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The Stone That Refused to Become a Building

태초에, 혹은 태초라고 불릴 만한 어떤 시간의 주름 속에서, 돌 하나가 버려졌다.

여와가 하늘을 기웠다. 삼만육천오백 개의 돌로. 그중 삼만육천사백구십구 개는 제자리를 찾았다. 하늘의 균열을 메우고, 별들의 좌표를 고정하고, 구름의 통행로를 정비했다. 하나만 남았다. 가장 작은 것도 아니고, 가장 못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남은 것이었다. 쓰임을 거부했다기보다는, 쓰일 자리가 없었다기보다는, 아마도 어딘가 다른 곳에 속했는데 그 어딘가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종류의 남음.

여와는 그 돌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 신들도 때로는 서류를 잘못 낸다. 그녀는 돌을 청경산 아래에 놓아두었다. 인간들의 시간이 흐르면 알아서 될 것이라는, 일종의 행정적 판단이었다.

돌은 기다렸다. 수천 년을, 아주 침착하게.

그리고 2005년 9월 17일 새벽 두 시 사십삼 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소재 아산병원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아이 하나가 태어났다.

담당 간호사는 나중에 동료에게 말했다. "그 집 아이 낳을 때 이상한 거 있었어. 손에 뭘 쥐고 나온 거야."

"뭘요?"

"목걸이. 금목걸이인데, 뭔 글자가 새겨져 있더라고. 근데 한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고. 방사선과 선생님한테도 보여줬는데 모르겠대."

"에이, 그냥 태아가 들고 있던 뭐 아니었어요?"

간호사는 잠깐 생각했다. "들고 있었던 게 아니야. 쥐고 있었어. 달랐어, 느낌이."

아이의 이름은 가보옥(賈寶玉)이었다. 출생 신고서에는 아버지의 이름이 가정식(賈政植), 어머니의 이름이 왕명숙(王明淑)으로 적혔다. 주소란에는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42층이라고 썼다가, 주소가 너무 길어서 사무원이 칸을 새로 만들어주었다.

42층. 그것이 이 이야기의 첫 번째 숫자다.

가보옥이 태어난 날 밤, 42층 펜트하우스는 봄날 백화점처럼 환했다.

화병에는 흰 나리꽃이 꽂혀 있었다. 주방에서는 미역국 냄새와 함께 삼성동 K호텔 출장 케이터링 팀이 갖고 온 전복 요리 냄새가 섞였다. 하객들은 양가 친척과 가그룹 임원들로 나뉘었는데, 친척들은 거실 왼편 소파에, 임원들은 오른편 소파에 앉았고, 그 사이의 두 발 간격을 아무도 메우지 않았다. 창밖으로는 강남의 야경이 펼쳐졌다. 불빛이 너무 많아서 별은 보이지 않았다.

가정식은 양복을 입고 포도주 잔을 들었다. 그의 손에는 늘 무언가가 들려 있었는데, 그것이 서류일 때와 술잔일 때의 표정이 기묘하게 비슷했다. "건강하게만 커다오. 건강하게만." 그가 말했다. 임원들이 박수를 쳤다.

가모(賈母), 즉 가정식의 어머니이자 이 집의 실질적인 무게중심인 노인은 비단 쿠션이 쌓인 안락의자에 앉아 손자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든이 넘은 얼굴에 주름이 강 하류처럼 흘렀다. 사진 속 아이는 눈을 감고 있었다. 갓 태어난 것들은 모두 무엇가를 방금 잊어버린 얼굴을 하고 있다. 가모는 한동안 사진을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잘 됐어."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 집에서 가모가 '잘 됐어'라고 말하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왕명숙은 병실에 있었다. 남편은 병원보다 펜트하우스가 적절한 자리라고 했고, 그녀는 동의했다. 이 집에서 동의란 대개 먼저 계산이 끝났다는 의미였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면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보다 이 집이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먼저 생각했다. 나쁜 어머니여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아이를 사랑했다. 그 방식에 낭비가 없었다.

아이는 병실 신생아실에서 금목걸이를 손에 쥔 채 자고 있었다.

사흘째 되던 날, 가정식은 조용히 사람을 불렀다.

