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The Day the Flame Went Out

어떤 굴욕에는 냄새가 있다.

나는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향이 생각난다. 강향목을 태운 연기와 새벽 이슬이 마르지 않은 돌바닥의 냉기, 그리고 어른들의 예복 소매에서 풍기던 용뇌향. 현화원 입학을 앞둔 일족 자제들의 품평회는 언제나 그런 냄새로 시작되었다. 그것은 의식의 냄새였고, 권위의 냄새였으며, 내가 그날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세계의 냄새였다.

나는 열두 살이었다.

그날 아침 나는 일찍 잠에서 깼다. 새벽빛이 창호지를 희붉게 물들이기도 전이었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때 이미 하단전 어딘가에서 이상한 감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무언가가 조용히 비어가는 듯한 느낌.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그런 감각을 알아채기에 너무 어렸고, 너무 자신만만했다. 나는 그것을 긴장이라 여겼다. 촉망받는 소년들이 중요한 날 아침에 느끼는 당연한 긴장.

어머니가 직접 예복을 입혀 주셨다. 남색 바탕에 금실로 염씨 일족의 화문이 수놓인 직령포였는데, 그 무게가 생각보다 묵직했다. 어머니는 옷고름을 매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도 기억한다. 평소의 어머니라면 뭐라도 한마디 하셨을 것이다. 주의를 주거나, 격려를 하거나, 혹은 그냥 쓸데없는 농담이라도. 하지만 그날 아침 어머니의 손은 그저 조용히 움직였고, 나는 그 침묵을 보통의 아침과 다르지 않게 지나쳤다.

아버지는 이미 정당에 계셨다. 나를 보자 짧게 고개를 끄덕이셨는데, 그것이 전부였다. 염씨 일족의 가주인 그분은 표정을 함부로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것이 강함의 표시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의 나는 많은 것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품평회가 열리는 연무장은 본채 북편에 있었다. 사방이 회색 화강암으로 둘러싸인 넓은 마당으로, 영기원 각지에서 소문을 들은 연관 방문객들이 담장 너머 누각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염씨 일족의 품평회는 해마다 그러했다. 누군가의 자식이 어느 경지에 올랐는지, 어느 맥을 통해 내공이 흐르는지, 앞으로 어느 문파에 입문하면 좋겠는지. 사람들은 그것을 교육이라 불렀지만 실은 전시였다. 일족의 미래를 진열해 놓고 품평하는 자리.

나는 그날 열여섯 명의 자제 중 첫 번째로 호명되었다. 그것 자체가 이미 기대의 표현이었다. 염씨 일족 역사상 가장 이른 나이에 삼층 기맥을 열었다는 소년. 열 살에 이미 사형 사형들을 상대로 수련 대련을 이겼다는 신동. 호명된 이름이 연무장에 울릴 때 나는 이미 그 기대가 만들어내는 공기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무게를 즐겼다. 이것이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진실이다.

심사역이 측정용 영기석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순백의 석영 덩어리로, 수련자가 내공을 주입하면 내부에서 빛이 일어나는 물건이었다. 색과 형태에 따라 내공의 성질과 층위를 판독했다. 나는 손을 올렸다.

그리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당황하지 않았다. 집중이 흐트러졌다고 생각했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하단전에 의식을 모으고, 기맥을 따라 내공을 끌어올리려 했다.

없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수년 동안 가득 채워두었던 항아리가 어느 밤 사이에 산산이 부서져, 그 안에 담겼던 것이 어디론가 스며들어 사라진 것처럼. 손이 경련하듯 떨렸다. 식은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영기석은 빛을 내지 않았다. 연무장은 조용해졌다. 그 조용함은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소리가 중간에 잘려나간 종류의 것이었다.

나는 세 번을 더 시도했다. 기록에는 그렇게 남아 있다고 들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는 것은 어른들의 얼굴들이다. 심사역의 표정이 당혹에서 당혹의 은폐로 바뀌던 것. 장로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던 것. 누각 위 방문객들 사이에서 낮은 웅성임이 일던 것. 그것들이 파편처럼 남아 있다.

아버지의 얼굴은 기억한다. 단 하나의 근육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른들이 나를 데려간 방은 본채의 서편 객청이었다. 아이들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라 어른들이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었다. 나는 방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앉아 그들이 내 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마치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이야기하듯이.

