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The Basement Room, the Bug Bite, and the Body That Isn't Mine

벌레 한 마리가 김태식의 왼쪽 손목을 물었다.

새벽 두 시 반이었다. 편의점 야간 알바 마치고 돌아온 지 삼십 분도 안 됐을 때였다. 라면 물 올려놓고 양말 벗다가, 그냥 그렇게 물렸다. 별것도 아닌 것처럼.

"아."

짧게 소리를 냈다. 손목을 봤다. 물린 자리가 검붉게 부어오르고 있었는데, 색깔이 좀 이상했다. 모기한테 물리면 분홍빛으로 부풀잖아. 그게 아니었다. 보랏빛에 가까운, 뭔가 속이 뭉그러지는 것 같은 색깔이었다. 그리고 통증이 없었다. 그게 더 나빴다.

반지하 방 구석을 훑었다. 육십 와트짜리 전구 하나로 버티는 사 평짜리 방. 장판 가장자리에 곰팡이가 슬었고 창문 유리에는 결로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벌레가 있을 만한 구석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탄성이 다 죽은 스프링 매트리스 밑, 보일러 배관이 지나가는 구멍 주변, 전 세입자가 두고 간 박스 더미 사이.

태식은 앉은 자리에서 물린 자리를 손가락으로 눌러봤다. 아프지 않았다. 이게 문제였다. 뭔가 아파야 정상인데.

라면 물이 끓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서 가스 불 잠갔다. 돈도 없는데 가스비 더 나오면 안 되니까. 라면은 다음에 먹기로 했다. 갑자기 식욕이 없어졌다.

손목이 이제 팔꿈치까지 묵직해지고 있었다. 마취 주사 맞은 것처럼. 태식은 매트리스에 앉아 그걸 확인하고, 내일 해장국 먹으러 갈 때 약국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누웠다.

눈이 감겼다.

열다섯 년 전이 생각났다. 처음 이 동네에 왔을 때. 아내가 임신 중이었고, 보증금 오백에 월세 삼십이라는 조건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조건처럼 느껴지던 시절. 이 방에서 계획을 세웠었다. 이 년만 있다가 전세로 올라가고, 다시 이 년 지나면 반전세, 그다음엔 진짜 우리 집.

이 년이 이십 년이 됐다.

묵직함이 어깨까지 올라왔다. 숨쉬기가 조금 불편해졌다. 태식은 천장을 보면서 이걸 응급실 가야 하는 상황인지 계산해봤다. 응급실 기본 비용이 얼마더라. 새벽에 잡히면 야간 할증. 다음 달 카드값이 벌써 한계인데. 내일 오전에 약국 가서 항히스타민제 사는 게 낫겠다.

그게 마지막 생각이었다.

어두워졌다.

차갑다.

땅이 차가웠다. 등 전체가 찬 흙에 닿아 있었고, 흙 냄새가 코를 꽉 막는 것처럼 진했다. 밤이었는데 서울의 밤과 달랐다. 가로등이 없었다. 빛이 없으니까 별이 보였다. 별이 너무 많아서 처음에는 그게 뭔지 몰랐다.

태식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하늘에 구름이 없었다. 공기가 달랐다. 서울 공기엔 항상 매연이랑 튀김 냄새가 섞여 있는데, 여기 공기는 날카롭게 차갑고 아무 냄새도 없었다. 나무 냄새가 조금 났다. 먼 데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려고 했다.

몸이 안 움직였다.

정확하게는, 움직이긴 움직이는데 자기 몸 같지가 않았다. 팔을 들려고 하면 팔이 들리는 게 아니라 팔 모양의 솜뭉치가 들리는 것 같았다. 다리는 더 심했다. 오른쪽 무릎을 굽히는 데 삼십 초는 걸렸다.

억지로 상체를 일으켰다.

옆에 사람이 누워 있었다.

심장이 한 박자 멈췄다. 남자였다. 오십 대쯤 돼 보이는. 눈을 뜬 채로 천장, 아니, 하늘을 보고 있었다. 가슴이 움직이지 않았다. 얼굴이 이미 납빛이었다. 죽은 지 몇 시간은 된 것 같았다.

태식은 그 사람을 보다가 자기 손을 봤다.

작았다.

자기 손이 아니었다. 마디가 굵고 잡티 투성이인 사십 대 손이 아니라, 아직 뼈가 다 굵어지지 않은 십 대의 손이었다. 손등에 핏줄이 너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영양 상태가 나쁜 몸.

태식은 그 손을 한참 들여다봤다.

그러고는 주변을 천천히 살폈다. 발을 뻗자 나뭇잎 밟는 소리가 났다. 어둠에 눈이 익으면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숲이었다. 아니, 숲 가장자리였다. 뒤쪽에 나무들이 있었고, 앞쪽으로는 황토 길이 이어져 있었다. 길 옆에 낮은 울타리가 있었는데 낡아서 반쯤 쓰러져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옷이 얇았다. 삼베 같은 재질의 허름한 저고리에 바지. 발에는 짚신. 서울에서 입고 잔 반팔에 트레이닝 바지가 아니었다.

태식은 숨을 한 번 크게 쉬었다.

꿈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건 나중 일이었다. 일단 지금 이 상황에서 사실을 정리해야 했다. 사십 대 가장의 직업병.

첫째, 몸이 바뀌었다. 남의 몸이다. 어리다. 영양 상태 불량. 걱정스러울 정도로 힘이 없다. 둘째, 옆에 시체가 있다. 아는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편이 낫다. 셋째, 숲 가장자리. 밤. 가로등 없음. 인기척 없음. 먼 데서 물 소리. 아마 마을이 가까이 있다는 뜻일 수도 있고, 그냥 개울일 수도 있다.

