는 몰랐다.
칭기즈칸이 손을 뻗었다. 시종 하나가 앞으로 나아가 두 손으로 무언가를 올렸다. 매의 발톱 모양으로 조각된 황금 패였다. 그 표면에는 초원의 언어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오늘부터 그의 이름은 초원의 매다."
북소리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훨씬 빠르게, 훨씬 크게. 만 명의 기병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말들이 소리에 반응했다. 창들이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가 일제히 방향을 바꾸었다. 남쪽으로.
칭기즈칸이 황금 패를 직접 곽정의 목에 걸어주었다. 가죽끈의 감촉이 목덜미를 눌렀다. 차가운 황금이 갑옷 위에 닿는 소리가 났다.
"중원은 네 것이다." 칸이 낮게 말했다. 군중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두 사람만을 위한 소리로. "가서 그것을 내게 가져오너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곽정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의례가 끝나고 군중이 흩어지기 시작했을 때, 곽정은 황금 패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잠시 바라보았다. 초원의 매. 그 이름이 이상하지 않았다. 평생 이렇게 불릴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는 패를 갑옷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이평은 천막 뒤편에 있었다.
군중 속에서도 그녀는 혼자였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어떤 방식으로든 항상 혼자였다. 이 초원에서 이십여 년을 살았지만 초원은 끝내 그녀의 것이 되지 않았다. 황토색 먼지와 구릿빛 하늘과 말 냄새가 가득한 이 땅은, 어디를 봐도 낯선 채로 남아 있었다.
그녀의 눈이 아들을 쫓았다.
멀리서 보는 아들의 뒷모습은 곽소천을 닮지 않았다. 체격도, 움직임도. 초원이 그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가끔 고개를 돌리는 각도, 생각에 잠길 때 입술을 꽉 다무는 방식, 그런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죽은 남편의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이평은 눈을 돌려야 했다.
오늘 그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아들이 황금 패를 받아들고 만 명의 기병 앞에 섰을 때, 이평은 입술을 움직이지 않았다. 소리를 내지 않았다. 다만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 채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 눈 안에 있는 것을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두려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래된 것이었다. 슬픔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조용한 것이었다.
아들이 남쪽을 향해 말머리를 돌리는 것을 그녀는 끝까지 눈으로 쫓았다.
남쪽.
그 방향에 무엇이 있는지 이평은 알고 있었다. 곽소천이 죽은 땅.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땅. 강물과 논밭과 기와지붕이 있는 땅. 그 땅의 사람들이 지금 저 아이의 칼끝에 놓여 있었다.
군중이 흩어졌다. 함성이 가라앉았다. 먼지가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평은 혼자 남아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얼굴 위로 흩날렸다. 차가운 바람이었다. 오늘은 유난히 차가웠다. 이 초원에서 보낸 이십여 년의 겨울들이 모두 오늘 하루에 압축된 것처럼.
그녀는 천천히 천막 쪽으로 걸어갔다.
천막 안에는 오래된 상자 하나가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것인데, 초원의 습기와 건조함을 반복하여 표면이 갈라져 있었다. 그녀는 상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몇 가지 물건이 있었다. 한족의 천으로 만든 낡은 향낭 하나. 실이 삭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향낭을 손에 쥐었다. 오래 쥐고 있으면 온기가 전해졌다. 손의 온도가 천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온기이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다른 온기가 아니었다.
이평은 눈을 감았다.
밖에서는 이미 북소리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출발의 북소리. 달리는 북소리. 만 개의 말발굽이 땅을 울리기 시작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다가, 그것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 이평의 천막 전체가 진동하였다.
그러다 소리가 멀어졌다. 남쪽으로.
그녀는 오랫동안 눈을 뜨지 않았다.
한편 대열의 선두에서 곽정은 말을 달렸다.
바람이 귀를 가득 채웠다. 말의 갈기가 얼굴을 스쳤다. 주위에서 철기군의 말굽 소리가 우레처럼 울렸고 창과 깃발이 속도 속에서 한 줄기 선이 되어 흘렀다. 가슴에는 황금 패가 닿아 있었다. 차가운 감촉이었다.
목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그러나 묘하게, 무언가 무거운 것이 목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
초원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지평선은 끝없이 펼쳐졌고, 그 끝에 남쪽이 있었다. 중원이 있었다. 아직 보이지 않는 땅. 그러나 이제 말머리는 이미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곽정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