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아무것도 없었다고 기억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시간이 언어보다 먼저 존재했고, 슬픔이 이름보다 먼저 존재했으며, 신들은 아직 자신의 행위에 이유를 붙이는 습관을 갖추기 전이었다.
소년은 강가에 서 있었다.
강의 이름은 없었다. 마을의 이름도 없었다. 소년 자신의 이름도—적어도 그가 지금 기억할 수 있는 형태로는—존재하지 않았다. 흙 냄새가 났다. 젖은 돌 냄새, 어딘가 멀리서 타오르는 불의 냄새. 해가 지고 있었고 하늘은 짐승의 피처럼 붉었다.
신이 나타났을 때 소년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발이 땅에 붙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신은 소년이 상상하던 것과 달랐다. 거대하지도 않았고 빛나지도 않았다. 다만 그는 완전히 고요했다—바람이 그의 주변에서만 멈춰 있었고, 강물이 그의 발밑에서만 소리를 잃었다. 그 고요함이 두려운 것이었다. 살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신의 손에는 검이 있었다.
검은색이었다. 밤하늘도 아니고 먹도 아닌, 빛이 닿으면 오히려 더 어두워지는 색. 소년은 그 검이 자신에게 오기 전 한 순간 동안—눈 깜짝할 사이도 아닌, 그보다 더 짧은 무언가—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검이 박혔다.
가슴 한가운데. 갈비뼈 사이. 심장의 왼편.
소년은 쓰러지지 않았다. 쓰러지려 했으나 몸이 허락하지 않았다. 극렬한 통증이 왔다가—통증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했다. 불이 붙은 것 같았고, 그 불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피부를 뚫고 하늘까지 치솟을 것 같았다. 소년은 입을 열었으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숨이 끊겼다가 다시 돌아왔다. 끊겼다가. 다시.
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후 수천 년 동안 소년—이제는 소년이 아니었지만—이 가장 자주 떠올리게 될 것은 바로 그 침묵이었다. 이유를 말해줬다면. 한 마디라도. 네가 이것을 했기 때문에, 혹은 네가 이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신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채 돌아섰고, 그가 지나간 자리에서 강물이 다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소년은 가슴에 박힌 검자루를 손으로 잡아당겼다. 빠지지 않았다. 두 손으로 잡아당겼다. 빠지지 않았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검자루를 땅에 대고 전체 몸무게로 눌렀다.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살이 검을 감쌌다—상처가 아물듯이, 가시가 피부 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듯이. 마치 몸이 그 검을 처음부터 자신의 일부였던 것처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밤이 되었다. 소년은 강가에 앉아 있었다.
해가 뜨고 또 졌다.
소년은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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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었다.
도시는 아침마다 이 시간에 이런 빛을 내보냈다—회색과 금색 사이 어딘가, 계절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색. 강이현은 창문 안쪽에 서서 그 빛이 포장도로를 적시는 방식을 바라보았다. 수천 년을 살아도 가을 아침의 이 특정한 각도는 매번 달랐다. 매번 거의 같으면서.
그는 문을 열었다.
골동품 가게는 좁았다. 도시의 외곽, 재개발이 논의되었다가 논의가 흐지부지된 구역, 낮은 건물들이 서로 기대어 서 있는 골목 안쪽. 간판은 작고 글씨는 낡았다. 의도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원했다면 더 넓은 자리에 더 밝은 간판을 달았을 것이다. 이현은 찾아오는 사람보다 지나쳐 가는 사람이 더 많기를 원했다.
그는 창가에 도자기 하나를 꺼내 놓았다. 조선 후기, 분청사기, 굽 부분에 금이 간 것. 이전 주인은 이십 년 전에 죽었다. 그전 주인은 육십 년 전에 죽었다. 그전 주인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 전에 죽었다. 이현은 도자기를 창틀에 올려놓으면서 그 금의 각도를 기억했다—처음 이 그릇을 보았을 때, 금은 없었다. 언제 생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살아 있는 것들이 상처 없이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점에서 도자기도 다를 것이 없었다.
