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위의 차는 식어 있었다.
유비는 그것을 알아챘다. 찻잔을 들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들어올린 채로 입술에 닿기 직전에 멈췄기 때문이다. 수증기가 없었다. 그는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방은 넓지 않았다. 군벌의 집무실이라기보다는 지방 토호의 응접실에 가까웠다. 벽에는 지도가 하나 걸려 있었는데, 십 년은 된 것 같았다. 하북의 경계선이 지금과 달랐다. 유비는 그것도 알아챘지만 언급하지 않았다.
장좌를 점하고 앉은 사내는 왕준이라고 했다. 형주 남부에서 세력을 불리고 있는 중이었다. 나이는 마흔 중반, 배가 나왔고 손가락에 옥반지를 세 개 끼고 있었다. 그의 부하 셋이 벽 쪽에 늘어서서 유비 일행을 보고 있었는데, 보는 방식이 위험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구경하는 것에 가까웠다.
유비는 그것도 계산에 넣었다.
"먼 길을 오셨소."
왕준이 말했다. 예의 바른 어조였다. 그러나 예의 바른 것과 환대하는 것은 다르다.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유비가 대답했다. 이것은 사실이었다. 지난 열두 해 동안 그는 여섯 개 군벌의 진영을 거쳤다. 거리는 정말로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문제는 언제나 다른 것이었다.
그는 앉은 자세를 조금 고쳤다. 등을 더 폈다. 어깨를 자연스럽게 떨어뜨렸다. 이것은 의식적인 동작이 아니었다. 의식할 필요가 없을 만큼 오래된 동작이었다.
"소인은 한 경제의 아들 중산정왕 유승의 후예로서——"
그리고 시작되었다.
유비는 '한'이라는 단어 앞에서 잠깐 멈추는 버릇이 있었다. 아주 짧은 정지였다. 처음 들으면 생각을 고르는 것처럼 보였고, 두 번째 들으면 감정을 억누르는 것처럼 보였다. 세 번째 들으면 그것이 연습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왕준은 이 연설을 처음 듣고 있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백성들의 고통'이라는 구절을 말할 때였다. 오른손 엄지가 왼손 손바닥을 짚는 동작. 주먹을 쥐는 것보다 절제된, 그래서 더 설득력 있는 동작이었다. 시선은 그 직전에 잠깐 아래로 내려갔다가 돌아왔다. 마치 고통받는 백성들의 얼굴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왕준의 옥반지가 빛을 받아 번쩍였다.
유비는 계속했다.
황건의 난 이후 무너진 기강에 대해. 조정이 환관들에게 잠식된 것에 대해. 한실의 정통성이 지금 이 순간에도 흐릿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이 부분에서 목소리를 약간 낮추었다. 낮은 목소리는 분노보다 슬픔처럼 들렸고, 슬픔은 분노보다 믿을 만했다.
방 안의 부하 셋 중 하나가 하품을 삼켰다.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유비는 보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오늘의 연설은 마흔세 번째였다. 그가 직접 세어본 것은 아니었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셀 필요가 없어졌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방의 온도였다. 참석자의 숫자, 벽 장식의 수준, 주인이 내어놓은 차의 질. 오늘 차는 식어 있었고, 지도는 낡았고, 부하는 하품을 삼켰다. 유비는 이 정보를 목록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냥 알았다.
장비는 바깥방에 있었다.
넓은 의미의 대기실이었는데, 장비는 그것을 본래 용도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허리에 찬 가죽 주머니를 들어올렸다. 술이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이 지역 어딘가에서 구한 탁한 것이었다. 그는 한 모금 마시고 입구 쪽 병사를 쳐다보았다.
병사는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장비는 한 모금을 더 마셨다.
저 안에서 유비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았다. 들을 필요도 없었다. 연설의 구조를 그는 자다가도 말할 수 있었다. 황실 혈통, 대의명분, 무너진 강토, 뜻을 같이할 자를 구한다. 순서가 가끔 바뀌었지만 내용이 바뀐 적은 없었다. 한 번은 유비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술이 들어갔을 때였다.
형은 그게 진심이오?
유비는 잠깐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나는 피로하다, 익덕아.
그것이 대답이었는지 대답이 아니었는지, 장비는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다.
주머니를 다시 들어올렸다. 비어 있었다. 그는 주머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서까래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이 집도 오래되었다.
관우는 문 옆에 서 있었다.
정확히 문에서 두 걸음 떨어진 지점, 등은 벽에서 떨어지고 발은 어깨너비로 벌린 자세였다. 불필요한 긴장이 없는 자세였다. 칼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칼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필요해지면 세 박자 안에 뽑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는 연설을 듣고 있었다.
