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안에서 밖으로, 그 방향으로만 열리는 문이었다. 경첩이 녹슬어 있었다. 소리가 났다. 겨울 새벽의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그 소리는 놀라울 만큼 멀리까지 퍼졌고, 임충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아직 청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십 년이었다. 십 년 동안 그 문은 안으로만 열렸었다.
그는 문턱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바깥세상이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눈 덮인 들판. 납빛 하늘. 멀리 까마귀 한 마리가 죽은 나무 위에 앉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임충은 그 까마귀를 바라보았다. 까마귀가 먼저 시선을 거두었다.
발밑의 흙이 얼어 있었다. 그는 한 발을 내딛었다. 발바닥에 단단하고 차가운 감각이 전해졌다. 두 번째 발을 내딛었다. 흙은 그를 받쳐주었다. 세 번째. 네 번째. 문에서 세 걸음쯤 떨어졌을 때 그는 멈추었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등 뒤에서 간수장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밟는 소리였다. 느리고 무거운 발소리. 십 년 전, 그를 처음 이 문 안으로 끌고 들어왔을 때도 같은 발소리였다는 것을 임충은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은 걸음걸이로 늙는다. 그 남자는 느리게 늙어 있었다.
"임충."
간수장이 불렀다. 임충은 돌아보았다.
남자의 이름은 왕복이었다. 한때 제법 당당했을 어깨가 이제는 안으로 굽어 있었고, 뺨의 살이 아래로 처져 있었다. 그의 손에는 삼베로 만든 작은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임충은 그 보따리를 본 순간, 자신이 지금까지 그것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왕복이 보따리를 내밀었다.
임충이 받았다.
무게는 별것 없었다. 한 사람의 십 년 이전이 이 안에 들어 있다면, 삶이란 실로 가벼운 것이었다.
왕복은 잠시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시선을 피했다. 말을 할 듯 말 듯 입술을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임충은 기다리지 않았다.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눈이 발목까지 쌓여 있었다. 어젯밤에 내린 것이었다.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고, 임충은 자신의 발자국이 일직선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른발, 왼발, 오른발. 간격은 일정했다. 십 년 동안 그는 좁은 공간에서 이 걸음을 연습했다. 벽에서 벽까지, 벽에서 벽까지.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도 걸을 수 있도록.
걷는 것이 이렇게 쉬웠던가. 아니면 이렇게 힘들었던가.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올 때마다 통증이 있었다. 냉기가 아니었다. 공기 자체가 너무 넓었다. 폐는 아직 그 넓이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있었다. 임충은 가슴을 한 번 쥐었다 폈다. 계속 걸었다.
들판 끝에 작은 마을이 보였다. 지붕에 눈이 얹혀 있고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세상 어디에나 있는 그런 마을이었다. 임충은 그 마을을 향해 걸으면서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걸음을 옮기면서 천천히 생각했다. 냄새였다. 밥 짓는 냄새, 가축의 냄새, 나무 타는 냄새가 뒤섞인 것. 십 년 동안 그의 코가 맡은 것은 돌과 흙과 인간의 오래된 절망 같은 냄새뿐이었다. 이것들은 살아 있는 것들의 냄새였다.
그는 멈추지 않고 걸었다.
마을 어귀에 우물이 있었다. 우물 옆에 빨래를 너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그를 보았다. 그를 보고 잠깐 멈추었다가, 아무 말 없이 다시 빨래를 너는 동작을 계속했다. 임충은 그 여자의 손을 보았다. 붉고 튼 손이었다. 젖은 천을 쥐고 있었다. 그는 시선을 거두고 마을을 통과했다.
골목을 지나는 동안 그는 몇 사람과 마주쳤다. 아이가 뛰다가 그를 보고 멈추었다. 노인이 문설주에 기대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임충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말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를 잠시 생각해보았다가 그냥 걷기로 했다.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들판으로 접어들었다.
보따리가 손에 들려 있었다. 임충은 그것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삼베가 군데군데 삭아 있었다. 십 년 동안 창고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자리를 잡아 앉을 곳을 찾았다. 도로 옆에 반쯤 무너진 돌담이 있었다. 그 위에 눈을 손으로 쓸어내고 앉았다. 차가웠다. 개의치 않았다.
매듭을 풀었다. 삼베 안에 물건이 세 개 있었다.
빗. 뼈로 만든 것인데 이가 두 개 빠져 있었다. 임충은 그것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아내가 준 것이었다. 장진(張珍)이 혼례 다음 날 건넨 것이었는데, 당시에도 이미 이가 빠진 물건이었다. 아내는 대장간에서 주워온 거라고 말하며 웃었다. 두 이가 빠진 자리가 서로 나란히 있어서 그 사이로 바람이 지나갔다. 임충은 빗의 무게를 손끝으로 가늠했다. 아무것도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손끝에서 기억이 올라왔다. 그는 빗을 다시 삼베 위에 내려놓았다.
책자. 그의 필체로 쓰인 무술 교습 수칙이었다. 표지가 뜯겨 있었고 종이가 누렇게 바랬다. 십 년 전, 금위대에서 교관으로 일할 때 직접 정리한 것이었다. 병장기 각론, 보법의 원칙, 신체 단련 순서. 그는 책자를 펼쳤다. 자신의 글씨가 거기 있었다. 십 년 전의 글씨. 굵고 또렷하고 확신에 차 있는 글씨. 그 시절의 그가 쓴 것이었다. 임충은 자신이 그 글씨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그 글씨가 낯설지 않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책자를 덮었다.
세 번째 물건.
