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The King Who Woke on a Nameless Shore

파도가 그를 뱉어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 그는 이미 모래 위에 엎드려 있었고, 손가락 끝으로 젖은 자갈의 질감이 느껴졌다. 입 안에는 소금기가 가득했다. 폐 깊숙한 곳에서 바닷물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지만 그는 기침을 참았다. 먼저 눈을 뜨지 않은 채 귀를 열었다.

파도 소리. 갈매기의 울음이 아닌 다른 무언가의 날갯짓. 바람이 왼쪽에서 불어오고, 그 바람 안에 소나무가 아닌 낯선 수목의 내음이 섞여 있었다. 사람의 발소리는 없었다. 불 피우는 냄새도, 가축의 기척도 없었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하늘이 이상했다.

구름의 형태가 달랐다. 뭉게구름이 탑처럼 쌓여 있는데, 그 높이가 지나쳤다. 청해진에서 보던 하늘, 신라의 하늘, 당나라의 해안에서 올려다보던 하늘과는 분명히 달랐다. 단순히 위도의 차이가 아니었다. 빛의 각도가, 공기의 밀도가, 무언가 근본적인 것이 달랐다.

장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성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무릎을 먼저 세우고 손으로 땅을 짚어 균형을 잡았다. 몸 곳곳이 욱신거렸지만 뼈는 온전했다. 오른쪽 옆구리에 길게 긁힌 상처가 있었고 이미 굳어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일어서서 천천히 둘러봤다.

섬이었다. 크지 않았다. 해안선이 완만한 호를 그리다가 양쪽 끝에서 급경사의 암벽으로 꺾였고, 그 안쪽으로 초목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배가 정박할 만한 자연 항구는 서쪽 방향에 바위가 반달 모양으로 돌출된 지형이 보였다. 깊이는 걸어가서 직접 확인해야 알겠지만, 조류가 그쪽으로 흐르는 것으로 미루어 수심은 충분할 것이었다.

수원이 있는지가 먼저였다.

그는 내륙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식물의 색이 짙었고 잎의 크기가 컸다. 물이 있다는 뜻이었다. 초목의 밀도가 가장 높은 방향을 향해 그는 걷기 시작했다. 발은 맨발이었다. 신발은 어디선가 잃어버렸다. 자갈 위를 걷는 발바닥에 작은 통증이 일었지만 무시했다. 청해진의 군사로 처음 복무하던 시절, 군화조차 없이 반도의 해안선을 순찰하던 발이었다.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 분쯤 걸었을 때 물소리가 들렸다.

작은 개울이었다. 바위 틈에서 솟아나 비탈을 타고 내려오는 맑은 물줄기. 그는 무릎을 꿇고 손으로 물을 떠서 먼저 냄새를 맡았다. 쇠 냄새나 썩은 내가 없었다. 손가락 끝으로 살짝 맛을 보았다. 짜지 않았다. 그제야 두 손을 모아 깊이 마셨다.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그는 다시 생각했다.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의 끝은 청해진이었다. 완도의 밤바다와 달빛 아래 정박한 그의 함선들, 그리고 무언가. 분노의 얼굴들이었던가. 칼이었던가. 그 이후는 어둠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눈앞의 현실이었다. 이 섬, 이 하늘, 이 바다. 그가 알던 세계와 분명히 다른 무언가. 죽어서 다른 세상에 온 것인지, 꿈을 꾸는 것인지, 아니면 이 세계 자체가 처음부터 그가 알지 못하는 법칙 위에 세워진 것인지. 그것을 판별하는 데에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정보를 얻으려면 사람을 만나야 했다.

사람을 만나려면 움직여야 했다.

장보고는 일어섰다.

섬의 지형을 파악하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 그는 내륙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해안선을 따라 걸었다. 그편이 효율적이었다. 섬의 외부 윤곽을 먼저 잡고, 그 다음에 내부를 채우는 것. 지도를 그리는 방식이기도 했고, 적지를 정찰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동안 그가 파악한 것들.

면적은 청해진의 완도보다 훨씬 작았다. 항구로 쓸 수 있는 곳은 서쪽의 반달형 바위 지형 하나뿐이었다. 식수는 내륙의 개울로 충분했고, 식량은 섬 남쪽 사면에서 발견한 과일나무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었다. 과일의 형태가 낯설었다. 먹어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하나를 따서 반으로 쪼개어 속을 확인하고, 작은 조각을 잘라 씹어보았다. 달고 향이 강했다. 독성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북쪽 해안의 높은 바위에 올라섰을 때, 그는 처음으로 멀리를 볼 수 있었다.

수평선.

탁 트인 바다. 그 바다의 색이 이상했다. 구역마다 색이 달랐다. 짙은 남색, 에메랄드빛 초록, 그리고 어딘가 먼 곳에 수직으로 솟은 구름 기둥이 보였는데 그것은 구름이 아니라 물이었다. 바닷물이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장보고는 오랫동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없었다. 놀라움도 거의 없었다. 있는 것은 고요한 집중이었다. 풍향과 조류의 방향을 읽듯 그 광경을 읽으려 했지만 이번만은 그의 경험이 참조점을 제공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가 아는 어떤 자연 현상과도 달랐다.

