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퍼가 한 번 쓸고 지나갈 때마다 안개가 다시 차창을 덮었다.
윤재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시야가 흐릿해도 어차피 서두를 곳이 없었고, 늦을 약속도 없었다. 내비게이션은 삼십 분 전부터 신호를 잃은 채 마지막으로 저장된 경로를 반복하고 있었다—서울 방향. 그는 그걸 끄지도, 다시 설정하지도 않았다.
청현이라는 이름은 고속도로 분기점에서 우연히 본 표지판에 있었다. 청현 18킬로미터. 그 순간 그는 별다른 이유 없이 핸들을 틀었다. 손이 먼저 움직였고, 머리는 나중에 따라왔다. 그게 전부였다.
도시라고 부르기엔 작았다. 국도를 따라 들어오니 양옆으로 낮은 건물들이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세탁소, 철물점, 간판이 반쯤 꺼진 순대국밥집. 사람은 드물었다. 이 시간에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로 가는 중인 사람처럼 보였고, 멈춰 있는 것은 건물들뿐이었다.
윤재는 차를 한 골목 안쪽에 세웠다. 시동을 껐다. 엔진이 식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조수석에는 카메라 가방 하나가 있었다. 안에는 렌즈 두 개—하나는 쓸 수 있고, 하나는 쓸 수 없는. 깨진 건 지난달이었다. 편의점 앞 계단에서 가방을 놓쳤을 때, 셔터 소리처럼 짧고 건조한 소리가 났었다. 그는 그 소리를 아직도 기억했다. 유리가 부서지는 소리가 아니라, 무언가 결정되는 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새 렌즈를 살 돈은 없었다. 카드 한도는 두 달 전에 막혔다.
차에서 내리자 안개의 냄새가 먼저 왔다. 습하고 흙 냄새가 섞인, 오래된 수건 같은 냄새. 서울과는 달랐다. 서울의 안개는 배기가스와 뒤섞여 무언가를 감추는 느낌이었지만, 이곳의 안개는 그냥 있었다. 숨기려는 의도도 없이, 그냥 이 도시의 온도 같은 것으로.
그는 골목 입구에 있는 게시판 앞에서 잠깐 멈췄다. 부동산 전단지 몇 장, 종교 집회 안내문, 잃어버린 고양이 사진. 그 아래 끝에, A4 용지에 손으로 인쇄한 듯한 공고 하나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청현 재활센터 자원봉사자 모집. 사진 기록 작업. 경력 무관.
그는 읽고, 지나쳤다. 그리고 다섯 걸음쯤 가다가 돌아왔다.
공고지 하단에 적힌 연락처를 휴대폰 메모장에 옮겨 적었다. 저장은 하지 않았다. 그냥 일단.
숙소를 구하는 데는 두 시간이 걸렸다. 여관 두 곳이 문을 닫았고, 모텔은 한 달 단위로는 안 받는다고 했다. 세 번째로 들어간 골목에서 세탁소 위층에 방을 내준다는 손글씨 안내문을 발견했다.
주인은 오십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윤재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
"짐은 그게 다예요?"
"네."
"보증금은 없어요. 한 달치 선불."
윤재는 지갑에서 현금을 꺼냈다. 남은 돈을 확인하는 동안 여자는 벽을 보고 있었다. 배려인지 무관심인지 알 수 없었다.
방은 작았다. 창문 하나, 싱글 침대, 좁은 책상. 아래층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바닥을 통해 올라왔다. 윤재는 카메라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침대에 앉았다. 스프링이 한 번 울었다.
창밖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
그는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깨진 렌즈를 들여다보았다. 균열이 렌즈 가장자리에서 중심부 쪽으로 뻗어 있었다. 거미줄처럼, 혹은 갈라진 얼음처럼. 빛을 통과시키기는 하는데, 통과한 빛이 올바른 상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 찍을 수는 있다. 단지 정확하게 찍을 수 없을 뿐.
그는 렌즈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서울에 있을 때 누군가가 물었다. 왜 사진을 찍냐고. 그는 농담처럼 대답했다—찍히는 것보다 찍는 게 덜 무섭니까. 웃음이 나왔고, 그 뒤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게 전부였다.
이튿날 아침 그는 메모장에 적어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안개가 여전했다. 세탁기 소리가 아침부터 올라왔고, 윤재는 창문 앞에 서서 손가락으로 번호를 눌렀다.
두 번의 신호음 뒤에 남자 목소리가 받았다.
"청현 재활센터입니다."
"자원봉사 공고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사진 기록 쪽으로."
"아, 네." 잠깐의 간격.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윤재입니다. 이윤재."
"서울에서 오셨나요?"
윤재는 잠깐 생각했다.
"그냥 지나다가 보게 됐습니다."
전화 너머로 뭔가를 적는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남자가 말했다.
"내일 오후 두 시에 오시면 됩니다. 센터 위치는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경력 같은 거 필요한 건 아니죠?"
"공고에 경력 무관이라고 적혀 있었잖아요."
그건 맞는 말이었다.
통화를 끊고 나서 윤재는 카메라를 들고 창가에 섰다. 깨진 렌즈가 아닌, 쓸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달았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았다. 안개 속에 골목이 있었다. 세탁소 간판이 절반쯤 보였고, 그 너머로 낮은 지붕들이 흐릿하게 이어졌다. 선명한 것은 없었다. 그래도 그는 셔터를 눌렀다.
찰칵.
소리는 언제나 결정적이었다. 무언가를 잘라내는 소리. 세계의 한 순간을 잘라내어 자기 손 안에 넣는 행위. 그가 사진을 시작한 건 그 때문이었다—적어도 처음에는.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는 주로 빈 공간을 찍고 있었다. 사람이 막 떠난 의자, 반쯤 열린 문, 아무도 없는 골목. 자신이 그러고 있다는 걸 알아챈 건 꽤 나중의 일이었다.
카메라를 내리고 그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카메라 가방, 옷이 든 작은 배낭, 먹다 남긴 편의점 삼각김밥. 이게 지금 그가 가진 것들이었다.
그는 침대에 다시 앉았다. 아래층에서 세탁기가 탈수 사이클에 들어가는 소리가 났다. 진동이 바닥으로 올라왔다. 윤재는 그 진동을 발바닥으로 느끼면서 생각했다—내일 오후 두 시.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유 없이 어딘가로 가는 것에는 이미 익숙했다. 국도 분기점에서 핸들을 틀었을 때처럼. 그냥 몸이 먼저였고, 나머지는 따라오거나 따라오지 않거나.
창밖에는 여전히 안개가 있었다. 청현의 안개는 서두르지 않았다. 걷힐 기미 없이 그냥, 있었다.
윤재는 그게 싫지 않았다.
자신도 지금, 그냥 여기 있는 중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