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The Silk Map and the Crushed Hand

공중전화 수화기에서 채권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열은 이미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손에 힘을 줬더니 네 손가락이 제대로 구부러지지 않아 수화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쇠 냄새가 났다. 겨울 제천 골목의 공기는 언제나 이 냄새가 났다—쇠와 얼어붙은 음식물 쓰레기, 그리고 그 밑에 깔린 무언가, 이름 붙이기 어려운 냄새. 사람이 가진 것들을 조금씩 갉아먹는 냄새.

그는 수화기를 발로 밀어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전화박스 유리 너머로 골목이 보였다. 삼층짜리 건물 외벽에는 대출 전단지가 도배되어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찢긴 귀퉁이가 파닥거렸다. 전단지 사이사이에 더 오래된 전단지, 그 아래에 또 더 오래된 것들이 겹겹이 붙어 있어서 벽이 두꺼워 보였다.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급전, 당일, 무담보, 당신의 사정을 압니다.

무열은 외투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필터를 입에 물었다가 불을 붙이지 않은 채 다시 뱉었다. 남은 담배가 세 개비였다. 주머니에는 동전 몇 개와 버스 토큰 하나가 남아 있었다.

채권자는 사흘을 줬다. 정확히는, 이미 이틀 전에 사흘을 줬다고 했다.

제천 터미널 뒷골목 전당포는 간판이 없었다.

원래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문 위쪽에 못 자국 두 개가 남아 있었는데, 그 자리에 뭔가 걸려 있었다가 사라진 흔적이었다. 97년 가을 이후로 이 골목에서는 그런 일들이 많았다. 간판들이 내려가고 셔터가 내려가고 사람들이 내려갔다. 무열이 서울에서 이 골목까지 오는 여섯 시간 동안 버스 창밖으로 지나친 공장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자물쇠 채운 철문, 철문 위에 적힌 법원 공고문, 공고문 아래 쪼그리고 앉아 담배 피우는 경비원. 그 경비원의 등이, 출근할 공장을 잃은 사람이 남은 일을 하는 등이, 창가에 기댄 무열의 눈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유리문을 밀었다. 방울이 달랑거렸다.

안은 좁고 낮았다. 진열장 세 개가 벽을 따라 늘어서 있었고 그 안에 물건들이 있었다—금반지, 손목시계, 소형 카메라, 이름 모를 인장들. 어디서 왔을지 알 것 같은 물건들이었다. 무열은 그 앞을 지나치며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계산대 뒤에 오십대쯤 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코끝이 붉고 눈이 작은 남자였다. 그는 무열을 보지 않고 천장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강무열입니다."

남자는 그제야 눈을 내렸다. 무열의 얼굴을 보고 외투를 보고 신발을 봤다. 그러고는 계산대 밑으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꺼냈다.

나무 상자였다. 도시락 크기의 오동나무 상자. 뚜껑에 붉은 종이가 붙어 있었고, 종이 위에 강무열이라고 적혀 있었다.

"받으면 됩니다."

"누가 맡겼습니까."

"모릅니다."

"모른다는 게."

"성함도 없이 두고 갔어요. 이틀 전에." 남자는 상자를 무열 쪽으로 밀었다. "열어보면 압니다. 설명이 있다더군요."

무열은 상자를 들었다. 가볍고 단단했다. 안에서 무언가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감촉이 있었다—종이 같은 것이 미끄러지는, 얇고 건조한 느낌. 그는 상자를 겨드랑이에 끼고 돌아섰다.

"수수료는요."

"이미 받았습니다."

문이 닫히고 방울이 또 달랑거렸다.

골목 끝에 허름한 해장국 집이 있었다. 무열은 국물 한 그릇을 시키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국물이 나오기 전에 상자 뚜껑을 열었다.

비단이었다.

젓가락 두 개가 가로로 댄 크기, 그것보다 조금 더 긴 천이 돌돌 말려 있었다. 무열은 두 손으로 꺼냈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끝을 잡고, 구겨지지 않게 오른손 나머지 손가락을 아래에 받쳤다. 왼손은—왼손은 천 위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네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 그것만으로는 물건을 제대로 쥘 수 없었다. 쥐는 흉내를 내는 것이 왼손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천천히 펼쳤다.

비단은 누렇게 삭았지만 부스러지지 않았다. 보관 상태가 좋았다. 표면에 그림이 있었다—먹으로 그린 산과 물줄기, 그 사이사이에 점들. 필선이 가늘고 정확했다. 화려하지 않았다. 지도였다.

국물이 왔다. 무열은 잠깐 숟가락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지도의 왼쪽 모서리에 글자가 있었다. 한자였다. 그는 읽지 못했지만 형태로 봤다—획이 많고 무거운 글자들. 관청 문서 같은 느낌. 오른쪽 아래에는 인장이 찍혀 있었다. 붉은 인주가 오래되어 갈색으로 변한, 사각형 안에 글자들이 빼곡한 관인. 무열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진짜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진짜가 무엇인지는 눈이 아니라 손이 먼저 안다. 이십 년 동안 땅속에서 손을 써온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가짜 도자기는 들어보면 울림이 다르고, 가짜 나무는 눌러보면 질감이 다르고, 가짜 서류는 만져보면 종이가 다르다. 이 비단은 뻣뻣하지 않고 유연했다. 세월이 지나면 섬유가 경화되거나 부서지는 두 방향 중 하나로 가는데, 이것은 부드러움을 유지한 쪽이었다. 어딘가 건조하고 어두운 곳에서 오래 잠자고 있었던 것이다.

