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깊어지던 어느 날, 가문에서 허락이 내려왔다.
허락이라는 말이 옳은지 모르겠다. 명령에 더 가까웠다. 소씨 가문 본채 동편,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창고 한 칸을 내어줄 테니 그 안의 물건들을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물건을 처분할 권한은 없었다. 목록을 작성하여 담당 집사에게 제출하면 된다고 했다. 집사는 내게 종이와 붓을 건네면서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것으로 설명은 끝이었다.
그 창고가 아버지의 물건들이 있는 곳이라는 것은 훈아에게서 들었다. 훈아는 내가 명령을 받은 날 저녁, 숫돌에 낫을 가는 척 내 옆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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