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The Man in the Rain Whose Chest Holds a Hilt

빗소리가 먼저였다.

이어폰 안쪽으로, 재생 중인 음악이 끝나고도 한참 뒤까지, 빗소리만 남아 있었다. 차세인은 그것을 알아챘다. 플레이리스트가 멈춘 것을 눈치챘지만 새로운 곡을 고르지 않았다. 빗소리 자체가 충분히 두꺼웠다. 서울 한복판의 10월 밤, 종로의 빗소리는 아스팔트에 부딪히고, 처마에서 흘러내리고, 지나가는 택시의 바퀴 아래서 으깨지면서 하나의 층을 이루었다. 세인은 그 층 속에 파묻혔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왼쪽으로 꺾어야 했는데 오른쪽으로 꺾었다.

별일이 아니었다. 골목이 어두웠고, 편의점 형광등이 빗속에서 번져 방향감각을 흐렸다. 우산의 끝이 바람에 두 번 뒤집힐 뻔했고, 그것을 잡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골목은 낯선 것이 되어 있었다. 오래된 건물들이 양쪽으로 좁게 붙어 있는, 지도 어딘가에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낮에도 잘 찾지 않을 것 같은 종류의 골목이었다.

세인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골목이 종로에는 많았다. 지나가면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서 있었다.

처음에는 전봇대라고 생각했다. 우산도 없이, 처마 아래에 서 있는 것도 아니고, 골목 한중간에 그냥 서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 완전히 젖어 있었지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처럼, 혹은 알아차렸지만 오래전에 개의치 않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 위로 빗물이 타고 내렸다. 발밑에 작은 웅덩이가 고여 있었다.

세인은 그를 피해 돌아가려고 했다.

우산이 바람에 다시 한번 저항했다. 그것을 잡으려고 팔을 뻗는 순간 한 발짝이 어긋났다. 어긋난 발이 웅덩이를 밟았다. 차가운 빗물이 운동화 안으로 스며들었다. 세인은 그때 그를 제대로 보았다.

가슴에 무언가 있었다.

처음에는 빛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어둠 속에서 금속이 반사하는 방식이 때로 이상한 형태를 만들어낼 때가 있었다. 하지만 눈을 깜빡이고 다시 봐도 그것은 그대로였다. 그의 가슴 왼쪽, 정확히 심장과 명치 사이, 어두운 색의 코트를 뚫고 나와 있었다. 자루였다. 칼의 자루. 낡고 검은,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듯한 질감의, 그러나 빗물에 젖어 묵직하게 실재하는, 칼자루.

세인의 귓속에서 죽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술렁였다.

평소에도 그 목소리들은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거리의 소음처럼, 아니 그 소음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방식으로, 죽은 사람들의 말이 들렸다. 대부분은 단편적이었다. 어떤 계절의 어떤 날씨에 대한 이야기. 이름. 후회. 고통이 아니라 그냥 오래된 것들. 세인은 스물두 살이 되도록 그 목소리들과 함께 살아왔고, 이어폰 안으로 음악을 흘려보내는 것으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런데 지금 그 목소리들이 술렁이고 있었다. 이 남자를 보자마자.

세인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을 봤다.

그는 그녀를 보고 있었다.

눈이 어두웠다. 어두운데 텅 빈 것이 아니라, 무언가로 가득 찬 것들이 너무 오래되어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우물 같은 눈이었다. 세인은 그 눈에서 무언가를 읽으려고 했다가 그만두었다. 읽히는 것이 없었다. 정확히는, 읽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하나도 읽을 수 없었다.

그는 놀라지 않았다.

그 점이 이상했다. 세인이 그의 가슴에 박힌 것을 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는데, 그는 그것을 보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에 이 순간을 예상했고, 예상한 대로 일어났으므로 놀랄 이유가 없다는 사람처럼.

칼자루 위로 빗물이 흘렀다. 칼은 그의 가슴에서 나와 있었는데 피가 없었다. 그 어디에도. 코트도 멀쩡했다. 다만 검은 자루만이, 낡고 무거운 무언가로 만들어진 그것만이, 분명하게, 실제로, 거기에 있었다.

세인의 입이 벌어졌다.

귓속에서 목소리들이 더 커졌다. 커졌다가, 갑자기 하나의 방향으로 쏠리는 것처럼, 한꺼번에 무언가를 향해 기울어지는 것처럼, 술렁임의 결이 달라졌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그때 남자가 아주 작게 눈을 가늘게 떴다.

거의 티가 나지 않는 변화였다. 하지만 세인은 봤다. 그 눈이 아주 오랫동안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다가, 이 순간,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를 마주친 것을. 그것은 놀람이 아니었다. 놀람이라기엔 너무 작고, 너무 늦게, 그러나 분명히 실재하는 방식으로, 무언가가 그의 얼굴 위를 한 번 스쳐지나갔다.

세인은 달렸다.

왜 달리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우산을 든 채로, 운동화 안에 빗물이 고인 채로, 왔던 골목을 되돌아갔다. 발이 아스팔트를 칠 때마다 물이 튀었다. 숨이 빠르게 올라왔다. 코와 목 사이 어딘가에서 공기가 차고 가팠다.

뒤에서 따라오는 소리는 없었다.

세인은 그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큰 길이 나타날 때까지. 편의점 간판이 보일 때까지.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보일 때까지.

숨을 골랐다. 가슴이 빠르게 올라왔다 내려갔다. 손등으로 빗물을 닦았다. 이마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것도 함께 닦였다.

그때 세인은 알아챘다.

조용했다.

이어폰 안이 조용했다. 음악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목소리들이 없었다. 태어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완전히 멈춰본 적 없는 죽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 순간만큼은, 전부, 사라져 있었다.

세인은 손으로 오른쪽 이어폰을 눌렀다. 귀를 막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소음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반대였다. 없어진 것의 자리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손가락 끝이 이어폰을 누르는 압력 안에서, 세인은 그 침묵의 질감을 느꼈다.

비가 계속 내렸다.

골목 저편에 두고 온 남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었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면서. 가슴에 그 칼을 꽂은 채로.

세인은 다시 그쪽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발을 더 이상 움직이지도 못했다. 큰 길의 가장자리에 서서, 지나가는 차의 헤드라이트가 빗속에서 번지는 것을 보면서, 귓속의 침묵이 얼마나 낯선 것인지를 느꼈다.

낯선 것이었다. 무섭도록.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따로 있었다.

그 침묵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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