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Nurungji at 5:47 A.M.

5시 47분에 누룽지가 탄다.

정확히 5시 47분은 아니다. 타이머를 맞춰두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냄비를 불에 올려두고 욕실에 다녀오면, 세수를 마치고 수건으로 얼굴을 두 번 닦고 나면, 언제나 그 시간쯤 부엌에서 냄새가 온다. 눌어붙는 냄새. 탄 것과 구워진 것의 경계 어딘가에서 나는 냄새. 나는 그걸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그 냄새가 나면 아침이 시작된다는 걸 안다.

오늘도 5시 47분이었다.

냄비를 불에서 내리고 뚜껑을 열면 수증기가 올라온다.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물을 부어 다시 약불에 올린다. 기다린다. 누룽지가 물을 머금고 부드러워지는 데는 삼 분이 걸린다. 나는 그 삼 분 동안 창문 밖을 본다. 6월의 새벽, 서울 외곽의 좁은 길에는 아직 차가 없다. 편의점 간판만 혼자 켜져 있다. 저 간판은 누가 끄러 가나 항상 궁금했는데 궁금한 채로 3년이 지났다.

누룽지를 먹는다. 그릇 하나. 국이나 반찬은 없다. 있어도 귀찮다.

옷을 입는다. 회색 카디건. 검은 바지. 신발은 어제 현관에 놓아둔 것을 그대로 신는다. 가방은 문 옆 고리에 걸려 있다. 지갑, 사원증, 이어폰, 진통제 두 알—이 순서로 넣어두었기 때문에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핸드폰을 확인한다. 알림은 두 개다. 은실이한테서 온 카카오톡 하나, 그리고 어떤 앱의 업데이트 요청. 은실이 메시지는 어젯밤 열한 시에 온 거고 내용은 대략 이렇다. 뉴스 봤어? 어디서 또 이상한 파동 감지됐대. 링크. 링크. 또 링크. 은실이는 링크를 세 개 보내면 그중 하나는 클릭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링크를 하나도 클릭하지 않는다.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칠 분이다. 나는 보통 육 분에 도착한다. 빨리 걷는 게 아니라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발을 멈추지 않아서다.

2호선 방향 승강장. 세 번째 칸. 정확히 세 번째 칸이어야 한다. 첫 번째 칸은 천안 방향 환승객들이 몰리고, 두 번째는 출입문 근처 기둥 때문에 환기가 나쁘다. 네 번째부터는 이유 없이 사람이 많다. 세 번째 칸, 두 번째 문, 오른쪽에서 두 번째 손잡이. 거기 서면 흔들림이 가장 적다. 이걸 알아내는 데 두 달이 걸렸다. 지금으로부터 칠 년 전.

천문대까지는 총 사십칠 분이다. 환승 한 번.

눈을 감고 있으면 더 빠르다.

천문대라고 해서 둥근 돔 지붕이 있고 망원경이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그런 곳을 상상하면 안 된다. 물론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건물은 그 옆에 붙어 있는 3층짜리 콘크리트 연구동이다. 창문이 좁고 형광등이 오래됐다. 복도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종이컵이 방치되어 있다. 연구동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어떤 숭고함도 이 건물에는 없다.

나는 여기서 칠 년째 계약직이다.

계약직이라는 단어도 이제는 감흥이 없다. 처음 이 년은 '올해는 되겠지'라고 생각했고, 그다음 이 년은 '뭐, 이것도 나쁘지 않지'라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는 특별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 것과 체념은 다르다—고 나는 주장한다. 체념은 포기한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나는 의지 자체를 별로 쓰지 않는다.

8시 22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에는 연구원 열두 명이 앉는 사무실과, 최병수 박사의 개인 연구실과, 프린터 두 대가 있다. 나는 사무실 문을 열기 전에 항상 창문의 블라인드 상태를 확인한다. 블라인드가 완전히 내려져 있으면 최 박사가 안에 있다는 뜻이다. 블라인드가 반쯤 올라가 있으면 아직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쯤 올라가 있을 때는 복도 오른쪽 끝으로 들어가서 데스크를 향해 대각선으로 걷는다. 최 박사의 연구실 문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경로다. 이렇게 하면 출근을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블라인드가 반쯤 올라가 있다.

나는 오른쪽 끝으로 들어간다.

내 자리는 창가 쪽에서 세 번째 줄, 왼쪽이다. 오른쪽에는 박형준이 앉는다.

박형준은 나보다 한 살 어리고 데이터 분석을 담당한다. 올봄에 자리를 배정받았는데 처음 온 날 자기 이름을 소개하면서 악수를 청했다. 나는 계약직끼리 악수를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잠깐 당황했다. 그냥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

오늘도 형준은 이미 와 있다.

그는 자기 모니터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형준이 커피를 마시는 소리는 멀리서도 들린다. 홀짝이는 게 아니라 조금 세게 빨아들이는 방식인데, 그 소리가 이어폰을 꽂아도 들린다는 게 나는 처음에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그냥 배경음처럼 들린다. 빗소리 같은 것.

나는 가방을 의자 옆에 걸고 노트북을 연다.

"안녕하세요."

형준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한다.

"네."

