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The Jade Kitchen and the Forgotten Tongue

손이 먼저 깨어났다.

생각이 돌아오기 전에, 이름이 기억나기 전에, 손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무쇠 솥 바닥을 짚으로 만든 수세미로 문지르는 동작. 원을 그리며, 힘을 균등하게 분배하며, 손목에서부터 밀어내는 그 리듬. 어디서 배웠는지도 모를 만큼 깊이 몸에 밴 움직임이었다.

의식이 그 손 위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연기였다. 낮고 시커먼 연기가 천장 가까이 물처럼 흘렀다. 그 아래로 크고 작은 화구가 줄지어 타오르고, 무쇠와 황동과 질그릇이 뒤섞인 솥들이 불 위에서 저마다 다른 속도로 끓고 있었다. 장작 타는 냄새와 기름 냄새, 생강과 팔각의 냄새, 그리고 그 아래 깔린 오래된 돌바닥의 냄새. 습하고 두텁고 낯선 냄새들이 한꺼번에 콧속을 밀고 들어왔다.

이곳은 수라간이 아니었다.

수라간은 이렇지 않았다. 경복궁 수라간의 공기는 더 건조하고 더 엄격했으며, 불의 색깔도 달랐다. 여기는—여기는 너무 컸다. 수라간 열 개를 이어붙인 것 같은 규모였다. 기둥과 기둥 사이 거리가 멀고, 천장이 높고, 한쪽 벽면 전체가 저장고로 이어지는 문들로 막혀 있었다. 그 문들 너머에서 짜고 달고 시큼한 냄새들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멈추었다.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거칠었다. 마디마다 굳은살이 박히고, 손목 안쪽에 오래된 화상 흔적이 희끗하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의 손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자신의 것이었던 손이 아니었다. 손은 분명 여기 있고, 움직이고, 감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 굳은살의 위치가 달랐다. 이 화상 흔적의 모양이 달랐다.

누군가 뒤에서 소리쳤다.

알아듣지 못했다.

두 번째 소리가 왔을 때, 뇌가 천천히 소리를 언어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금향(錦香). 부르는 것이었다.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 이름이 이 몸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것이 지금 자신의 이름이라는 것을, 그녀는 어떤 설명도 없이 알았다.

고개를 들었다.

부엌은 살아 있었다. 수십 명의 여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 움직임들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열의 선이 그어져 있었다. 화구 가까이에 서 있는 여인들과 저장고 쪽에 서 있는 여인들, 그리고 그녀처럼 솥 바닥을 닦는 여인들. 불 가까이 있을수록 권한이 있고, 물 가까이 있을수록 없었다. 조선 궁중 수라간과 다르지 않은 논리였다.

그녀는 다시 솥을 닦기 시작했다.

생각은 나중에 해야 했다. 지금은 먼저 살아남아야 했다.

몸이 기억하는 것들을 믿기로 했다. 이 손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이 눈이 왜 낯선 것들을 보고 있는지—그런 질문들은 부엌이 조용해진 다음에 물어볼 수 있었다. 부엌이 조용해지는 일은 아마 없을 것 같았지만.

잠시 후, 그녀의 눈이 오른쪽을 향했다.

두 화구 건너편에서 열다섯 살쯤 된 어린 하녀가 채소를 썰고 있었다. 연근이었다. 두께가 고르지 않았다. 아니, 두께보다 더 큰 문제는 칼을 잡은 방식이었다. 손가락이 칼날 방향으로 너무 열려 있었다. 저렇게 썰다가 힘을 잘못 주면—

소녀의 칼이 미끄러졌다.

연근이 도마 바깥으로 굴러 떨어졌다. 소녀가 당황하여 칼을 내려놓고 연근을 줍는 순간, 그녀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일어서서 두 걸음을 옮기고, 소녀의 옆에 서서, 말없이 소녀의 손에서 칼을 가져갔다.

칼을 바로잡았다. 검지를 칼등 위에 얹는 방식으로, 엄지가 칼날의 평평한 면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연근을 다시 도마 위에 올리고, 왼손 손가락을 고양이 발 모양으로 구부려 연근의 끝을 잡는 방법을 시범으로 보여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할 말이 있어도 이 언어로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아직 몸이 따라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하는 말과 나오는 말 사이에 낯선 간극이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것처럼.

