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The Jade Pendant Falls on the 70th Floor Rooftop

하늘을 메우고 남은 돌 하나가 있었다.

태초에 여신이 무너진 하늘을 기워 올릴 때, 오색 빛깔의 돌 삼만육천오백 개를 빚어 구멍 난 창공을 메웠다 한다. 삼만육천사백구십구 개는 제자리를 찾았다. 단 하나, 마지막 남은 돌은 쓰임을 얻지 못했다. 쓸모없이 남겨진 돌은 오랜 세월 허공을 떠돌다, 어느 이른 봄 새벽,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주상복합 건물 70층 옥상 위로 소리도 없이 내려앉았다.

이것이 비극인지 농담인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다.

옥상에는 아직 빛이 없었다.

가씨(賈氏) 그룹 회장 일가가 거처하는 가든하이츠 펜트하우스의 옥상은 새벽 다섯 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였다. 서울 전체가 아직 눈을 뜨지 않은 시각, 한 줄기 빛도 없는 옥상에는 화강암 바닥과 죽은 듯 잠든 소나무 화분들, 그리고 가씨 부인이 지난 가을 직접 골라 들여온 이탈리아산 테라코타 화분이 즐비했다. 그 틈새에서,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아무 소동 없이, 옥빛 돌멩이 하나가 화강암 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관씨(關氏), 즉 이 집 9년 차 가정부 관명순이 옥상 문을 열고 나온 것은 소나무 화분에 물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여섯 시 전에 아침 준비를 마쳐야 했고, 그 사이 이십 분을 화분 물 주기에 썼다. 관명순의 시간은 그런 식으로 정확하게 분배되어 있었다. 살림은 낭비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늘 생각했다.

고무호스를 끌고 첫 번째 화분에 물을 주기 시작하던 그녀의 발끝에 뭔가 걸렸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올라와 떨어뜨리고 간 장난감인 줄 알았다. 허리를 굽혀 들여다보니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매끄러운 돌이었다. 차갑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은 온도. 색은 비취와 백옥의 중간쯤 되는, 이름 붙이기 어려운 옥빛이었다. 앞면에는 무언가 새겨져 있었는데, 새벽빛이 부족해서 글자인지 문양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관명순은 손바닥 위에 돌을 올려놓고 한참 들여다보았다. 버려진 것치고는 너무 고왔다. 오래된 것치고는 너무 반질반질했다. 그녀는 뒤집고 또 뒤집었다. 돌은 아무 말 없이 손바닥 위에 누워 있었다.

같은 시각, 펜트하우스 내부 제일 안쪽 침실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터졌다.

관명순의 손이 멎었다.

그녀는 화분 물 주기를 잠시 잊고, 손안의 돌을 앞치마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채 옥상 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가씨 집안의 둘째 아들 가보옥(賈寶玉)은,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한 얼굴로 침실 공기를 가득 채우는 울음을 울었다.

보옥의 어머니 왕희련(王熙鍊)은 아직 땀에 젖은 채 침대에 기대어 있었다. 아기를 받아 든 산부인과 의사가 "건강한 사내아이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알고 있어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임신 기간 내내 한 번도 불안하지 않았다는 듯이. 왕희련은 자신이 불안하다는 사실을 남에게 들키는 법이 없었다. 그것은 사교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이었고, 오래 쓰다 보니 자신에게도 통용되었다.

관명순이 방 안으로 들어왔을 때, 간호사가 아기를 닦아 포대기에 싸는 참이었다. 명순은 무릎을 굽히고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기는 눈을 감은 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붉고, 주름지고, 전혀 아름답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디선가 이 얼굴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치마 주머니 안에서 돌이 따뜻해져 있었다.

명순은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이가 다시 울기 시작했고, 왕희련이 간호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명순은 손 안의 돌을 한 번 쥐었다가 펼쳐 보았다. 새벽보다 밝아진 빛 안에서 비로소 글자가 보였다. 가보옥(賈寶玉). 세 글자였다. 아직 이름도 짓지 않은 아이의 이름이 돌 위에 새겨져 있었다.

"명순씨, 뭘 들고 있어요?"

왕희련이 물었다.

