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고묘 앞에 선 것은 임신년 가을이었다.
함께 온 여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소녀를 데려온 것인지, 소녀가 따라온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여자는 입구에서 멈추었고, 소녀는 여자가 멈추었기 때문에 멈추었다. 그것이 소녀가 이 장소에 대해 처음 한 행동이었다. 멈추는 것.
고묘는 종남산 깊은 곳에 있었다. 비문이 새겨진 석문 두 개가 세로로 나란히 섰고, 그 사이를 통과하면 돌계단이 아래로 이어졌다. 산 바깥에서는 가을 햇볕이 아직 따뜻했으나, 계단 입구에서부터 공기가 달라졌다. 습하고 차가웠다.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소매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문지기는 없었다. 문 자체가 이 문파의 문지기였다.
여자가 석문의 오른쪽 기둥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거기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소녀는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부모가 남긴 것이 있다면 그것뿐이었다.
고묘파 입문 규율 제일조. 입문하는 자는 속세의 이름을 유보한다.
소녀는 자신의 이름을 떠올렸다. 입 안에서 한 번 굴려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가 말했다. 들어가거라.
그것이 작별이었다.
石門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열여덟쯤 되어 보이는 여제자였다. 나중에 소녀가 알게 되는 이름은 이막수였으나, 그날 이막수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필요한 정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막수는 소녀를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고, 무언가를 적은 뒤, 소녀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복도는 돌로 되어 있었다. 바닥도, 벽도, 천장도. 횃불이 벽에 박힌 쇠고리에 꽂혀 있었고, 그 빛이 흔들릴 때마다 그림자가 함께 흔들렸다. 소녀는 자신의 발소리를 들었다. 이막수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첫 번째 멈춤은 복도 중간에 있는 또 다른 석벽 앞에서였다.
이막수가 말했다. 읽어라.
고묘파 입문 규율 제이조. 제자는 외부인과 접촉하지 않는다. 남성과의 교제는 문파의 핵심 규율에 위배되며, 이를 어기는 자는 파문한다.
고묘파 입문 규율 제삼조. 제자는 타인의 감정에 동요되지 않는다. 연민, 분노, 두려움, 그리고 애정—이 감정들은 무공의 수련을 방해하며 고묘파 여인의 길에 적합하지 않다.
고묘파 입문 규율 제사조. 제자의 몸은 수련의 도구다.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소녀는 모두 읽었다. 이막수가 다음으로 이동했다.
규율 비문은 총 일곱 개였다. 소녀는 그것들을 차례로 읽었다. 어떤 것은 행동에 관한 것이었고, 어떤 것은 생각에 관한 것이었다. 둘을 구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적혀 있지 않았다.
마지막 일곱 번째 비문 앞에 섰을 때, 이막수가 말했다. 앞으로 이것들은 매일 아침 암송한다.
소녀는 알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것이 이 장소에서 소녀가 처음 한 말이었다.
이막수는 소녀의 대답에 대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반응은 평가이고, 평가는 감정의 표현이었으므로.
방은 복도 끝에 있었다. 비문을 다 읽은 뒤에야 보여주는 것이 이 문파의 절차였다.
작은 방이었다. 돌 침상이 하나, 그 위에 접힌 이불이 하나. 벽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창문은 없었다. 공기는 아까보다 더 차가웠다.
이막수가 말했다. 가져온 것을 내어라.
소녀는 데려온 여자가 싸준 작은 보따리를 내려놓았다. 이막수는 그것을 열어 안을 살폈다. 낡은 옷 두 벌. 헝겊으로 만든 작은 인형. 종이에 싼 말린 대추 몇 알.
인형은 이막수가 가져갔다. 대추도 가져갔다. 옷은 돌려주었다.
소녀는 물었다. 왜요.
이막수는 잠시 소녀를 보았다.
물음은 의심에서 나온다. 의심은 마음의 동요에서 나온다. 고묘파 제자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덧붙였다. 내일부터 고묘파 제복을 입는다. 속세의 것은 필요 없다.
이막수가 나갔다. 문은 닫혔다. 닫히는 소리가 돌벽을 타고 짧게 울렸다가 사라졌다.
소녀는 돌 침상에 앉았다. 이불을 만져보았다. 새 것은 아니었으나, 깨끗했다.
인형은 솜을 넣어 만든 것이었다. 팔다리가 있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소녀는 알지 못했다. 데려온 여자가 보따리 안에 넣어준 것을 그날 처음 보았다. 이름도 없었다. 인형이 사라진 것에 대해 소녀는 무언가를 느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서술할 언어가 소녀에게는 아직 없었다.
잠시 후 소녀는 눈을 감았다.
고묘파 규율 중 음식에 관한 항목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관행은 있었다.
저녁식사는 제자가 직접 가져다 먹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음식이 놓였다. 그것을 가져가는 것도, 먹는 것도, 개인의 일이었다. 함께 먹는 자리는 없었다. 고묘파에서 식사는 수련과 수면 사이의 기능적 행위였고,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입문 첫날, 소녀는 그것을 몰랐기 때문에 저녁을 먹지 못했다.
배가 고팠는지 고프지 않았는지는 나중에도 기억하지 못했다.
밤중에 소녀는 한 번 깼다. 어둠이 완전했다. 횃불이 꺼진 복도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산 위에서 바람 소리가 났을 수도 있으나, 돌 아래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소녀는 누운 채로 천장을 보았다. 천장은 보이지 않았다.
규율 비문들이 순서대로 떠올랐다. 읽은 순서대로. 한 글자도 빠짐없이. 소녀는 기억이 좋았다. 태어날 때부터 좋았는지, 필요에 의해 좋아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제삼조가 마지막으로 남았다. 연민, 분노, 두려움, 그리고 애정.
소녀는 그 단어들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어떤 것이 어떤 감각인지 소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지금 자신이 그중 하나를 느끼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규율은 그것들을 버리라고 했는데, 버리려면 먼저 가지고 있어야 했다.
소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튿날 아침, 소녀는 지정된 장소에서 식사를 찾아갔다. 밥과 나물이었다. 소녀는 정해진 자리에 앉아 먹었다. 다 먹고 나서는 그릇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이막수가 말했다. 이제 아침 암송을 한다.
소녀는 일어섰다.
고묘파 입문 규율 제일조.
소녀는 읽은 것을 잊지 않았다. 한 번도 더듬지 않았다.
이막수는 소녀의 암송이 끝난 뒤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것이 이 문파에서 소녀가 받은 첫 번째 평가였다.
한 달 후, 고묘파의 기록에 새 이름이 추가되었다.
소용녀.
용의 아이라는 뜻이었으나, 그 이름을 누가 붙였는지는 기록에 없었다. 어쩌면 소녀 자신이 받아들인 것인지도 몰랐다. 이 문파에서 이름은 주어지는 것이었고, 주어진 것은 거절하는 것이 아니었다.
소녀는 그 이름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때는 아직, 묻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임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