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훈은 위스키 한 병을 샀다.
편의점 냉장 코너에서 고른 것이 아니었다. 대치동 아파트 찬장에서 꺼낸 것이었다. 스코틀랜드산 싱글몰트, 아직 뜯지 않은 것, 두 달 전 청담동 주류 전문점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두 병 사두었던 것 중 하나. 기훈은 병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손안에서 병의 무게를 느꼈다. 묵직했다. 말 대신 가져갈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무게가 있는 것이 위스키라고 생각했다. 생각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짧았지만, 이유는 그것이었다.
밤 열 시 사십 분에 택시를 잡았다. 여의도로 가달라고 했다. 기사가 라디오를 틀었다. 늦은 밤 음악 프로그램, 목소리 낮은 진행자가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기훈은 듣지 않았다. 창밖으로 한강이 지나갔다. 검은 강 위에 다리의 불빛이 줄처럼 늘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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