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The Quantum Rift Above Gyeongbokgung

붓끝이 종이에 닿는 순간, 세상이 고요해졌다.

경회루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집현전의 문풍지를 흔들었지만, 이도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오직 눈앞의 지면 위에 고여 있었다. 반쯤 마른 먹물 위로 촛불의 떨림이 일렁였고, 그 흔들림 속에서 글자들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붓을 잡은 손이 미세하게 멈췄다. 마지막 획이었다. 마지막이라는 것을 이도는 알고 있었다—뼈 속 깊이, 눈을 감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십여 년의 세월이 이 한 획 안에 응결되어 있었다. 밤을 새워 눈병이 깊어진 날들, 학자들과 벌인 논쟁이 새벽까지 이어지던 밤들, 중국의 운서를 들여다보며 이 땅의 소리가 왜 다른 문자를 빌려야만 하는가를 분하게 여기던 순간들이 모두 이 획 안에 있었다.

붓이 내려갔다.

획이 완성되었다.

그 순간, 공기가 찢어졌다.

소리가 아니었다. 소리보다 먼저 오는 무엇이었다—고막이 닿기 전에 뇌수를 흔드는, 존재 자체가 진동하는 감각. 이도의 머리칼이 일제히 곤두섰다. 촛불이 수직으로 꺼졌다.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서책 위로 바람도 없는 파문이 일었다.

이도는 고개를 들었다.

집현전의 동쪽 허공이 열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실처럼 가늘었다. 빛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날카롭고, 그림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밝은—그 무엇이 허공의 직물을 가르며 벌어졌다. 이도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발바닥이 마루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왕은 도망치지 않는다. 적어도, 무엇인지 알기 전에는.

틈새가 넓어졌다. 그것은 이제 어른 하나가 통과할 수 있을 만큼 벌어졌고, 그 안에서는 색깔이라고 부를 수 없는 색깔들이 소용돌이쳤다. 여름 하늘의 파란빛도 아니고, 깊은 밤의 검은빛도 아닌—그 사이 어딘가에서 인간의 눈이 한 번도 처리한 적 없는 빛의 파장들이 꿈틀댔다.

이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이것이 무엇인가."

혼잣말이었으나 왕명의 어조였다. 그는 평생 모르는 것 앞에서 두 가지를 해왔다—관찰하거나, 질문하거나. 이제 그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빛이 그를 집어삼켰다.

마지막으로 기억한 것은 갓 쓴 글자들의 냄새였다. 먹향. 종이향. 그리고 가을 밤공기. 이 땅의, 이 나라의 냄새.

그것이 사라졌다.

빛이 걷혔을 때, 이도가 처음 느낀 것은 냉기였다.

집현전의 차가움이 아니었다. 집현전은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인간의 숨결로 데워진 온기가 있었다. 이 냉기는 달랐다—뼈에서 시작해서 밖으로 퍼지는 것 같은, 마치 허공 자체가 체온을 빼앗아 가는 차가움.

그다음 들은 것은 금속 소리였다.

쇠가 움직이는 소리. 무수히 많은 쇠가. 인간의 발소리와 함께.

이도는 눈을 떴다.

그가 서 있는 곳은 어떤 방이었다—방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거대하고, 전각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기이한 공간. 천장은 가름하기 어려울 만큼 높았고, 그것은 투명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었다—유리와 비슷하지만 유리가 아닌 것으로. 그 너머로 별들이 보였다. 너무 선명하게, 너무 많이.

아니.

별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도는 숨을 멈추었다.

투명한 천장 너머로, 지구가 보였다.

그것은 하나의 구였다—둥글고 파랗고 흰구름이 소용돌이치는,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구. 이도는 평생 천문도를 보아왔고, 달과 별과 행성의 운행을 연구해왔으나, 그 모든 지식과 상상력을 합쳐도 이것은 예비할 수 없었다. 세상이 하나의 공처럼 떠 있었다. 무한한 어둠 속에서.