상자 안에 쪽지가 있었다는 걸 국물이 식을 때쯤 깨달았다. 뚜껑 안쪽에 붙어 있어서 지도를 꺼낼 때 보지 못했다.

쪽지에는 세 줄이 적혀 있었다.

강원도. 태백. 아는 사람을 데려가시오.

그게 전부였다.

무열은 쪽지를 두 번 읽었다. 그러고는 창밖을 봤다. 골목 입구에서 한 남자가 박스를 펼쳐 깔고 그 위에 앉아 있었다. 두꺼운 군용 점퍼를 입고 무릎 위에 손을 얹은 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노숙자였다. 이 골목에도 벌써 세 명째였다. 동서울터미널 대합실에서 무열이 이 버스를 기다릴 때 바닥에 드러누운 사람들이 서른을 넘었다. 경비원이 깨우면 조금 일어나 있다가 경비원이 지나가면 다시 누웠다. 아무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 침묵이 이상하게 오래 귓속에 남아 있었다.

아는 사람.

무열은 지도로 시선을 내렸다.

그는 지도를 역사로 읽지 않았다. 지도가 보여주는 것—산의 방향, 물줄기의 흐름, 등고선을 대신하는 필선의 밀도—을 탄층으로 읽었다. 광산 막장에서 이십 년. 탄층은 보는 것이 아니었다. 탄층은 읽는 것이었다. 압력의 방향, 지층이 휘어진 각도, 암석의 색이 미세하게 바뀌는 경계. 그 모든 것이 문자였다. 땅이 하는 말이었다.

이 지도가 하는 말도 같은 언어로 되어 있었다.

산이 크다. 북쪽 사면이 깊고 가파르다. 물줄기는 동쪽으로만 흐른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이 접근하지 않았다는 뜻. 그 차이가 있었다. 접근이 어렵다고 표시된 지형은 장벽을 강조한다. 이 지도는 장벽을 표시하지 않았다. 대신 중심부로 향하는 선들이 조용히 모여들었다. 빨아들이는 것처럼.

무열은 망가진 왼손을 지도 위에 얹었다.

네 손가락이 종이 위에 평평하게 펼쳐지지 못하고 절반쯤 구부러진 채로 표면에 닿았다. 손가락마디의 흉터 부분에서 감각이 조금 달랐다—압력은 느끼지만 온도는 뭉개지는, 두꺼운 장갑을 낀 것 같은 감각. 5년 전 화순 갱도 붕괴 때 얻은 것이었다. 동료 셋이 죽었고 무열은 왼손 네 손가락의 두 번째 관절을 잃었다. 그게 무열이 그 탄광에서 얻은 것의 전부였다. 잃은 것은 목록이 길었다.

손이 지도의 중심부에 닿았다. 점 하나가 있었다. 다른 점들과 달리 조금 더 강하게 찍혔다. 먹이 짙었다. 지도를 그린 사람이 붓을 한 번 더 눌렀거나, 한 번 눌렀다가 다시 눌렀거나.

그 점 위에 무열의 구부러진 검지 끝이 얹혔다.

땅은 약속을 한다. 탄광에서 일하다 보면 그 사실을 몸으로 안다. 탄층이 여기 있다고, 석탄이 여기 묻혀 있다고, 조금만 더 파면 된다고 땅은 말한다. 그 말이 진짜일 때도 있다. 하지만 진짜일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하는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구분하는 방법은 파보는 것뿐이었다. 파봤을 때 땅이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그 경우가 동료 셋의 몫이었다.

무열은 국물을 떴다. 식어서 기름이 굳어 있었다. 그래도 다 마셨다.

채권자가 말한 사흘이, 이미 흘러간 이틀을 빼면, 하루 남아 있었다.

그는 지도를 다시 말아 상자 안에 넣었다. 상자를 안주머니에 집어넣으려다 크기가 맞지 않아 외투 옆구리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가 묵직해졌다.

아는 사람.

오달수 얼굴이 떠올랐다.

무열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담배를 꺼냈다. 이번에는 불을 붙였다. 첫 모금에 연기가 폐 안으로 가득 들어왔다가 나왔다. 해장국 집 아주머니가 계산을 받으러 왔다. 무열은 동전 주머니를 꺼내 필요한 만큼 셌다. 그러고 나서 남은 동전을 봤다. 토큰 하나, 동전 몇 개.

영월은 여기서 버스로 한 시간이었다.

무열은 나머지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골목으로 나왔다. 바람이 얼굴을 쳤다. 박스 위에 앉아 있던 남자가 아직 거기 있었다. 무열과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눈을 거두지 않았다. 무열도 거두지 않았다. 1초쯤 지나서 무열이 먼저 시선을 끊고 걸었다.

담배 연기가 뒤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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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The Silk Map and the Crushed Hand — 황천의 손 | Gen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