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The Karaoke King Walks Into the Blue House

금요일 밤 열한 시, 강남구 논현동의 지하 2층.

클럽 파라다이스의 7번 룸에서는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었다.

물론 진짜로 죽는 건 아니었다. 오달수는 그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마이크를 잡아본 사람이 '남자는 배다' 전주가 시작되자마자 저 표정을 짓는다면, 뭔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신호였다.

"최 국장님, 잠깐만요."

오달수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손에는 위스키 잔. 얼굴에는 '저는 지금 완전히 즐기고 있습니다'라는 표정. 둘 다 가짜였지만 이 룸 안에서 진짜인 게 뭐가 있겠냐 싶었다.

최 국장, 본명은 최기열, 직함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나이는 쉰둘, 현재 상태는 만취에 흥분, 넥타이는 이마에 동여매져 있었다. 그가 세 박자 빠르게 탬버린을 두드리며 첫 소절을 질러댔다. 마이크가 하울링을 일으켰다. 룸의 스피커가 신음했다. 옆 룸에서 항의 소리가 들렸다.

"어이, 달수야! 넌 왜 안 마셔? 어? 이 자식아!"

오달수는 입가에 미소를 유지하며 잔을 들어 보였다. "마시고 있잖습니까, 국장님. 마시고 있어요."

실제로는 지난 한 시간 동안 같은 잔에 위스키를 한 손가락치씩 채웠다 비웠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비우는 건 소파 뒤 화분이 담당이었다. 클럽 파라다이스에서 호스트를 오 년째 하다 보면 이런 기술쯤은 몸에 밴다.

최기열 선임행정관이 노래를 멈춘 건 두 번째 후렴구에서였다. 갑자기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로 쓰러지듯 앉더니, 눈물을 닦는 척 눈가를 훔쳤다. 오달수가 눈치챈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손등이 실제로 젖었다.

아. 이 사람, 진짜로 울고 있네.

오달수는 조용히 리모컨을 집어 음악을 낮췄다. 동석했던 다른 손님 두 명, 이름도 모르는 넥타이 부대 후배들은 볼 일 다 봤다는 듯 이미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 상태였다. 잘들 한다.

"국장님."

"....."

"한 잔 더 하시겠어요?"

최기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천장을 보고 있었다. 미러볼이 천천히 돌면서 파란 빛과 빨간 빛을 그의 얼굴 위에 번갈아 뿌렸다. 화장이 번진 것처럼 눈 주위가 붉었다.

"나 이번에... 잘릴 것 같아."

오달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럴 때 말이 없는 게 제일이라는 걸 오 년이 가르쳐줬다.

"수석한테 찍혔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하루아침에 선 그어진 거야. 알아? 그 느낌. 내가 없는 회의에서 내 얘기가 나왔다는 거. 그게 제일 무서운 거야."

오달수는 천천히 손님 옆자리로 이동해 앉았다. 지금 이 사람이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었다. 그냥 자기 말을 들어줄 귀가 필요한 것뿐이었다. 오달수는 세상에서 그 두 가지를 제일 잘 구분했다.

"근데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게 문제야."

최기열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위스키가 탁자 위를 번졌다. 그의 손이 잔을 놓친 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오달수가 티슈로 조용히 닦았다.

새벽 한 시가 넘었을 때 최기열은 완전히 뻗었다. 소파에 옆으로 누운 채 코를 골기 시작했다. 넥타이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재킷 안쪽 주머니에서 명함 케이스가 삐져나와 있었다.

오달수는 잠시 그것을 보다가 손을 뻗었다. 습관이었다. 호스트 생활 오 년에 손님 명함 한 번 안 본 사람이 어디 있겠나.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최기열.

오달수는 명함을 뒤집었다. 앞면과 동일한 정보가 찍혀 있었다. 명함을 도로 케이스에 꽂으려다가, 한 장을 슬며시 뺐다.

버릇이었다. 나중에 청구서 보낼 때 쓸 수도 있고.

그는 최기열을 택시 태워 보내고, 구토 처리를 두 번 했고, 룸 안을 정리하고, 새벽 세 시에야 퇴근했다. 지하철 막차는 끊겼고 오달수는 논현로를 터벅터벅 걸었다. 강남의 밤은 새벽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간판들이 그의 그림자를 여러 방향으로 늘렸다 줄였다 했다.

명함은 주머니에서 잊혔다.

사흘 후 화요일 오전, 오달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070으로 시작하는 걸 보니 인터넷 전화인데, 보이스피싱치고는 앞번호가 좀 다른 패턴이었다.

"여보세요."

"오달수 씨 맞으시죠?"

목소리는 중년 여자였다. 사무적이고 건조했다.

"네, 맞는데요."

"대통령비서실 인사운영팀입니다."

오달수는 칫솔을 든 채로 욕실 거울을 보고 있었다. 거울 속의 자기 얼굴이 잠깐 멈췄다.

"...네?"

"지원하신 행정관 직위 관련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에 면담이 가능하시겠어요?"

오달수는 칫솔을 천천히 내렸다. 입에 치약 거품이 가득한 채로 한 박자를 버텼다.

"아, 네. 가능합니다."