명순은 한 박자 늦게 손을 펼쳐 보였다. 왕희련이 몸을 기울여 들여다보더니, 아무 표정 없이 "옥이네요"라고 말했다. 보석에 대해서라면 왕희련의 감식안은 당대 최고 수준이었다.

"옥상에서 주웠습니다, 마님."

"옥상에서요."

왕희련은 잠시 돌을 바라보았다. 계산하는 눈이었다. 진품인가, 무엇으로 만든 것인가, 얼마짜리인가를 판단하는 눈과는 조금 달랐다. 무언가를 저울질하는 눈이었다.

"아이 목에 걸어줘요."

간호사가 눈을 크게 떴다. 명순도 잠깐 망설였다.

"갓 태어난 아이한테 돌을?"

"돌이 아니라 옥이에요." 왕희련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단호했다. "어디서 온 건지 모르지만, 아이 이름이 새겨져 있잖아요. 인연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세상에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 판단들이 있다. 그리고 그 판단들은 종종 이 세계에서 가장 실용적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다. 왕희련은 귀신을 믿지 않았다. 운명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옥은 믿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무언가를 지니고 온 아이는 그 무언가를 지니고 자라야 한다고, 그녀는 막연하지만 확고하게 생각했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설명할 수 없는 채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 역시 살아남기 위한 기술이었다.

관명순은 돌을 받아 들고 실을 찾아 나섰다.

가든하이츠 펜트하우스는 층별로 다른 냄새가 났다.

70층, 가씨 일가의 거처. 이 층은 라벤더와 삼나무 향이 났다. 왕희련이 스위스에서 공수해 온 디퓨저를 거실 세 군데에 놓아두었기 때문이다. 바닥은 이탈리아산 대리석이었고, 창문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이어졌다. 맑은 날에는 한강이 보였고, 흐린 날에는 구름이 보였다. 어느 쪽이든 아름다웠다. 이 층에 사는 사람들은 창문 바깥이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쉬웠다.

69층, 관리 구역과 손님방. 가정부 숙소와 각종 저장 창고가 있었다. 이 층은 세탁 세제와 방향제 원액 냄새가 뒤섞였다. 70층의 라벤더가 훈련된 향기라면, 69층의 냄새는 그 훈련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의 냄새였다. 두 층은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가씨 부인은 그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지하. 지상과 연결되는 주차장 아래, 설계 도면에 기재되지 않은 하나의 공간. 형광등 불빛이 24시간 켜져 있었다. 콘크리트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 사람이 오랫동안 숨을 쉰 공기의 냄새. 그 공간에 누가 있는지, 70층에 사는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모른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집이란 때때로 자신이 무엇을 품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는 것인지도.

관명순은 69층 창고에서 비단실을 찾아내어 옥을 꿰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0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그녀는 손 안의 옥을 한 번 더 들여다보았다. 가보옥. 가씨 집안의 보물 같은 옥. 그 이름이 새겨진 돌을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면서 신생아의 목에 걸어주러 가는 자신이, 잠깐, 우스웠다.

하지만 마님이 하라고 했으니까.

살림은 낭비를 용납하지 않는다. 의심도 마찬가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라벤더 향이 밀려들었다. 관명순은 안으로 들어갔다.

보옥은 열여섯 시간을 세상 밖에서 보내고 태어나자마자 옥을 받았다.

그는 그 옥을 이후 이십몇 년간 한 번도 벗지 않았다. 사우나에 갈 때도, 수영장에 들어갈 때도, 대학교에서 두 번 연속 기말고사를 빠지고 제적당하던 날에도, 어머니 앞에서 무릎을 꿇던 날에도, 옥은 항상 그의 목에 있었다. 가보옥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그 돌은 마치 그를 이 세계에 붙들어 두는 닻처럼, 혹은 이 세계가 그를 놓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그의 쇄골 위에 있었다.

돌은 하늘에서 쓰임을 얻지 못했다.

땅에서도 쓰임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서울의 새벽이 창문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70층의 유리창에 여명이 부서졌다. 도시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지하의 형광등은 새벽에도, 한낮에도, 한밤에도, 늘 같은 밝기로 켜져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의 반지하에서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야기가 숨을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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