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끝이 허공을 가를 때, 바람이 울었다.
임충은 그것을 들을 수 있었다. 십 년의 세월 동안 그 소리를 기억 속에서 꺼내어 듣고 또 들었기 때문에 지금도 들린다. 땡볕 아래 훈련장의 흙먼지 냄새. 쇠가 공기를 베는 소리. 그리고 그 너머, 더 먼 곳에서, 누군가 저녁 밥을 짓는 연기 냄새.
그 냄새가 제일 마지막까지 남았다.
임충이 장창을 처음 잡은 것은 열두 살 때였다. 아버지가 쥐어준 것이 아니라 — 아버지는 그때 이미 없었다 — 스스로 집어 든 것이었다. 동네 무관의 창고 모퉁이에 세워진 부러진 자루. 그것을 들고 매일 새벽 뒷산에 올랐다. 흙 묻은 발이 이슬에 젖었다. 해가 뜨기 전에 돌아왔다.
열여섯에는 그 무관의 제자가 되었다. 스물둘에는 그 무관을 이겼다.
무관은 웃으면서 말했다. 넌 이제 내 선생이다.
임충은 웃지 않았다. 창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에 제가 있습니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긴 말이었다.
스물다섯에 임충은 금군(禁軍)의 교두(敎頭)가 되었다. 황실 금군 — 황제의 몸을 지키는 군대의 창술 교관. 개봉부 훈련장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병사는 없었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가 가르치는 방식 때문이었다.
임충은 말이 없었다. 시범을 보였다. 딱 한 번.
한 번을 보면 알아야 했다. 알지 못하면 다시 보여주었다. 딱 한 번 더. 세 번째는 없었다. 세 번째는 본인이 익힐 때까지 연습하는 것이었다. 어떤 병사들은 열흘을 쉬지 않고 반복했다. 임충은 그 열흘 내내 지켜보았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병사가 드디어 자세를 잡았을 때, 임충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 끄덕임 하나가 그해 최고의 칭찬이었다.
훈련장에서 임충 교두를 가리켜 사람들은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저분이 무기를 잡으면 창이 아니라 번개를 잡는 것 같다고. 젊은 병사들은 그 말을 전하며 약간 과장을 보탰다. 번개라기보다는 벼락이라고. 아니다, 벼락보다는 겨울 강물이라고. 소리 없이 차갑고 끝을 알 수 없으니까.
임충 본인은 그런 말을 들을 때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안 들리는 척하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 창술이란 소문이 아니라 매일 아침의 일이었다. 일어나서, 잡고, 움직이고, 반복하고, 눕는 것.
세상이 단순했던 시절 이야기다.
훈련이 끝나는 시간은 해가 서쪽 지붕 너머로 반쯤 걸렸을 때였다. 임충은 창을 닦았다. 자루부터 끝까지. 항상 같은 방향으로, 항상 같은 속도로. 창날에 제 얼굴이 비칠 때까지.
그 뒤에는 집으로 갔다.
집은 훈련장에서 걸어서 두 각(刻), 요즘 말로 하면 삼십여 분 거리였다. 개봉부 남문 안쪽, 비단 장수들의 골목과 기름집 사이에 낀 좁은 골목. 거기 세 칸짜리 집이 있었다. 대문 옆에 석류나무 하나.
석류나무가 그해 유독 많은 열매를 맺었다. 가지가 뻗어내릴 만큼 무거운 붉은 열매들. 임충은 그것이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싶지 않게 되었다.
대문을 열면 장씨가 마당에 있었다.
항상 그랬다. 어떤 날은 빨래를 널고 있었고, 어떤 날은 채소를 다듬고 있었고, 어떤 날은 그냥 툇마루 끝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었다. 임충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들으면 고개를 돌렸다. 임충, 하고 부르지 않았다. 그냥 보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장씨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이 질문에 임충은 나중에, 감옥 벽 앞에서 대답을 만들어보려 했다. 그러나 말이 되는 문장이 나오지 않았다. 아름다웠다는 말은 너무 단순했고, 강했다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었고, 좋은 사람이었다는 말은 너무 공허했다. 결국 그가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구체적인 것들뿐이었다.
빨래를 널 때 항상 소매를 먼저 반듯하게 폈다. 식사 때 임충의 밥공기가 빌 것 같으면 말하기 전에 이미 밥을 덜어주었다. 더운 여름밤에 부채질을 하다가 임충이 잠들면 자기 부채를 임충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잠든 임충이 그것을 알 리 없었다. 장씨도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임충은 십 년이 지난 뒤에야, 교도관의 무심한 수다를 통해 장씨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야, 어느 여름밤의 서늘함이 어디서 왔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그 여름이 몇 년도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냥 여름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날 저녁은 — 모든 것이 바뀌기 전 마지막 평범한 저녁은 — 아무 예고가 없었다.
임충이 돌아왔을 때 장씨는 마당에서 석류나무 아래 서 있었다. 열매 하나를 손에 들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해가 거의 다 졌고, 남아있는 빛이 마당의 서쪽 담장 위에만 가늘게 걸려 있었다. 그 빛이 장씨의 머리카락 위로 떨어졌다.
