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움직이고 있다.
꿈속에서 삼장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손은 그의 것이다. 아니, 그의 것이었다. 손목에서 이어지는 힘줄과 뼈마디, 검지 관절 위의 흉터—분명히 자신의 것이다. 그런데 손은 그의 의지 없이 움직인다. 칼을 쥔다. 내려친다. 들어 올린다. 다시 내려친다.
도살대는 길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짐승들이 줄지어 온다. 소, 돼지, 양, 그리고 이름 없는 것들. 눈이 크고 젖은 것들. 그것들은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그저 온다. 삼장의 손은 멈추지 않는다. 뼈가 갈라지는 소리, 피가 목재 위로 쏟아지는 소리, 살이 살에서 분리되는 소리. 그는 그 소리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안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소리가 아니다.
그것이 가장 무섭다.
누군가 그의 등 뒤에 서 있다. 삼장은 고개를 돌리려 하지만 목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림자가 그의 그림자 위에 겹쳐 있다. 두 그림자는 완벽하게 포개어져 하나로 보인다.
손이 다시 칼을 든다.
삼장은 비명을 지르려 한다. 비명은 목구멍 안에서 굳어버린다.
그가 눈을 뜨는 것은 새벽 네 시다.
방 안은 어둡다. 삼장은 천장을 바라본다. 나무 들보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낸다. 그의 승복은 흠뻑 젖어 있다. 등에 달라붙은 천이 차갑고 무겁다. 손을 들어 얼굴 앞에 올린다.
손이 떨리고 있다.
그는 손을 내리지 않는다. 왼손, 오른손. 손가락 사이의 검은 선들. 오래 손을 써온 사람의 손이다. 경전을 필사하고, 불상을 닦고, 합장을 반복한 손. 그런데 지금 이 손은 다른 기억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근육 안쪽, 힘줄 깊은 곳에 박혀 있는 다른 종류의 기억.
삼장은 손을 가슴 위에 내려놓는다.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 규칙적이고 무심하다.
그는 일어난다.
창고는 마당 끝에 있다.
삼장은 맨발로 마당을 건넌다. 밤 공기가 발바닥을 타고 올라온다. 이른 봄이다. 땅은 아직 겨울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창고 문을 연다. 자물쇠는 없다. 황제가 출발 전날 보내온 것들이 안에 있다. 음식, 옷감, 은자. 그리고 고기.
차가운 공기가 쏟아진다.
삼장은 문지방에 선 채로 안을 들여다본다. 선반 위에 덩어리들이 쌓여 있다. 기름종이에 싸인 것들, 소금에 절여진 것들, 그물에 담긴 것들. 기름종이 아래로 핏물이 번져 검붉은 얼룩을 만들고 있다. 냄새가 난다. 익히지 않은 살의 냄새, 피와 지방과 차가운 공기가 뒤섞인 냄새.
삼장은 그 냄새를 안다.
꿈속에서도 이 냄새가 났다. 도살대 위에서도 이 냄새였다.
그는 첫 번째 덩어리를 집어 든다. 기름종이가 손 안에서 바스락거린다. 무겁다. 축축하다. 그는 창고 밖으로 나와 마당 한가운데까지 걷는다. 멈춘다. 손을 놓는다.
고기가 흙 위에 떨어진다. 둔탁하고 작은 소리.
그는 돌아간다. 다시 집어 든다. 다시 나온다. 다시 떨어뜨린다.
이 일을 그는 여러 번 반복한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기름종이에 싸인 양의 다리, 그물 안에서 굳어버린 생선들. 하나씩, 두 손으로, 마당 한가운데에. 그는 말이 없다. 서두르지 않는다. 하지만 멈추지도 않는다. 창고가 비워질 때까지.
마지막 것을 내려놓을 때 그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는다.
삼장은 마당 한가운데 쌓인 것들을 내려다본다. 흙 위에 놓인 고기들. 핏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아직 새벽이다. 아무도 보지 않았다.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울었다가 멈춘다.
그는 빈 창고를 한 번 더 바라본다.
선반 위의 얼룩들. 검붉고 차갑다.
그는 문을 닫는다.
방 안으로 돌아온 그는 앉는다.
젖은 승복은 그대로다. 그는 갈아입지 않는다. 물을 마시지 않는다. 경전을 펴지 않는다. 그냥 앉아 있다. 방바닥의 나무결이 희미하게 보인다. 날이 밝아오고 있다는 뜻이다.
삼장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바라본다.
손은 조용하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시작했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알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앎은 언어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다. 손바닥 안쪽에, 손목 뒤쪽에, 힘줄이 기억하는 방식으로만 존재하는 앎이다.
창밖이 밝아진다.
마당에서 비둘기 한 마리가 내려앉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조용하다. 그리고 다시, 날개가 퍼덕이는 소리.
삼장은 눈을 감지 않는다.
그는 아침을 먹지 않는다. 낮이 되어도 먹지 않는다. 저녁이 되어도 먹지 않는다. 황제의 사신이 출발을 재촉하러 올 것이다. 제자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서쪽으로 가야 한다고 모두가 알고 있다.
그는 그것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꿈속의 손이다. 그리고 그 손이 자신의 것이라는 것. 이 생 이전부터 이미 그랬다는 것.
밖에서 비둘기가 다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