일층로 선이 끊겼다. 삼층까지 열렸던 기맥이 전부 막혔다. 원인 불명. 자연적 역류인지 외부 개입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치료의 가능성은. 수련의 계속 여부는. 현화원 입학은.

장로 중 가장 연장자인 분이 마침내 결론을 말씀하셨다. 그 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치 슬픈 소식을 전하는 연습을 오래 해온 사람처럼.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 그것이 전부였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어리기는 했으나 둔하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회의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회의가 끝나고 그분이 방을 나설 때, 나는 한 번 그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아버지는 나를 보지 않으셨다. 그것이 분노여서인지, 슬픔이어서인지, 혹은 그 이외의 무언가여서인지, 나는 그날 이후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어머니를 다시 본 것은 해질 무렵이었다.

내 방의 짐이 외원 동편 창고 옆 작은 방으로 옮겨지는 것을 나는 문틀에 기대어 지켜보았다. 아무도 나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스스로 설명되고 있었으니까. 저잣거리에서 품을 팔던 일꾼들이 묵묵히 내 책과 도구들과 훈련용 목검을 들어다가 새 방에 쌓아놓고 사라졌다.

어머니가 회랑 끝에서 이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우연히 돌아보다가 발견했다. 어머니는 내가 보는 것을 알지 못하셨다. 그분이 그것을 알았다면 그 표정을 보이지 않으셨을 것이다.

나는 그 표정에 이름을 붙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것이 어머니가 평생 허락하지 않으신 종류의 감정이었다는 것을 이해했다. 무너지기 직전의 것. 완전히 무너지기를 거부하는 것. 그 두 가지가 한 얼굴에 동시에 있었다.

그 순간은 일 초도 지속되지 않았다. 내가 시선을 거두기도 전에 어머니는 이미 얼굴을 돌리셨고, 회랑을 따라 안채 방향으로 걸어가셨다. 발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조용하고 고르고 주저함이 없이.

나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돌아서지 못한 것이 무서워서인지, 아니면 돌아서고 싶지 않아서인지 알 수 없었다.

새 방은 좁고 낮았다. 창이 작아서 해가 지면 금방 어두워지는 곳이었다. 짐이 정리도 되지 않은 채 바닥에 쌓여 있었고, 나는 그것들 사이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등잔에 불을 붙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둠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그냥 두었다. 그것이 그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하단전은 비어 있었다. 그 빈 자리에 손을 가져다 대듯 의식을 집중해 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오년 가까이 쌓아온 것들. 새벽마다 일어나 호흡을 고르던 것들. 기맥을 따라 흐르는 감각을 처음 느꼈을 때의 경이감. 사형에게 처음 이겼을 때의 열기. 그것들이 있던 자리에 바람도 없는 공허가 고여 있었다.

괴물 같은 것은 그것이 낯설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이 공허가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내가 가득 찼다고 믿었던 것이 착각이었던 것처럼. 나는 그 감각이 너무 무서워서 손을 꽉 쥐었다.

그때 느꼈다.

오른손 약지에 끼인 철환이 따뜻해졌다.

그것은 체온 같은 온기가 아니었다. 더 깊은 곳에서 오는, 뿌리가 있는 따뜻함이었다. 나는 그것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낡고 작은 쇠 고리였다. 언제 끼었는지, 어디서 생겼는지 기억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손가락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었고, 나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온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잠시 느껴지다가 사라졌다. 철환은 다시 그저 오래된 쇠가 되었다. 나는 그것을 어둠 속에서 들여다보다가, 피곤함이 한꺼번에 몰려와 그 자리에서 쓰러지듯 잠들었다.

꿈을 꾸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는 것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창 너머로 보이는 외원의 밤하늘에 별이 가득했다는 것이다. 그 별들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내가 처음으로 그것들을 제대로 올려다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원래 있던 자리에 있을 때에는 하늘을 보지 않는다.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올려다보기 시작한다.

나는 그때 열두 살이었고, 그날이 내가 오래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 중 가장 작은 것이라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 철환은 따뜻했다가 식었다. 나는 그것을 한동안 잊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다리고 있었다. 쇠라는 것은 온기를 오래 품지 않지만, 아주 오래된 것들은 다르다. 그것들에게는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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