정확히는 듣고 있는 척을 하고 있었는데, 그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는 설명할 수 없었다. 유비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더 이상 정보로 처리되지 않았다. 처음 이 연설을 들었을 때 — 탁현에서, 도원의 맹세를 맺기 얼마 전 — 그때는 달랐다. 한실의 후예가 백성을 위해 일어선다는 말이 가슴에 걸렸다. 정확히 어디에 걸렸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무언가 걸렸다는 것은 기억했다.
지금은 걸리는 것이 없었다. 유비의 목소리는 방 안에서 울렸다가 사라졌다. 왕준이 간간이 고개를 끄덕였다. 관우는 자세를 유지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이따금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자세를 유지하고, 형의 곁에 서고, 필요한 순간에 칼을 뽑는 것. 더 물을 것이 없었다. 물음이 없으면 답도 없고, 답이 없으면 흔들릴 것도 없었다.
왕준의 부하 중 하나가 기침을 했다.
관우는 그쪽으로 눈을 옮겼다가 다시 정면으로 돌렸다.
"힘을 합쳐주신다면 한실은 반드시——"
유비가 마지막 구절에 접어들었다. 왕준이 소매를 정리했다. 미세한 동작이었다. 그러나 유비는 보았다. 소매를 정리하는 것은 말하려는 사람이 하는 동작이 아니었다. 자리를 마무리하려는 사람이 하는 동작이었다.
그는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마지막 문장을 더 천천히, 더 무겁게 끝냈다. 그리고 멈추었다.
방 안이 잠깐 조용했다.
"말씀은 잘 들었소."
왕준이 말했다. "본인도 한실을 위하는 마음이야 같지 않겠소. 다만 지금은 형편이."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준이 계속할 수 있도록.
형편이라는 단어는 거절의 어른 표현이었다. 형편이 어렵다, 형편이 허락지 않는다. 유비는 이 단어가 나온 횟수도 세어본 적이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어느 순간부터 세지 않았다.
왕준이 말을 이어갔다. 저장의 여건, 북쪽 경계의 압박, 인력 문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들이었다. 유비는 하나씩 들으면서 고개를 기울였다. 이해한다는 몸짓이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몸짓이었다.
"허면, 다음 기회를 기다리겠습니다."
유비가 말했다. 서운함이 없는 목소리였다. 원망도 없었다. 그냥 다음 방향을 묻는 사람처럼 말했다.
왕준이 안도했다. 그것도 보였다.
그들은 차를 더 마시지 않았다. 짧은 인사가 오갔다. 유비가 먼저 일어섰다.
문밖으로 나왔을 때 장비가 벽에서 등을 뗐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가자."
유비가 말했다.
셋이 복도를 걸었다. 관우가 오른쪽, 장비가 왼쪽. 유비가 가운데. 저택의 하인이 앞에서 길을 안내했는데, 걸음이 빨랐다. 저녁 식사는 없을 것이었다.
관문을 나서자 바람이 왔다. 이른 봄의 바람이었는데, 아직 찼다. 유비는 옷깃을 여미지 않았다.
말은 울타리에 묶여 있었다. 세 마리. 그 중 두 마리는 유비와 관우 것이었고 하나는 장비 것이었는데, 장비의 말은 묶인 줄을 거의 끊기 직전까지 당겨놓고 있었다. 장비가 말없이 목을 쓸어주었다. 말이 귀를 뒤로 눕혔다가 앞으로 세웠다.
출발했다.
관도로 돌아오기까지 한 시진 남짓이 걸렸다. 해가 기울면서 먼지가 빛 속에 섰다. 앞서 가는 짐 수레가 하나 있었는데, 바퀴가 낡아서 덜커덕거렸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는 방식에도 종류가 있었다. 관우의 침묵은 윤곽이 또렷했다. 그는 말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장비의 침묵은 달랐다. 그는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말하지 않을 때가 있었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유비의 침묵은 그 둘과 달랐다.
그는 오늘 있었던 일을 목록으로 만들고 있지 않았다. 분석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냥 길 위에 있었다. 왕준의 저택은 이미 등 뒤에 있었고, 다음 목적지는 아직 앞에 있었다. 그 사이에 유비는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말 위에 앉아 있었다.
한실의 후예. 백성을 위하는 의지. 뜻을 같이할 자를 구한다.
문장들이 머릿속에 있었다.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물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질문은 유용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덜커덕거리는 짐 수레가 작은 돌멩이를 밟고 흔들렸다.
유비는 고삐를 조금 당겼다. 말이 속도를 줄였다. 그는 수레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길은 계속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