그의 발끝에서 무릎이 꺾이려 했다. 이도는 허벅지에 힘을 주어 그것을 막았다. 무너지는 것은 나중에 혼자 있을 때 하면 된다.

"전하."

조선어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조선어임은 분명한데, 억양이 달랐다. 모음이 더 납작하고, 자음이 더 단단하게 부딪히는—같은 언어의 다른 지층에서 온 것 같은 소리.

이도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십 명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앞쪽의 인물들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에는 자신이 평생 보아온 어떤 병기와도 다른 물건들을 쥐고 있었다—금속과 기계가 결합된 것들, 아마도 병장기인 것들. 그것들을 쥔 채로 그들은 무릎을 꿇어 머리를 숙였다. 뒤쪽에는 흰 포를 두른 이들이 장치들 사이에서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그 장치들에서는 형형색색의 빛과 수자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숫자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빛들.

이도는 그 모든 것을 천천히, 체계적으로 훑었다. 왕이 된 지 스물다섯 해. 그는 모르는 것 앞에서 공황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대신 분류하고, 위계를 세우고, 핵심을 찾는 법을 배웠다.

핵심. 이 상황의 핵심.

이도의 시선이 무릎 꿇은 이들 중 한 명에게 머물렀다. 여성이었다—여성이 이 공간에서 무언가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 이 세계와 저 세계의 차이 중 하나임을 이도는 직감적으로 포착했다. 그녀의 눈이 이도의 눈과 마주쳤다. 까맣고 날카로운 눈이었다. 두려움과 지성이 동시에 담긴 눈.

이도는 입을 열었다.

조선어가 아니었다. 한문이었다—이 상황에서 가장 넓은 범위의 이들이 이해할 가능성이 있는 언어로.

"何人許之."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누가 이것을 허락하였는가.

방이 얼어붙었다.

무릎 꿇은 이들 사이에서 작은 움직임이 있었다. 흰 포를 두른 여인이 천천히 일어섰다. 나이는 가늠하기 어려웠다—그 시대의 기준으로도, 아마도 이 시대의 기준으로도. 그녀의 얼굴에는 오랜 각오가 새겨져 있었다. 이도는 그런 얼굴을 알았다. 무수히 힘든 결정을 내려온 사람의 얼굴.

여인은 한문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작은 장치에 무언가를 입력하자, 이도의 귀 옆 허공에서 소리가 났다—그의 말이 다른 언어들로 동시에 번역되는 소리가. 그리고 여인의 말이 조선어로 변환되어 들려왔다.

"저입니다, 전하. 제가 이 결정을 내렸습니다."

여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도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사과가 아니었다. 해명도 아니었다. 그것은 일종의 긍지였다. 두려움을 품은 긍지.

"저는 아마라 오세이입니다. 유엔 사무총장. 현재 인류를 대표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도는 그 말에서 의미를 하나씩 분해했다. 유엔. 사무총장. 인류를 대표하는. 조선어로 변환된 단어들은 낯설었으나, 그 구조는 낯설지 않았다. 천자가 천하를 대표하듯, 이 여인은 무언가 더 큰 단위를 대표한다.

"그렇다면 인류를 대표하는 자여."

이도의 한문은 명료하고 정확했다. 집현전에서 다듬어진 언어였다. 번역 장치가 그 말을 다른 언어들로 흘려보내는 동안, 이도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무릎 꿇었던 병사들 중 몇몇이 손에 쥔 병장기를 슬쩍 들어올렸다. 그들의 손가락이 어떤 부위를 감쌌다. 방아쇠, 라고 부르는 것임을 이도는 나중에 알게 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그것을 모른다. 그래서 멈추지 않는다.

"과인이 미처 완성하지 못한 한 획이 있소."

침묵.

오세이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전하."