접힌 종이였다. 관청에서 쓰는 공문서 종이였다. 접힌 방식이 특이했다. 누군가가 매우 조심스럽게, 모서리를 정확히 맞추어 접은 것이었다. 임충은 그것을 집었다. 펼쳤다.
읽었다.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짧은 문서였다. 그러나 그는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눈이 그의 어깨 위에 내렸다. 그는 눈을 느꼈다. 차갑고 작은 것들이 포개어지는 무게를 느꼈다.
그는 종이를 접었다. 올 때 접혀 있던 방식 그대로였다. 모서리와 모서리를 맞추었다. 선이 정확히 겹쳤다. 다시 한 번 반으로. 네 겹이 되었다. 삼베 위에 올려놓았다. 삼베를 다시 접었다. 매듭을 지었다.
일어섰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북쪽이었다. 그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는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두껍게 덮여 있어서 해의 위치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방향을 알았다. 십 년 동안 그는 독방의 작은 환기창으로 흘러드는 빛의 각도를 기억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각도. 그것을 계산해두었다. 할 일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북쪽. 양산박(梁山泊) 방향이었다.
가는 길에 장터가 하나 있었다. 겨울 장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천막이 몇 개 쳐져 있고 노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임충은 장터를 우회할까 생각했다가 그냥 통과하기로 했다. 그가 지나는 동안 떡 파는 노인이 그를 보며 "어이, 어디서 오시오"라고 물었다. 임충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노인은 한 번 더 부르지 않았다.
장터 끝, 술집 앞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두 남자였다. 한 명은 짐꾼 풍모였고, 다른 한 명은 아전(衙前) 옷을 입고 있었다. 아전이 짐꾼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짐꾼의 입술이 터져 피가 흘렀다. 구경꾼들이 원을 만들어 서 있었고, 아무도 끼어들지 않았다. 아전이 무언가 소리쳤다. 숫자가 들어간 말이었다. 돈 이야기였다.
임충은 그 앞을 지나쳤다.
세 걸음을 더 걸었을 때, 그는 멈추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멈추었다. 발밑의 눈이 그의 무게를 받아 천천히 눌렸다. 그는 오른손으로 보따리를 쥐었다 놓았다 했다. 아전이 또 소리쳤다. 짐꾼이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임충은 보따리를 왼손으로 바꿔 들었다.
돌아갔다.
아전의 목을 잡은 것은 오른손이었다. 힘을 주지 않았다. 멱살을 잡은 아전의 손이 풀린 것은, 임충의 오른손이 그의 목에 닿는 순간이었다. 무언가 뜨겁고 압도적인 것이 거기 있다는 것을 그 손이 먼저 알아차렸다. 아전이 뒤를 돌아보았다. 임충의 얼굴을 보았다. 두 눈을 보았다.
아전은 뒤로 물러섰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말은 없었다. 임충도 말하지 않았다. 아전이 돌아서서 걸어갔다. 빠르게. 구경꾼들이 원을 풀었다. 흩어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임충은 짐꾼에게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땅에 주저앉아 있었다. 입술의 피가 턱까지 흘러내려 있었다. 그가 임충을 올려다보았다. 무서운 눈이었다. 고마운 것과 무서운 것이 한꺼번에 있는 눈이었다.
임충은 그 눈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다시 북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장터를 완전히 벗어났을 때쯤, 뒤에서 발소리가 따라오는 것을 느꼈다. 빠르고 가벼운 발소리였다. 아이였다. 임충은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아이가 따라붙었다.
"어르신."
임충은 걸으면서 고개를 약간 돌렸다. 열두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였다. 장터에서 본 것 같기도 했다. 코끝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어디 가시오?"
그것이 첫 번째 질문이었다.
임충은 걸음을 멈추었다. 아이가 그의 옆에 섰다. 임충은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잠시 침묵이 있었다. 바람이 지나갔다. 임충의 입이 열렸다.
"양산박."
그것이 첫 번째 말이었다. 아내의 이름이 아니었다. 지명이었다. 늪의 이름이었다. 이 세상에서 그의 이름을 지우고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남자들이 모인다는 곳의 이름이었다. 그는 그 이름을 발음하는 순간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십 년 동안 쓰지 않은 목소리였다. 녹슬어 있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산박이 어디에 있는지는 이 지방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았다. 가서는 안 된다고 알고 있는 만큼만 알고 있는 곳이었다.
"거기 가서 뭘 하시오?"
임충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이가 몇 걸음 따라오다가 멈추었다. 임충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적었다가 점점 굵어졌다. 임충은 그 속을 걸었다. 그의 발자국이 뒤로 이어졌다가 눈에 덮였다. 덮이는 속도가 걷는 속도보다 느렸다. 그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흔적을 남기며 걷고 있었다.
왼손에 쥔 보따리 안에, 삼베를 넷으로 접어 그 안에 다시 넷으로 접어 들어 있는 종이 한 장이 있었다. 관청의 공문서. 거기에 쓰인 이름 하나. 장진(張珍). 한자 두 글자. 그 이름 아래에 적힌 것들을 그는 읽었다. 한 번 읽었고, 접었다.
그가 접은 방식은 누군가가 원래 접어두었던 방식과 정확히 같았다.
그 누군가가 누구였는지를 그는 알고 있었다.
멀리 북쪽 수평선에 물안개 같은 것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겨울 습지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여기까지 왔다. 썩은 갈대와 진흙, 그리고 무언가 더 오래되고 더 무거운 것의 냄새. 사람들의 냄새였다. 어떤 이유로든 돌아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의. 그들이 만들어내는 연기와 열기와 그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고요한 분노의 냄새.
임충은 걸었다.
눈은 계속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