그 찰나에 누군가의 눈길이 등에 닿았다.

차가운 눈길이었다. 무게가 있는 눈길이었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예순은 족히 됐을 여인이 화구 앞에 서서 팔짱을 끼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앞치마는 두 겹이었고, 머리에 꽂은 비녀가 그녀의 직책을 알려주고 있었다. 눈썹 아래로 단단하게 가라앉은 두 눈이 지금 자신을 겨누고 있었다.

이 부엌의 상전이었다.

여인이 입을 열었을 때 그 목소리는 낮고 평평했다. 말의 내용보다 말의 무게가 먼저 전달됐다.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절반쯤이었지만, 그 절반만으로도 충분했다. 네가 누구기에 감히 끼어드느냐. 분수를 알라. 맡은 일이나 해라.

유씨 노파였다. 나중에 안 이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는 그저, 이 부엌의 서열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허리를 굽혔다. 사과의 형태로 굽혔으나 눈을 내리깔지는 않았다. 눈을 내리까는 것은 진짜 두려움이고, 허리를 굽히는 것은 예의였다. 그 차이를 이 부엌의 상전은 분명 알고 있을 것이었다.

유씨 노파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나 더 말하지는 않았다. 몸을 돌려 화구 쪽으로 가버렸다. 그것이 경고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한 번뿐인 경고라는 것도.

그녀는 제자리로 돌아와 솥을 다시 집어 들었다.

심장이 차분했다. 궁중 수라간의 최상궁에게 꾸지람을 듣던 날들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때도 그녀는 이렇게 했다. 허리를 굽히고, 눈을 들고, 손을 멈추지 않았다.

솥을 닦으면서 눈으로는 부엌 전체를 읽기 시작했다.

화구는 열여섯 개였다. 그중 절반이 지금 사용 중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예비로 묶여 있었다. 조리에 쓰이는 것이 열 개, 육수를 내는 것이 세 개, 나머지 세 개는 온수를 공급하는 용도였다. 저장고는 세 개의 문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왼쪽 문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가운데 문에서는 소금과 식초 냄새가, 오른쪽 문에서는 냉기가 흘러나왔다. 냉장 창고였다.

냉장 창고가 있다는 것은 얼음을 쓴다는 것이고, 얼음을 쓴다는 것은 이 집의 재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알고 있었다. 이 집은 가부(賈府)였다.

그 이름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 몸의 기억에서 흘러온 것이거나, 아니면 이 낯선 세계가 그녀에게 건네주는 최소한의 좌표였거나. 어쨌든 그 이름과 함께 따라오는 감각이 있었다. 크다. 오래됐다. 그리고 화려하다.

화려함의 냄새는 저장고에서 나고 있었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눈을 옮겼다. 조리 중인 것들을 보았다. 오리 한 마리가 통째로 청동 솥 안에서 끓고 있었는데, 넣어둔 향신료가 적어도 여덟 가지였다. 죽순과 말린 능이버섯이 짝을 이루고 있었고, 겨울 대추가 체로 걸러진 채 한쪽에 놓여 있었다. 재료들은 귀했다. 그러나 다루는 손이 재료의 값어치를 모르고 있었다.

오리를 끓이는 여인이 뚜껑을 열고 거품을 걷어내는 방식이 보였다. 국자가 너무 깊이 들어갔다. 거품만 건져야 하는데 육수까지 떠내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두 시간을 끓여도 국물에 깊이가 생기지 않는다. 오리 뼈에서 아직 콜라겐이 채 나오지 않았는데 지금 불을 이 높이로 유지하면 살이 먼저 흩어지고 만다. 불을 낮추고, 뚜껑을 반쯤 열어두고, 국자를 얕게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번의 경고는 받았다.

솥 바닥을 닦으면서, 재료들을 보면서, 서열의 선들을 읽으면서 그녀는 조용히 계산했다. 지금 당장 솜씨를 드러내는 것은 이 부엌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아니었다. 서열 가장 아래에서 돌연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도발로 읽힌다. 그것은 조선 궁중에서도 다르지 않은 이치였다.