전화가 끊겼다.

오달수는 세면대에 치약을 뱉었다. 거울 속 자기 얼굴을 다시 봤다. 눈이 동그랗게 떠져 있었다.

대통령비서실.

그가 지원한 적이 있나? 없었다. 당연히 없었다. 이력서를 넣을 생각 자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이력서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으니까. 전문대 중퇴, 노래방 호스트 오 년, 그 전에 대리운전 일 년, 그 전에 편의점 알바 두 해. 이게 오달수 서른두 해의 공식 기록이었다.

그런데 대통령비서실 인사운영팀이 전화를 했다.

그는 거울 앞에 한참 서 있었다. 그리고 씩 웃었다.

"최 국장님."

주머니에서 명함이 나왔다. 각도를 바꿔가며 들여다봤다. 빛에 비추면 은은하게 문양이 들어가 있었다. 종이 결부터 달랐다. 이런 명함은 아무나 못 주문한다.

오달수가 손님 명함 뽑아가는 걸 본 게 분명했다. 그리고 취한 채로 뭔가를 한 것이다. 오달수가 뭔가를 지원했다는 서류를 넣어줬든, 아니면 직접 추천을 넣었든. 취중진담이라더니 이 양반 혀가 얼마나 두꺼웠으면.

아니면.

오달수는 다시 한번 명함을 내려다봤다.

그 새벽 소파 위에서, 넥타이를 이마에 두르고 눈물을 닦던 남자.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던 남자. 그 남자가 다음 날 술이 깨고 나서 무언가를 결심했을 수도 있었다.

이유야 어쨌건, 오달수에게 남은 건 하나였다.

목요일. 면담.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옷장을 열었다. 검은 정장 한 벌. 호스트 때 맞춘 것이라 어깨선이 약간 과했다. 흰 와이셔츠 두 장. 넥타이는 세 개인데 패턴이 전부 화려했다.

"에이 씨."

그는 넥타이 세 개를 들고 형광등 아래서 번갈아 대봤다.

목요일 오전 아홉 시, 경복궁 서쪽.

오달수는 광화문 사거리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바람이 차가웠다. 10월의 서울은 겉으로만 멀쩡했다. 하늘은 높고 은행나무는 노랬고 공기 속에 뭔가 뻣뻣한 것이 섞여 있었다.

그는 오는 버스 안에서 세 가지를 외웠다. 빌려온 이력서의 주요 내용, 그 이력서 주인공의 간략한 인적사항, 그리고 만약 들통날 경우의 탈출 시나리오 세 가지.

이력서는 대학 후배 정민석 것이었다. 정민석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구청에서 계약직을 하다가 지금은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오달수가 전화를 걸어 "야, 니 이력서 하나만 빌려주라, 대신 치킨 살게"라고 했을 때 정민석은 오 초간 침묵하다가 물었다.

"어따 쓰게?"

"청와대."

"야."

"응."

또 침묵.

"진짜로?"

"치킨 두 마리."

정민석은 카카오톡으로 이력서 파일을 보냈다. 거기서 이름과 사진과 주민등록번호만 오달수 것으로 고쳤다. 나머지는 그대로였다. 학력은 정민석의 행정학과 졸업, 경력은 구청 행정 보조, 특기사항에는 '공문서 작성 유경험, 엑셀 능숙'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달수가 할 수 있는 게 뭔지는 몰라도 공문서와 엑셀은 아니었다.

청와대 진입로 입구에는 경호원 두 명이 서 있었다. 제복이 아니라 검은 정장이었지만 서 있는 방식이 달랐다. 어깨가 달랐다. 눈을 마주쳐도 감정이 없었다. 저런 눈은 노래방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오달수는 가슴이 조여드는 걸 느꼈다. 정확히는 흉골 뒤쪽에서 뭔가가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야, 오달수. 정신 차려. 여기가 노래방이라고 생각해. 손님이 무섭게 생겼을수록 더 자신 있게 웃어야 된다는 거 잊었어?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면담은 생각보다 짧았고, 생각보다 허술했다. 인사운영팀의 담당자는 사십대 초반의 남자였는데, 이력서를 훑어보는 동안 전화가 두 번 왔다. 두 번 다 받았다. 통화 내용으로 봐서는 다른 인사 건이었다. 오달수가 앉아 있는 동안 그 담당자는 이력서보다 자기 핸드폰을 더 많이 봤다.

"행정 보조 경험 있으시죠?"

"예, 있습니다."

"엑셀 쓸 줄 아시죠?"

"네."

"운전면허는요?"

"1종 보통입니다."

담당자가 서류에 체크를 했다.

"신원조회 결과는 이미 나왔고요. 금주 중 발령 가능합니다.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시작하셔야 해서요."

오달수는 한 박자 놓쳤다.

"바로요?"

"선임자가 갑자기 공백이 생겨서. 하위직 행정관 자리인데, 당장 손 필요한 게 있어서요."

담당자가 서류를 한 장 내밀었다.

"이거 서명하시면 됩니다."

오달수는 펜을 들었다. 손이 아주 조금 떨렸다. 아주 조금이었다. 그는 손가락에 힘을 줬다.