임충은 대문 앞에서 잠깐 멈추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른다. 아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보았다. 아내가 석류 열매를 손에 들고 서 있고, 담장 위에 저녁 빛이 가늘게 걸려 있고, 어디선가 국 끓이는 냄새가 났다. 그것이 전부였다.
들어가, 하고 장씨가 말했다. 밥 식어.
임충은 안으로 들어갔다. 장씨가 따라 들어오면서 들고 있던 석류를 부엌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밥을 먹었다. 별다른 말이 없었다. 낮에 훈련장에서 있었던 일, 신병 하나가 창자루를 거꾸로 잡아서 두 시진 동안 바로잡았다는 이야기를 잠깐 했다. 장씨가 웃었다. 거꾸로요? 어떻게요? 그래서 한참 그 이야기를 더 했다.
설거지는 장씨가 했다. 임충은 옆에서 닦았다. 항상 그랬다.
잠자리에 들기 전, 임충은 창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벽에 세워두고 자루 끝부터 끝까지 손으로 쓸어보는 것. 날이 제자리에 있는지. 느슨한 곳은 없는지. 장씨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한마디씩 했다. 낮에 그렇게 닦았으면서 왜 또 봐요. 임충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이 없어도 장씨는 웃었다. 거참 대단한 창이네요, 매일 밤 점검을 해줘서.
그날 밤도 그랬다. 창은 제자리에 있었다. 장씨가 잠들었다. 임충도 잠들었다.
평범한 밤이었다.
모든 것이 달라지는 날은 그다음 날이 아니었다. 한 달쯤 더 지났다.
개봉부의 시장은 항상 소란스러웠다. 생선 장수가 소리를 질렀고, 포목상이 물건을 폈고, 아이들이 사람들 사이를 뛰어다녔다. 임충은 장씨와 함께 나왔다. 드문 일이었다. 보통 장씨는 혼자 장을 보았다. 그날은 — 이유가 있었겠지. 어쩌면 임충이 청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장씨가 같이 가자고 했을 수도 있다. 나중에 임충은 그 이유를 기억해내려 했지만 끝내 기억하지 못했다.
시장을 반쯤 지났을 때였다.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임충은 그런 것을 알아채는 데 능했다. 십 년 동안 훈련장에서 수십 명의 병사들을 동시에 보면서 그중 누가 집중이 흐트러졌는지 파악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시선의 무게와 방향은 공기 속에서 느껴졌다.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장씨 쪽을 살폈다.
장씨는 오이 값을 흥정하고 있었다. 이게 왜 이렇게 비싸요, 지난주에는 절반도 안 했는데. 장수 영감이 말했다. 마님, 장마가 지나서 그렇지요. 장씨가 말했다. 장마는 오이 탓이 아니잖아요.
뒤에서 오는 시선은 장씨를 보고 있었다.
임충은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건장한 청년이었다. 열일고여덟, 많아야 스물. 비단 옷을 입고 있었고, 뒤에 수행원 두 명이 따랐다. 얼굴이 말해주었다 — 고생을 모르고 자란 얼굴.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하는 습관이 밴 얼굴. 지금 이 시장에서 자기가 가장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의심한 적 없는 얼굴.
그 청년이 장씨를 보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집요하게.
임충은 그 눈빛을 보는 데 일 초도 필요하지 않았다. 군대에서 오래 살았다. 그런 눈빛이 무슨 뜻인지 한 번에 읽었다.
장씨는 여전히 오이 값을 깎고 있었다. 눈치채지 못했다.
임충은 몸을 움직여 장씨와 그 청년 사이에 섰다. 자연스럽게. 오이를 사는 사람 옆에 같이 서는 것처럼. 청년의 시선이 임충에게 닿았다. 잠깐 멈추었다.
임충은 그 눈빛을 돌려보냈다. 같은 무게로. 같은 온도로.
청년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수행원들과 무언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지나쳐갔다. 임충은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장씨가 말했다. 결국 두 개에 세 문이에요. 어때요?
임충은 말했다. 잘했어.
오이 값에 대한 말이었다.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청년에 대해, 그 눈빛에 대해, 불길하게 조여드는 것에 대해 —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임충은 이것을 수천 번 돌이켜 생각했다. 그때 무언가 다른 행동을 했다면. 그 자리에서 청년을 따라갔다면, 혹은 그날 저녁 누군가에게 말을 했다면, 혹은 —
그러나 그런 생각은 감옥 벽을 얇게 만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그만두었다.
청년의 이름은 고아내(高衙內)였다. 태위(太尉) 고구(高俅)의 아들.
아들이라기보다 양자였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고구에게는 이미 개봉부 전체가 양자와 다름없었으니까.
임충이 그 이름을 안 것은 한참 뒤였다. 이름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세상에는 알게 되는 것이 너무 늦어서 오히려 저주가 되는 이름이 있다.
고구. 그 이름이 그랬다.
그날 저녁, 임충은 집에 돌아와 석류나무 옆에 창을 세웠다. 날이 저물었다. 장씨가 안에서 불을 켰다. 창호지 너머로 빛이 스몄다. 임충은 잠깐 서 있었다.
마당 안쪽의 빛과 마당 바깥의 어둠 사이에서.
그 경계에 서서,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이 마지막 평범한 저녁이었다. 그때는 그것이 마지막인 줄 몰랐다. 평범한 것들은 항상 그렇게 끝난다. 끝인 줄 모르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