그는 바위에서 내려와 해안가로 돌아갔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 그것이 먼저였다. 청해진을 세울 때도, 당나라 조정과 교섭할 때도, 신라의 귀족들과 겨룰 때도, 그가 가장 경계한 것은 자신이 이미 안다고 착각하는 상태였다. 이 세계는 그의 지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로 가득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다시 배우면 되었다.

그는 모래 위에 앉아 두 무릎을 가슴 앞으로 끌어안았다. 태양이 기울고 있었다. 서쪽 하늘이 주황과 자홍으로 물들었고, 그 빛이 파도 위에 길게 늘어졌다. 파도 소리는 일정했다. 청해진의 파도 소리와 다르지 않았다.

바다는 같았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새벽이 되어 허기가 진짜 통증이 될 즈음, 배가 보였다.

처음에는 점이었다. 수평선 위의 작은 얼룩. 그것이 점점 커지면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나무 배였다. 크기는 작았다. 돛대 하나에 낡은 삼각돛을 달고 있었고, 뱃머리가 낮았다. 어선이었다.

장보고는 일어서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앉은 채로 배의 항적을 눈으로 좇았다. 배는 섬의 북쪽을 돌아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섬에 정박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지나치는 길이었다.

그때 배 위의 누군가가 이쪽을 보았다.

장보고는 손을 들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해안가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그것으로 충분했다. 구조를 애원하는 몸짓은 하지 않았다. 그런 몸짓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무게를 그는 알고 있었다.

배의 방향이 바뀌었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뱃머리가 섬 쪽을 향했다. 서쪽의 반달형 바위 지형으로 접근해 왔다. 장보고는 그제야 일어나 그쪽으로 걸어갔다.

배에는 세 명이 타고 있었다. 중년의 남자와 소년 하나, 그리고 노인. 배가 바위에 가까워지자 소년이 뛰어내려 밧줄을 잡았다. 중년 남자가 장보고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경계심과 호기심이 반반이었다.

"거기서 뭐 하는 거요?"

말을 알아들었다. 억양이 달랐지만 의미는 들어왔다. 이상한 일이었는데, 장보고는 일단 그 이상함을 마음 한구석에 접어두기로 했다.

"배가 없어졌소."

"없어졌다고?"

"폭풍이었소. 얼마나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중년 남자가 노인과 눈길을 주고받았다. 노인의 얼굴에 주름이 깊었다. 그는 장보고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맨발, 해진 옷, 마른 몸. 그러나 눈빛이 달랐다. 사람은 눈빛으로 그 무게를 드러낸다. 노인은 오래 살아온 사람 특유의 눈으로 그 무게를 감지한 것 같았다.

"거 한동안 굶었겠네."

노인이 말했다. 비아냥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사흘쯤."

"음식은 선상에 있소. 우선 올라와요."

장보고는 바위를 밟고 배에 올랐다. 배 안에서 생선 말리는 냄새가 났다. 비릿하고 짭짤한 냄새. 오래된 목재의 냄새. 그리고 사람 사는 냄새.

소년이 건네는 물을 받아 마시면서 그는 배 안을 살폈다.

어구들. 그물이 세 벌 걸려 있었는데, 두 벌은 상태가 괜찮았고 한 벌은 군데군데 찢겨 있었다. 손질한 지 오래된 것이었다. 찢긴 부분을 꿰매긴 했는데 매듭이 어설폈다. 저렇게 놔두면 이번 출어에서 물고기 절반은 빠져나간다.

"저 그물 말이오."

그가 말했다. 중년 남자가 시선을 따라 찢긴 그물을 보았다.

"알아요. 손 볼 재료가 없어서."

"재료는 내가 어떻게든 되오. 매듭 방식을 바꾸면 시간이 절반으로 줄고, 강도가 두 배가 되는데. 항구에 닿기 전에 고쳐드릴 수 있소."

"그걸 어디서 배웠다는 거요?"

장보고는 잠깐 생각했다.

"오래된 스승에게."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닿은 곳은 섬도 아니고 다른 곳도 아니었다. 작은 반도의 끝에 붙어 있는 마을이었다. 항구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규모였다. 나무 말뚝을 박아 만든 부두가 하나, 거기에 배 대여섯 척이 줄지어 묶여 있었다. 부두 위로 집이 열다섯 채 남짓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지붕은 초가도 있고 나무 판자를 얹은 것도 있었다.

바다 냄새와 생선 냄새, 그리고 연기 냄새.

배가 닿자 마을 사람 몇이 부두로 나왔다. 낯선 이를 보는 눈길이 고르지 않았다. 어떤 눈에는 경계가, 어떤 눈에는 단순한 호기심이 담겼다. 아이 둘이 뒷걸음질하며 담 뒤로 숨었다.

노인이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폭풍에 배 잃은 사람이요. 당분간 여기 있어도 되겠소?"

사람들이 서로를 보았다.