서명했다.

그 주 금요일 오전, 청와대 본관 서측 출입문.

경호처 확인 절차는 삼십 분이 걸렸다. 방문증이 아닌 상시출입증을 받는 절차였다. 지문, 눈, 서류 세 번. 사진도 새로 찍었다. 오달수는 렌즈 앞에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으려다 근육이 굳는 걸 느꼈다.

出入證에 인쇄된 자기 얼굴을 받아들었을 때, 그는 잠깐 그것을 내려다봤다.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오달수.

이름 석 자가 이렇게 낯선 적이 없었다.

철문이 열렸다. 경호원이 짧게 고갯짓했다. 들어가라는 신호였다.

오달수는 첫걸음을 뗐다.

들어가자마자 느낀 건 냄새였다. 바깥의 가을 냄새가 잘리고, 잔디와 낙엽과 오래된 건물 특유의 냄새가 섞였다. 조용했다. 강남의 소음과는 다른 종류의 고요였다. 사람이 없어서 조용한 게 아니라, 있는 사람들이 소리를 아껴 쓰는 조용함이었다.

경내는 넓었다. 오달수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본관 건물은 멀리서 보던 것보다 낮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북악산이 뒤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늘이 다른 곳보다 사방에서 더 많이 보였다.

그는 걸으면서 셌다.

안내를 맡은 직원이 두 명. 지나치는 사람 중 정장 입은 사람 열한 명. 그 중 걸음이 빠른 사람 여섯. 서류를 들고 있는 사람 셋. 핸드폰을 들고 있는 사람 두 명, 둘 다 통화 중.

노래방이랑 구조가 다르지 않네.

오달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다 비슷하다. 권력이 있는 사람, 권력을 원하는 사람, 권력이 있는 척하는 사람, 그리고 그 사이를 눈치껏 오가는 사람. 카테고리가 네 개밖에 없었다.

나는 마지막 거겠지.

배정받은 사무실은 비서동 2층 끝 방이었다. 문을 열자 낡은 책상 두 개와 캐비닛 세 개, 창문 하나. 창문 너머로 잔디밭이 보였다. 이전에 이 자리에 있던 사람의 개인물품은 이미 치워져 있었고, 책상 위에는 업무 인수인계 파일 하나만 놓여 있었다.

파일 표지에는 붙임 쪽지가 하나 붙어 있었다. 필기체로 간단하게.

'환영합니다. 모르는 건 물어보지 마세요.'

오달수는 쪽지를 떼어 구겼다.

그는 창가로 가서 잔디밭을 내려다봤다. 가을 햇살이 비스듬했다. 어딘가에서 낙엽이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 정말로 여기가 그 청와대였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그곳.

강남구 논현동 지하 2층 출신이.

속이 이상했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무서운 것도 아니고, 기쁜 것도 아니었다. 셋이 동시에 있는 것 같은 이상한 상태였다.

인생이 무협지처럼 안 풀린다는 건 알고 있었다. 강호에 발을 내딛는 젊은 협객처럼 뭔가 사자후라도 토해야 할 것 같은 순간인데, 실제로 입에서 나온 건 그냥 조용한 헛기침이었다.

오달수는 책상 앞에 앉았다.

파일을 폈다.

첫 장에는 '대통령비서실 행정지원 업무 매뉴얼'이라고 쓰여 있었다. 두 번째 장에는 내부 연락망. 세 번째 장부터는 공문 작성 양식들이었다.

그는 잠시 그것을 보다가, 두 번째 장 연락망으로 돌아왔다.

눈이 저절로 훑기 시작했다. 이름들. 직함들. 그 옆에 내선 번호들.

이름은 그냥 이름이 아니었다. 직함은 그냥 직함이 아니었다. 연락망 안에서 누가 누구 옆에 있는지, 누가 누구와 같은 줄에 있는지, 누가 페이지 제일 위에 있고 누가 제일 아래에 있는지. 그게 다 뭔가를 말해줬다.

오달수는 노래방에서 이런 걸 배웠다.

방에 들어온 손님이 어떤 순서로 앉는지 보면 그 자리의 서열이 보였다. 누가 제일 먼저 화장실 가는지, 누가 마이크를 혼자 쥐고 있는지, 누가 웃기지 않은 말에 웃어주는지. 그 패턴을 읽으면 그 방에서 누가 진짜 권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도 다를 게 없었다.

그는 천천히 연락망을 한 줄씩 읽어내려갔다. 제일 위 줄에 있는 이름은 비서실장이었다. 백상호. 직함 앞에 다른 사람들보다 여백이 조금 더 있었다. 작은 차이였다. 하지만 연락망을 만든 사람이 그 여백을 넣은 건 실수가 아니었다.

오달수는 그 이름 아래에 손가락을 올려놨다가 뗐다.

창밖에서 바람이 한 번 지나갔다.

북악산 그림자가 잔디밭 위로 길게 눕기 시작했다.

오달수는 파일 첫 장으로 돌아가 접이식 메모지를 꺼냈다. 그리고 오른쪽 위 모서리에 날짜를 적었다.

그 아래에 딱 한 줄.

살아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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