강북에서 내려온 역술가였다.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의 이름은 대개 밝혀지지 않는다. 그는 검은 가방을 들고 병원 주차장에서 타워팰리스 지하 주차장으로 직행했다. 오춘식이 그를 데리러 나갔다. 오춘식은 이 집의 가사 총괄 매니저로, 스물셋 해 동안 주차 안내에서 시작해서 이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이었다. 그는 역술가의 이름을 묻지 않았고 역술가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역술가는 아이를 한 번 보았다. 목걸이를 보았다. 새겨진 글자를 두 손가락으로 짚었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정식이 조용히 물었다. "어떻습니까."

역술가는 가방 속에서 종이를 꺼내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아드님은 귀한 기운을 타고 나셨습니다. 이 목걸이는——" 그는 잠깐 멈췄다. 멈춤이 약간 길었다. "이 목걸이는 아드님을 지키는 물건입니다. 평생 가까이 두셔야 합니다."

"그게 다입니까?"

역술가는 다시 잠깐 멈췄다. 이번 멈춤은 더 짧았지만, 그 안에 더 많은 것이 들어 있었다. "건강하게 잘 크실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가정식은 만족한 얼굴로 봉투를 건넸다. 봉투가 두툼했다. 역술가는 봉투를 받으면서 아이를 한 번 더 쳐다봤다. 그것도 직업윤리였다. 마지막 확인.

목걸이에 새겨진 글자는 역술가가 읽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읽은 것을 가정식에게 말했다면 봉투는 두툼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는 그런 종류의 침묵이 있다.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유지하는 침묵.

역술가는 지하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오춘식이 그를 다시 차에 태웠다. 차가 출발하기 직전, 역술가가 조용히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오춘식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내색하지 않았다. 오춘식은 늘 그런 식이었다. 그의 귀는 모든 것을 듣고, 그의 얼굴은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역술가가 중얼거린 것은 이랬다.

"이 애는 집이 되기를 거부하는 돌이야."

그날 밤, 가보옥은 신생아실에서 처음으로 눈을 떴다.

형광등 불빛이 흰 천장에 반사되었다. 아이는 아직 초점이 없는 눈으로 아마도 그 빛을 보고 있었는데, 신생아의 눈이란 원래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가늠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뭘 보고 있었는지는 사실 알 수 없다.

손 안에는 여전히 목걸이가 있었다. 금이었다. 온기가 있었다. 아이의 체온이 옮은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온기가 있었던 것인지는 구분되지 않았다.

간호사가 기록지에 메모했다. 시간, 체온, 수유 여부. 표준 항목들. 목걸이에 대해서는 칸이 없었으므로 적지 않았다.

새벽 세 시였다. 병원은 조용했다. 강남은 조용했다. 42층은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 뒤라 조용했다.

아이가 첫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냄새가 났다. 아주 희미하게. 소독제 냄새와 어머니의 체온 냄새와 새 면 소재의 냄새들 사이로, 뭔가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습하고 낮은 곳의 냄새. 비가 내리기 전 콘크리트가 머금는 그 냄새. 지면 아래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냄새.

돌의 냄새였다.

아이는 눈을 감았다. 다시 잠들었다. 손 안의 목걸이를 꼭 쥔 채로.

창밖 강남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42층은 그 불빛들 위에 있었다. 그보다 낮은 곳은 모두 아래였다. 그보다 높은 곳은 없었다.

아직은.

훗날 이 집의 사람들은 가보옥이 태어난 날을 저마다 다르게 기억할 것이다.

가정식은 후계자가 태어난 날로 기억할 것이다.

왕명숙은 올바른 결혼이 올바른 아이를 만든다는 것을 증명한 날로 기억할 것이다.

가모는 오래전 잃어버린 무언가가 돌아온 것 같다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의 날로 기억할 것이다.

오춘식은 역술가가 차 안에서 중얼거린 말을 들은 날로 기억할 것이다. 그는 그 말을 어딘가에 적어두었다. 그가 적어두는 모든 것들과 함께.

그리고 그 아이 자신은, 물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돌은 어디서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돌아갈 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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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The Stone That Refused to Become a Building — 석두기(石頭記): 반지하의 꿈 | Gen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