"당분간이 얼마나요?"

누군가 물었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사십 대쯤 된 여자가 팔짱을 끼고 부두 끝에 서 있었다. 마을에서 목소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눈이 날카롭고 턱이 단단했다.

"다음 배가 지나가기 전까지만. 폐를 끼치려는 것이 아니오. 손이 두 개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소."

장보고가 직접 대답했다. 여자가 그를 뜯어보았다.

"뭘 할 줄 알아요?"

"배에 타면서 보여드린 게 있소이다."

중년 남자가 끼어들었다.

"그물이오. 찢긴 그물 봤지요? 오는 동안 혼자 다 고쳤어요. 매듭 방식이 우리랑 달랐는데, 훨씬 튼튼했소."

여자가 고쳐진 그물을 보았다. 그물이 배 위에서 빛을 받으며 팽팽하게 펼쳐져 있었다. 여자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일단 들어와요."

그것이 전부였다. 환영도, 안심도 아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마을에서 그에게 내준 것은 창고 한 켠의 작은 공간이었다. 건초를 깔아 바닥을 만들고, 헌 담요 하나. 그날 저녁 밥상에는 생선국과 조악한 빵이 올라왔다. 소박했지만 따뜻했다.

그는 혼자 먹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저녁을 먹는 공동 공간이 있었고, 그는 그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말은 많이 하지 않았다. 대신 귀를 열었다.

오가는 대화들.

어디선가 들이닥친 해적 무리가 인근 항구를 털었다는 이야기. 세금 징수원이 이번 달 안에 다시 온다는 걱정. 거대한 배가 지나갔는데 깃발에 갈매기 문양이 있었다는 것. 해군이었다고 누군가 말했다. 다른 누군가가 고개를 흔들었다. 해군은 우리 같은 데는 안 와, 너무 작아.

갈매기 문양. 해군.

해적.

이 세계의 구조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다를 지배하려는 공식적인 힘과, 그 질서에 저항하거나 무관하게 움직이는 세력들. 그 사이에서 끼어 사는 사람들. 마을 사람들처럼.

그것은 그가 살았던 세계와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조의 뼈대는 낯설지 않았다.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 바다와 그 바다를 통제하려는 욕망. 그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

소년이 그의 옆에 와서 앉았다. 배에 함께 타고 있던 아이였다. 열두어 살쯤 됐을 것이었다.

"아저씨, 어디서 왔어요?"

"먼 곳에서."

"얼마나 먼 데요?"

"이름을 말해도 모를 곳이오."

소년이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

"악마의 열매 먹었어요?"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의 표정에 변화가 없었지만 내부에서는 새로운 항목에 표시가 생겼다. 악마의 열매.

"먹지 않았소. 그것이 무엇이오?"

소년의 눈이 커졌다.

"그것도 몰라요? 먹으면 엄청난 힘이 생기는 열매요. 대신 바다에 빠지면 죽는대요. 근데 도는 얘기로는 진짜는 한 번 밖에 못 먹는다고 하고요."

"그런 것이 있소."

의문문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소년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적들 중에 그거 먹은 사람들이 되게 많대요. 무서운 사람들이요."

장보고는 조용히 생선국 그릇을 들었다.

악마의 열매. 먹으면 특별한 힘을 얻는 것. 그 대신 바다에서는 죽는다. 힘과 대가의 교환. 세상에는 언제나 그런 것이 있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하나 있었다.

먹은 사람과 먹지 않은 사람. 그리고 그 사이의 질서.

"그런 사람들에게 맞설 때에는 어떻게들 하오?" 그가 소년에게 물었다.

소년이 멀뚱히 그를 쳐다보았다.

"맞서요? 그냥 도망가지요."

장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날 밤 창고 귀퉁이에서 그는 잠을 자지 않았다. 건초 위에 누워 천장의 나무 결을 보면서 지금까지 들은 것들을 분류하고 배열했다. 갈매기 문양의 해군. 해적들. 악마의 열매. 세금 징수원. 인근 항구를 턴 무리. 마을의 규모와 부두의 상태. 어선들의 낡은 정도. 사람들의 표정에 녹아 있는 만성적인 불안.

이 세계는 바다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바다를 지배하는 질서가 있었는데, 그 질서는 이 마을의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언젠가 이와 비슷한 바다를 알았다.

신라의 해안 마을들이 해적에 시달리던 시절. 당나라와 신라 사이의 교역로가 무법 지대였던 시절. 그 바다를 손에 쥐기 위해 그는 청해진에서 시작했다.

섬 하나. 배 몇 척. 그리고 사람들의 신뢰.

언제나 거기서부터였다.

장보고는 눈을 감았다.

내일은 부두 목재의 상태를 살펴볼 것이었다. 어선들의 선체도. 어구의 종류와 어장의 위치도 물어봐야 했다. 마을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이 부족하며,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아는 것이 먼저였다.

그는 이미 이 세계에서 무언가를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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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The King Who Woke on a Nameless Shore — 해상왕의 귀환: 신세계를 지배하라 | Gen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