가게 안에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탁자, 촛대, 빛바랜 족자, 나무로 깎은 빗, 놋쇠 경첩, 유리 약병, 자개 함. 모두 주인을 잃은 것들이었다. 이현은 주인을 잃은 물건을 모았다—살아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원하지 않는 것들, 버려지기에는 너무 오래된 것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감상적인 취미라고 했다. 이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건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은 죽으면 없어지지만 물건은 남았고, 물건이 남는 방식 안에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선반 먼지를 닦았다. 매일 하는 일이었다. 수천 년을 살아온 존재가 매일 아침 먼지를 닦는 것이 우습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지금은 느끼지 않았다. 루틴이 있는 한 하루는 시작되고 끝났다. 그게 전부였다.
창밖에서 버스가 지나갔다. 이어서 자전거. 이어서 우산을 쓴 여자. 이현은 그 여자의 우산이 반쯤 뒤집혀 있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지나쳐 갔다. 사람들은 언제나 지나쳐 갔다.
이현은 가게 안쪽에 있는 낮은 의자에 앉아 차를 우렸다. 차는 뜨거웠다. 찻잔은 얇았다. 손가락 끝에서 열이 느껴졌다가 식었다. 그는 창밖을 보았다. 가을 잎이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 도시에서 이 가게를 열기 전에 그는 이십 년을 다른 도시에 있었다. 그전에 또 이십 년. 한 곳에 이십 년 이상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늙지 않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가슴 가운데—정확히 심장 왼편에—차가운 무게가 항상 있었다.
습관이 되어버린 무게였다. 깨어 있는 시간에는 잊고 있다가도, 조용해지는 순간에는 다시 그것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칼등이 갈비뼈 사이를 누르는 감각. 숨을 깊이 들이쉬면 묵직하게 저항하는 무언가. 수천 년을 그와 함께 있어왔기 때문에 이현은 그것을 고통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이름을 붙이면 실재해버리는 것들이 있었다. 이것은 그런 종류였다.
그는 찻잔을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가슴팍을 가볍게 짚었다. 셔츠 위로도 검자루의 윤곽이 느껴질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안에 있었는데도 몸은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물질처럼 밀어내지 않았다. 처음 그 강가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자가 죽을 때마다 그는 검을 잡아당겨보았다. 아내가 죽을 때, 친구가 죽을 때, 누군가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눈을 감을 때. 뽑히지 않았다. 한 번도. 수십 번의 시도에서 단 한 번도.
신은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그것이 처음에는 분노였다가, 나중에는 체념이었다가, 더 나중에는—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이유를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이현의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 기대하지 않는 것. 먼저 사랑하지 않는 것.
그는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거리에서 소년이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현은 그쪽을 보았다. 소년은 무릎을 짚고 일어나 자전거를 다시 세웠다. 괜찮은지 확인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소년은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이현은 그 뒷모습이 골목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보았다.
골목이 다시 비었다.
이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선반 쪽으로 갔다. 선반 아래 칸, 다른 물건들 뒤쪽에 작은 나무 상자가 하나 있었다. 검은 옻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상자. 그는 그것을 꺼내지 않았다. 다만 손끝으로 측면을 한 번 짚었다가 거두었다. 오늘은 아니었다. 열어볼 날이 따로 있었고, 오늘은 그날이 아니었다.
그는 창가로 돌아갔다.
빛이 바뀌고 있었다. 가을 아침의 빛은 오래 가지 않았다. 금색이 회색으로 물러나고, 구름이 두꺼워지고, 거리의 색이 납빛으로 가라앉는 것. 이현은 그 변화를 바라보았다—이 도시에서, 이 가게에서, 이 의자에서, 이 각도로 이 빛이 변하는 것을 처음 본 사람처럼.
그러나 그의 눈은 처음 보는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수천 번 보았고 수천 번 보게 될 눈이었다.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은 이 도시에 없었다. 이 나라에도, 이 세계에도, 그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살아 있는 자는 없었다.
이현은 찻잔을 들었다. 식어 있었다.
그는 다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