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기계는 오전 8시 47분에 갈리기 시작한다.
박지안은 이것을 안다. 기계를 보지 않아도 된다. 복도 끝 자신의 자리에 앉아 모니터 전원을 켜는 동안 저 소리가 들려오면, 시계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연구소 건물은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엘리베이터는 오전 9시 이전에 세 번 멈추고, 옆 연구실의 이 선생은 점심 직후 반드시 한 번 기침을 하고, 커피 기계는 8시 47분에 간다.
지안은 외투를 의자 등받이에 걸었다. 창밖으로 마포구의 아침이 납빛으로 깔려 있었다. 10월 초순의 하늘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사람처럼 희뿌옇게 흐렸다.
데이터 로그 파일을 열었다. 어젯밤 자동 수신된 전파 관측 데이터가 화면을 채웠다. 숫자들 사이로 시선이 미끄러져 갔다. 지안은 스크롤을 내렸다. 손가락이 트랙패드 위에서 움직이는 동안 뇌는 어딘가 다른 데 가 있었다. 정확히는, 어젯밤 11시 43분에 수신된 편의점 앱 알림이 생각났다. 참치마요 삼각김밥 재고 소진. 그 알림을 보고 괜히 잠이 깬 자신이 생각났다. 그 잠 깬 이후 30분이 생각났다.
커피 기계 소리가 멈췄다.
지안은 일어섰다.
휴게실은 연구소 3층 복도 끝에 있었다. 형광등 하나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작년부터였던 것 같기도 하다. 신청을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벌써 다섯 달째 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지안이 종이컵을 집어 들자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일찍 오셨네요."
최현우였다. 그는 검은 파일 하나를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왼쪽으로 약간 눌려 있었다. 어젯밤 늦게까지 있었다는 뜻이다. 아니면 오늘 아침 일찍 왔거나. 지안은 둘 중 어느 쪽인지 판단하지 않았다.
"항상 이 시간에 와요."
지안이 말했다. 현우는 잠깐 웃었다. 소리 없이, 입꼬리만.
그는 지안 옆에 서서 커피를 뽑았다. 아메리카노 두 샷. 지안은 자신의 컵에 커피가 채워지는 동안 현우의 컵을 흘깃 보았다. 아메리카노 한 샷. 그는 지난달 중순부터 한 샷으로 바꿨다. 정확히는 9월 17일부터. 지안은 이것을 기록해두지는 않았다. 기록하지 않아도 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데이터 확인했어요?"
현우가 물었다.
"방금 열었어요."
"어제 서쪽 배열 쪽에서 잡음이 좀 있었는데, 아마 기기 문제일 거예요."
그는 파일을 겨드랑이 쪽으로 고쳐 끼며 말했다. 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우는 커피를 들고 먼저 나갔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멀어졌다.
지안은 자신의 컵을 들고 창가 쪽을 잠깐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은행나무 가지가 보였다. 아직 초록이었다. 노랗게 변하려면 아마 3주는 더 있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4주.
그녀는 자리로 돌아갔다.
오전은 그렇게 흘렀다.
지안은 데이터를 검토하고, 지난주 관측 보고서의 각주를 수정하고, 황 소장에게 보낼 요약 메모의 두 번째 문단을 세 번 다시 썼다. 세 번 모두 비슷했다. 첫 번째 버전과 세 번째 버전의 차이는 쉼표 하나였다.
12시 11분, 지안은 식판을 들고 구내식당에 들어섰다.
현우는 이미 앉아 있었다. 창가 쪽 두 번째 테이블. 지안은 줄을 서며 그 자리를 보았다. 창가 쪽으로 세 번째 테이블이 원래 그가 앉던 자리였다. 지난 열하루 동안 그는 두 번째 테이블에 앉았다. 두 번째 테이블은 세 번째 테이블보다 창에서 약 7, 8센티미터 더 가깝다. 지안은 이 이동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오늘로 열하루째였다.
지안은 된장국 트레이를 받아들고 현우와 세 테이블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원래 자리. 둘 다 어디에 앉아야 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러나 지안이 이 자리에 앉은 지는 7년이 되었고, 현우가 창가 쪽으로 이동하기 전까지는 항상 세 번째 창가 테이블에 앉았다.
국이 뜨거웠다. 지안은 숟가락으로 천천히 저었다.
현우는 혼자 도시락 뚜껑을 열고 있었다. 창밖 불빛이 그의 옆얼굴에 약하게 얹혀 있었다. 그가 식당에 도시락을 싸오기 시작한 것은 열이틀 전이었다. 하루 차이다. 이동과 도시락이 같은 시기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지안은 알고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지안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은.
식사는 12분이 걸렸다.
오후에는 보고서 작업을 이어갔다. 2시가 조금 넘어 화면 하단의 시계가 14:13을 표시했을 때, 지안은 자동 스트리밍 데이터 창을 무심코 내려다보았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다.
스크롤을 다시 올렸다.
패턴이 있었다. 아주 단순한 패턴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복잡하지도 않았다. 노이즈 안에 있었다. 정확히는, 노이즈처럼 보이도록 배치된 무언가가 노이즈 안에 있었다. 지안은 눈을 가늘게 떴다. 모니터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우주 관측 데이터에는 인공적 잡음이 섞이는 경우가 있다. 위성 간섭, 지상파, 오래된 케이블. 지안은 그런 잡음을 7년 동안 충분히 보아왔다. 이것은 그것들과 달랐다. 달랐다는 표현이 맞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다르게 보였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지안은 마우스를 멈췄다.
해당 구간을 블록 선택했다. 파형을 따로 열었다. 그래프가 새 창에 펼쳐졌다.
조용했다.
사무실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시간이 있다. 건물 전체가 숨을 참는 것 같은 순간. 지안은 그 침묵 안에서 화면을 보았다. 파형은 규칙적이었다. 규칙적이라는 말도 정확하지 않았다. 규칙적으로 보이는 구간과 불규칙한 구간이 일정한 간격으로 교차되었다. 마치 누군가가 숨을 쉬는 것 같은, 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다가 지안은 그 문장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수신 시각을 확인했다. 오늘 오전 3시 22분. 서쪽 배열 관측망.
서쪽 배열.
아까 현우가 잡음이 좀 있었다고 한 곳이었다.
지안은 잠깐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팔짱을 꼈다. 파형을 다시 보았다.
기기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전파 간섭일 수도 있다. 지구 쪽 간섭원은 꽤 많다. 이 패턴이 며칠째 반복되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현우에게 말을 해야 하나, 오늘 중으로. 아니면 내일 아침에. 아니면 좀 더 보고나서.
지안은 파일을 하나 열어 해당 구간의 좌표값을 복사해 붙여넣었다. 임시 폴더에 저장했다. 폴더 이름을 뭐라고 지어야 할지 잠깐 생각하다가 그냥 날짜로 했다. 20311007.
시계는 14시 29분이었다.
창밖의 은행나무는 여전히 초록이었다.
지안은 커피 기계가 있는 휴게실 쪽을 생각했다. 컵라면 하나 끓여도 되는 시간이었다. 아니면 4시 이후에 편의점을 들러도 되었다. 오늘 삼각김밥은 아마 참치마요 대신 불고기를 사야 할 것이다. 참치마요가 있으면 참치마요를 사겠지만, 어제 앱 알림으로 봤을 때 그쪽 편의점은 재고를 잘 안 채워넣는 편이었다.
지안은 파형 창을 닫지 않은 채로 보고서 파일로 돌아갔다.
그리고 세 번째로 수정했던 두 번째 문단을 네 번째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