먼저 보아야 했다. 무엇이 여기서 쓰이고 무엇이 버려지는지, 누가 누구를 두려워하고 누가 누구에게 의탁하는지, 어떤 재료가 어느 방으로 올라가는지. 그것들을 다 파악한 다음에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녀는 솥을 내려놓고 다음 솥을 집어 들었다.

오후의 빛이 높은 창으로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다. 연기가 그 빛을 잘라 기울어진 기둥처럼 세웠다. 부엌 가장 안쪽 화구 위에서 된장과 비슷하지만 된장이 아닌 무언가의 냄새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두반장이었다. 처음 맡는 향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 몸이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두 가지 기억이 한 몸 안에 있었다. 하나는 조선의 것이고 하나는 이곳의 것이었다. 언어가 그랬고, 냄새에 대한 반응이 그랬고, 이름들이 그랬다. 그 두 기억은 아직 서로 완전히 맞붙지 않았다. 사이사이 간극이 있어서, 그 간극에서 종종 어지러움 같은 것이 올라왔다.

어지러울 여유가 없었다.

저쪽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열여섯 살쯤 된 하녀가 무거운 육수 솥을 들다가 기울여버린 것이었다. 뜨거운 국물이 바닥으로 쏟아졌고, 소녀가 발을 빼며 비명을 질렀다. 주변이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가서 닦지 않았다.

그녀가 가서 닦았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 유씨 노파는 그쪽을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뜨거운 국물이 바닥에 고여 있으면 다음 사람이 미끄러진다. 그게 전부였다.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닦으면서, 엎질러진 국물을 잠깐 맡아보았다. 닭 육수였다. 아직 충분히 우러나지 않은, 세 시간쯤 끓인 닭 육수. 버려지기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 다음에야 아깝다는 감정이 아니라 정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부엌은 세 시간짜리 닭 육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버린다. 즉 재료가 풍족하다는 뜻이었다.

풍족한 재료와, 그것을 다루는 서투른 손과, 그 사이 어딘가에 자신이 들어설 자리가 있었다.

바닥을 다 닦고 일어서는데 등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같은 처지의 하녀들 중 하나였다. 스물쯤 된 여인으로, 광대뼈가 도드라지고 눈이 작았다. 눈웃음을 쳤는데 눈 안에는 웃음이 없었다.

"새로 온 애가 부지런하네."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이 칭찬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미소는 짓지 않았다. 미소는 맥락 없이 쓰면 약함으로 읽힌다. 그것도 수라간에서 배운 것이었다.

해가 기울었다.

저녁 상차림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자 부엌의 온도와 소음이 동시에 올라갔다. 유씨 노파의 목소리가 연기 속을 가로지르며 이쪽저쪽을 지휘했다. 누군가는 지적을 받고, 누군가는 칭찬을 받고, 대부분은 보이지 않는 채로 있었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채로 있었다.

그러면서도 눈은 쉬지 않았다. 저녁 상에 오를 음식이 어디서 나오는지, 어느 것이 안쪽 채로 가고 어느 것이 바깥 채로 가는지, 어떤 재료들이 특별 관리되고 있는지. 벽 한쪽에 자물쇠가 채워진 작은 문이 있었다. 열쇠는 유씨 노파의 허리에 달려 있었다. 그 문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는 것은, 안에 있는 것들이 밀봉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귀한 것들일 것이었다. 약재이거나, 희귀 향신료이거나, 혹은 독이거나.

독이라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그리고 그 생각을 따라 뭔가 오래되고 무거운 감각이 따라왔다. 독과 약은 같은 것에서 온다는 것. 분량과 쓰임에 따라 이름이 달라질 뿐이라는 것. 그것은 조선 궁중 의녀에게서 들은 말이었다.

그녀는 그 생각을 접어두었다.

솥을 하나 더 집어 들었다. 부엌의 저녁은 아직 깊어지고 있었다.

바닥에 굵은 소금 알갱이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밟으면 미끄러운 소금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릎을 굽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잠깐 들여다보았다.

소금이었다. 조선의 것과 다르지 않은 소금이었다.

이 세계에서도 소금은 소금이었다.

그 사소한 사실이 왜인지, 오늘 처음으로, 그녀에게 작은 안도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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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The Jade Kitchen and the Forgotten Tongue — 홍루의 불꽃, 솥 앞의 장금 | Gen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