나는 대답하고 로그인 화면을 클릭한다.

이게 우리의 아침 인사다.

그는 보통 이 시간에 전날 밤 데이터를 정리한다. 나는 수신 데이터 파일을 불러온다. 전파망원경에서 오는 신호들. 숫자들. 주파수와 세기와 시간대. 대부분 노이즈다. 우주는 생각보다 시끄럽다. 혹은 생각보다 비어 있거나. 어쨌든 내가 하는 일은 이 소음들을 분류하고 정리하고 보고서 형식으로 옮기는 거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꼼꼼하면 된다. 나는 꼼꼼하다.

10시 15분쯤 형준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탕비실 방향으로 간다. 3분 뒤에 돌아온다. 커피를 한 잔 더 가져오면서 내 책상 옆에 잠깐 멈춘다.

"필요하세요?"

나는 모니터를 보면서 대답한다. "아니요."

그가 자기 자리로 간다.

나는 그가 왜 매번 저렇게 묻는지 분석해본 적이 있다. 습관인지, 예의인지, 아니면 진짜로 가끔은 내가 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론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뒀다.

점심은 11시 50분이다. 나는 편의점에 간다. 형준은 도시락을 가져온다. 오늘 그의 도시락은 반찬이 네 칸짜리 용기에 가득 들어 있다. 나는 이걸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옆에 앉아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보인다. 그 용기는 분명히 두 사람 분량이다. 하지만 그는 혼자 먹는다. 남기기도 한다. 나는 이것도 분석하다가 그만뒀다. 모르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오후는 길다.

오후 2시에 최 박사가 사무실을 지나치면서 뭔가를 지시한다. 나는 받아 적는다. 지난달 수신 기록 중 27기가헤르츠 대역 이상값을 재검토하라는 거다. 이미 한 번 했던 일이다. 다시 한다. 다시 해도 결과는 같다. 이상값은 없다. 혹은 있어도 유의미한 패턴이 아니다. 보고서를 작성한다. 저장한다.

창밖에 구름이 지나간다.

나는 천문학을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좋아하는 게 뭔지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대학원에서 전파천문학 쪽 논문을 썼고, 그 뒤로 여기서 계약직으로 들어왔고, 계약이 끝날 때마다 갱신했다. 그게 전부다. 선택을 많이 한 것 같지 않은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다. 대부분의 일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6시에 퇴근한다. 형준은 내가 나올 때까지도 앉아 있다.

"먼저 나갑니다."

"네, 수고하세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산다. 참치마요 삼각김밥 하나, 유부초밥 세 개짜리 한 팩. 오늘은 총 사천이백 원이다. 어제보다 사십 원 올랐다. 아무 생각 없이 계산하고 나서 사십 원이 오른 걸 알았다. 왜 알았는지 모르겠다. 가격을 외우고 있었던 것 같다. 의식하지 않았는데.

집에 돌아온다.

도시락을 먹는다. 유부초밥은 세 개 중에 두 개만 먹는다.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는다. 내일 먹을 것 같지 않지만 버리기가 아까워서 넣는다. 이 습관이 생긴 게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먹을 것을 남기는 게 습관이 아닌 시절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은실이에게 답장을 보낸다. 응. 읽었어. 그게 전부다.

은실이는 바로 답장한다. 읽은 거 맞아? 링크 세 개 다?

나는 답장하지 않는다.

그날 밤 야간 당직이 있었다.

한 달에 두 번, 나는 야간 당직을 선다. 수신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일이다. 특별히 뭔가를 잡아내야 하는 건 아니고,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게 주된 임무다. 보통은 아무 일도 없다. 아무 일도 없는 게 좋은 거다.

자정을 넘기면 건물이 조용해진다. 형광등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공조기 소리만 낮게 깔린다. 나는 모니터 세 개를 켜두고 앉아 있다. 오른쪽 모니터에는 수신 주파수 그래프, 가운데는 데이터 로그, 왼쪽은 보고서 양식. 커피는 자판기에서 뽑은 거다. 형준이 아침에 두고 간 쿠키가 서랍에 있는데 먹지 않았다. 먹을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봉투를 여는 게 귀찮아서.

새벽 두 시.

그래프는 평탄하다. 노이즈는 일정하다. 우주는 오늘도 아무 말이 없다.

나는 보고서 양식에 날짜를 입력하고 데이터 요약 수치를 옮긴다. 이상 없음. 이상 없음. 이상 없음. 이 세 단어를 오늘 밤만 열다섯 번쯤 쓸 것이다.

창밖은 어둡다. 물론 어둡다. 새벽 두 시니까.

저 어둠 너머 어딘가에 별들이 있다는 걸 안다. 숫자로는 안다. 가장 가까운 항성계까지는 4.2광년. 빛의 속도로 달려도 사 년이 넘게 걸린다. 그 사실이 나를 경이롭게 만든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크다는 거다. 크면 멀고, 멀면 닿지 않는다. 그게 전부다.

모니터를 본다.

그래프를 본다.

숫자들을 본다.

아무 일도 없다.

나는 이상 없음, 이라고 타이핑한다.

오늘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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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Nurungji at 5:47 A.M. — 우리가 신호를 받던 여름 | Gen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