우선순위. 오늘 밤 안에 죽지 않는 것.

몸을 일으키려고 손을 땅에 짚었을 때였다. 혈관을 따라 뭔가가 움직이는 느낌이 났다.

서울 반지하 방에서 물린 자리가 기억났다. 왼쪽 손목. 새벽 두 시 반.

내려다봤다. 이 몸의 왼쪽 손목. 거기에 물린 자국이 있었다. 이 몸의 원래 물린 자국인지 서울에서 생긴 게 따라온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있었다. 보랏빛으로 옅게 물든, 조그만 자국.

혈관을 타고 뭔가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피 속에서.

태식은 손목을 잠깐 들여다봤다가 내렸다.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 당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일어섰다. 무릎이 흔들렸다. 두 팔을 벌려서 균형을 잡았다. 이 몸, 꽤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숨만 쉬는 게 아니라 서 있는 것 자체에 에너지를 써야 하는 수준이었다.

옆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주머니를 뒤질까 잠깐 고민했다.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안 뒤질 이유가 없었다. 이 사람 이제 필요 없잖아. 미안하긴 한데 산 사람이 우선이다.

쪼그려 앉아서 시체의 옷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뒤졌다. 뭔가 딱딱한 게 만져졌다. 꺼냈다. 동전 같은 것이었다. 구리빛이 도는 작은 원형 금속. 앞면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한자 비슷하면서도 획이 달랐다. 뒷면에는 기이한 문양.

호주머니가 한 개 더 있었다. 쪼그라든 건빵 같은 것. 아니면 단단하게 굳은 떡 종류. 냄새를 맡아봤다. 퀴퀴하긴 했는데 상한 냄새는 아니었다.

먹었다.

맛이 없었다. 진흙처럼 퍽퍽했다. 하지만 뭔가 들어가는 느낌이 났다.

황토 길을 봤다. 물 소리가 나는 쪽이 아니라, 길이 이어지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언덕 너머에 뭔가 있을 것 같았다. 마을이라면 제일 좋고, 아니면 외진 집이라도.

첫 발을 내디뎠다.

무릎이 삐걱거렸다. 이 몸이 얼마나 버려져 있었는지, 걸을 때마다 알 수 있었다. 뼈마디마다 에너지가 없었다. 기름이 빠진 기계처럼.

태식은 천천히 언덕을 향해 걸으면서 생각했다.

이게 꿈이면 상당히 디테일한 꿈이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흙의 감촉, 밤공기의 냉기, 퍽퍽한 떡의 맛. 꿈치고는 너무 나쁜 맛이었다. 꿈은 대개 이 정도로 불편하지 않다.

꿈이 아니라면, 자신은 지금 죽어서 다른 몸에 들어온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설명이었다. 억지로 받아들이자. 따질 시간 없다.

이 몸의 이름은 뭘까. 옆에 죽어 있던 사람이 이 아이와 어떤 관계였을까. 왜 숲 가장자리에 버려져 있었을까.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태식은 언덕 위에 올라섰다. 무릎이 처음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걷는 동안 혈액순환이 됐는지.

언덕 아래로 불빛이 보였다.

마을이었다. 등불이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집들이 여러 채 모여 있었다. 밤이 깊었는데도 두세 군데는 아직 불을 켜고 있었다. 오른쪽에 커다란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지붕 처마에 무슨 현판이 걸려 있는 것 같았다. 거리에서 내려다보니 두어 개의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이 있다.

어깨에서 뭔가 빠지는 것 같았다. 긴장이 풀리는 게 아니라, 일단 이 단계는 넘었다는 확인.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혈관 속 그 느낌이 다시 왔다.

이번엔 달랐다.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웅크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뭔가가 안에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것처럼. 태식은 왼쪽 손목을 내려다봤다. 보랏빛 자국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였다.

몸이 바뀌면서 따라온 것들이 옷이랑 동전만은 아닌 것 같았다.

태식은 입술을 한 번 핥았다.

일단 마을에 들어가자. 몸을 추스르자. 그 다음 일은 그 다음에 생각하면 된다. 이십 년을 반지하에서 살았다. 지금 여기가 반지하보다 나쁜지는 아직 모르겠다.

언덕을 내려갔다.

마을 입구 쪽 길가에 낮은 판자 건물들이 이어져 있었다. 어느 집 문 앞에 낡은 함지박이 뒤집어져 있었고, 그 옆에 굵은 밧줄이 묶인 말뚝이 하나 있었다. 말은 없었다. 밧줄만 남았다. 냄새는 있었다. 짐승 냄새, 흙 냄새, 그리고 밥 짓는 냄새가 어딘가에서 흘러나왔다.

밥 냄새.

태식은 그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배에서 소리가 났다. 아주 낮게. 이 몸은 언제 마지막으로 뭔가를 먹었을까. 시체 옆 주머니에 있던 그 퍽퍽한 덩어리 하나로는 아무것도 안 됐다.

좁은 골목을 따라 걸었다. 판자 벽 틈으로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어디선가 개가 한 번 짖었다가 멈췄다. 불빛이 보이는 쪽, 밥 냄새가 나는 쪽으로 발이 저절로 향했다.

혈관 속이 다시 꿈틀거렸다.

태식은 그 감각을 느끼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무시하는 게 아니었다. 기억해두는 것이었다.

일단 오늘 밤은 버텨야 한다. 그 다음 일은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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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The Basement Room, the Bug Bite, and the Body That Isn't Mine — 기생의 불꽃: 반지하에서 투황까지 | Gen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