"종이 위에 먹이 아직 마르지 않았을 것이오. 그것이 마르기 전에 과인을 돌려보내시오. 그것이 첫 번째 요구이고, 이후의 것들은 그 다음에 이야기합시다."

방 안의 누군가가 짧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이도는 그 소리가 어디서 났는지 눈으로 좇았다—흰 포를 두른 이들 중 하나. 아까 눈이 마주쳤던 젊은 여인이었다. 그녀의 입술이 작게 움직였다.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 같았으나 들리지 않았다.

이도는 다시 오세이를 바라보았다.

"대답하시오. 지금 이 순간 과인이 있어야 할 곳은 저 아래, 조선의 어느 전각입니다. 과인이 이곳에 있어야 한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할 의무가 당신에게 있소."

오세이는 이도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 눈에서 이도는 무언가를 읽었다—예상보다 훨씬 더 굳건한 것을 만났을 때의 표정. 안도와 경외가 뒤섞인 것.

"앉으시겠습니까, 전하."

그것은 질문의 형식을 띠었으나 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이도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별들이 보이는 투명한 천장. 아래로 떠 있는 파란 구. 그리고 그 파란 구 위에 떠 있는 이 공간에서, 자신이 방금 모든 생애를 걸어 완성한 문자들이 잉크 냄새도 채 사라지지 않은 지면 위에 놓여 있다는 것.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앉았다.

그리고 들을 준비를 했다.

흰 포의 여인—그녀의 이름은 윤서하였다, 번역 장치를 통해 이도는 그것을 알았다—은 이도가 앉자마자 조용히 그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은 것이 의례인지 습관인지 자신도 모르는 것 같은 동작이었다.

그녀는 작은 판을 꺼내어 그 위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었다—손가락이 허공을 스치자 빛으로 된 문자들이 나타났다.

이도의 눈이 그것을 향했다.

한글이었다.

그것은 분명히 한글이었는데—이도가 방금, 먹이 아직 마르지 않은 채로 남겨두고 온 그 글자들과 같은 형태였는데—무언가 달랐다. 모양은 같으나 쓰이는 방식이 달랐다. 더 많은 단어들. 이도가 생각해낸 것들을 훌쩍 뛰어넘은 어휘들.

다섯 세기가 이 글자들을 통과했구나, 하고 이도는 생각했다. 살아남았구나. 그의 눈이 잠시 뜨거워졌다가, 차갑게 식었다.

"전하."

윤서하가 조선어로 말했다. 서툴지만 정확한 발음이었다. 학자의 발음. 이도는 그것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제가 앞으로 전하의 통역을 맡게 될 것입니다. 오늘 밤은—오늘이 전하에게는 밤인지 낮인지 모르겠습니다만—우선 이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무언가를 망설였다. 이도는 그 망설임을 읽었다—이것을 말해야 하는가, 아직 말하지 않아야 하는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우리는 전하를 해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전하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잠깐 멈췄다.

"그 이유는 전하도 납득하실 것입니다. 아마도."

이도는 그 '아마도'를 씹었다. 정직한 말이었다. 자신이 옳다고 단언하지 않고, 틀릴 수도 있음을 남겨두는 말. 이도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신뢰하는 법을 오랫동안 연습해왔다.

"아마도라 하였소."

"예."

"확신하지 못하는 것을 솔직히 말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오."

윤서하는 잠깐 입술을 다물었다가 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일이 아니오. 당연한 것이오."

이도는 다시 투명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구가 천천히 자전하고 있었다. 구름이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 있었다. 그 아래 어딘가에, 아직 먹이 마르지 않은 글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어딘가에, 그가 글자를 만든 이유였던 백성들이 있었다.

이도는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등을 폈다. 왕좌에 앉을 때의 자세로.

"말하시오," 그가 오세이를 향해 말했다. "무슨 일이 있기에 과인을 여기까지 불러들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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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The Quantum Rift Above Gyeongbokgung — 훈민정음 외계어: 세종의 면벽 | Gen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