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Day Three, Cat Bowl First

그릇은 한 번 더 헹구는 편이 낫다.

고양이 입이 사람 손보다 깨끗하다는 말이 있는데 서연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적어도 검댕이의 경우엔. 검댕이는 아침마다 잔식을 그릇 가장자리에 문질러놓고 물그릇에는 발을 담갔다 뺀다. 서연은 스펀지에 주방세제를 조금 묻혀 밥그릇과 물그릇을 각각 닦은 다음 물을 틀어 헹구고, 다시 한 번 헹군다. 창밖에서 발이 지나간다. 구두 한 켤레, 운동화 한 켤레, 구두 두 켤레. 반지하 창문은 지상 쪽이 인도와 거의 수평이어서 이 연구실에서 볼 수 있는 바깥이란 기껏해야 발목까지다. 오늘 아침엔 발들이 평소보다 빠르다. 서연은 이것을 인지하고, 그다음 무시한다.

커피는 드립이다. 전날 밤 갈아놓은 원두가 봉투 안에서 조금 굳어 있어서 젓가락으로 흩어준다. 드리퍼에 여과지를 끼우고 뜨거운 물을 소량 부어 적신 다음, 원두를 넣고 뜸을 들인다. 삼십 초. 검댕이가 발목에 와서 몸을 문지른다. 서연은 발을 살짝 들어 검댕이를 치우지 않은 채 그 상태로 물을 붓는다. 물줄기는 가늘고 일정해야 한다. 이 부분만큼은 천천히.

건조대는 어젯밤 세탁기 돌린 뒤 욕실 앞에 세워뒀는데 이른 아침 검댕이가 건드렸는지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다. 서연은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건조대를 세우고, 양말 두 짝을 한 번씩 뒤집어 다시 건다. 양말이 뒤집혀 있으면 안쪽이 제대로 마르지 않는다. 아무도 알려준 적 없고, 특별히 생각해서 알아낸 것도 아니고, 어느 날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런 종류의 지식이 서연의 하루를 구성한다.

커피를 머그잔에 붓고 첫 모금을 마신다. 쓰다. 충분히 쓴 편이다. 좋다.

그제야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뉴스 알림이 스물세 개. 포털 앱의 빨간 점이 꺼질 줄을 모른다. 탐사선, 탐사선, 탐사선. 인류는 사흘째 그 단어를 발음하고 있다. 지구 궤도 진입이 확인된 것이 월요일 오후였고, 오늘은 수요일이다. 서연은 알림을 전부 쓸어 지운다. 검댕이가 밥그릇 앞에 앉아 서연을 올려다본다. 서연은 냉장고에서 캔을 꺼내 따개로 뚜껑을 연다.

7시 42분에 박인수 선임의 문자가 도착한다.

'오 연구원, 3분기 복합소재 성능 데이터 언제 넘겨줄 수 있어요? 이번 주 안으로 초안이라도.'

서연은 문자를 읽고 핸드폰을 뒤집어 식탁에 놓는다.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신다. 인류가 외계 탐사선과 같은 궤도를 공유하는 지구에서, 박인수 선임은 3분기 성과 데이터를 이번 주 안으로 원하고 있다. 이 사실에 특별히 기이한 구석은 없다. 서연은 핸드폰을 다시 집어 답장을 보낸다.

'목요일까지 드릴게요.'

검댕이가 밥그릇에 코를 박는다. 창밖으로 또 발들이 지나간다.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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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은 주거 공간과 같은 반지하에 붙어 있다. 정확히는, 원룸 하나를 개조한 작업실이 침실과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연결되어 있다. 서연이 이 공간을 처음 계약할 때 복합소재 실험 장비를 들여놓겠다고 말했더니 집주인이 '소음은 밤 열시까지만'이라고 했고, 그게 협상의 전부였다. 실험 장비에서 소음이 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작업은 조용하다. 배합하고, 압착하고, 측정하고, 기록하고, 다시 배합한다. 이 조용함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지금은 이 연구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일하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다.

책상 위에 노트북을 펼친다. 3분기 복합소재 성능 분석 보고서 초안은 파일 이름이 'Q3_draft_final_3.docx'다. 'final'이 붙은 파일이 세 개이니 실질적으로는 어느 것도 최종본이 아닌 셈이다. 서연은 가장 최근 수정된 파일을 열고 결과 섹션 아래에 커서를 올린다.

외계 탐사선은 현재 340,000킬로미터 궤도에 있다고 어젯밤 뉴스에서 봤다. 달까지의 거리가 얼마더라. 서연은 새 탭을 열어 검색한다. 지구와 달의 평균 거리, 384,400킬로미터. 탐사선은 달보다 조금 가까이 있다. 서연이 숫자를 어림짐작하고 검색해서 확인하는 것은 나쁜 습관이 아니라 일종의 검증 절차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한다. 대개는 맞다. 이번에도 맞았다.

창밖 인도로 어린아이 발이 지나간다. 보호자로 보이는 큰 신발이 그 뒤를 따른다. 큰 신발은 빠르고 작은 신발은 그 속도에 맞추려고 뛰듯이 걷는다. 반지하 유리창에는 아침 햇살이 비스듬하게 들어와 바닥에 긴 사각형을 만든다. 서연은 그 빛의 각도를 의식하지 않는다. 의식하지 않아도 아는 각도다. 매일 아침 이 자리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보고서를 쓴다.

소재별 항복강도 비교. 온도 구간별 열팽창 계수. 이방성 복합재 적층 구조에서의 층간 전단응력 분포. 단어들이 익숙하고, 수치들이 이미 손에 있고, 문장을 잇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서연은 이 작업이 지루하지 않다. 지루함이 무엇인지 안다. 이건 그게 아니다. 그냥 일이다.

열한시쯤 되었을 때 서연은 손을 멈추고 윗층에 귀를 기울인다.

피아노 소리가 없다.

이 건물 2층에 중년의 여성이 살고 있는데 매일 아침 열 시에서 열한 시 사이 한 시간 동안 피아노를 친다. 연습하는 것인지 즐기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력은 중간쯤 된다. 같은 소절을 몇 번 반복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막히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소리를 서연은 지난 일 년 가까이 들었다. 오늘은 그 소리가 없다.

서연은 다시 보고서로 눈을 돌린다.

피아노 소리가 없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서연은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피아노를 치지 않을 이유가 충분히 많다. 아프거나, 나갔거나, 그냥 치고 싶지 않거나. 세상이 이상해진다고 해서 모든 빈자리가 그것 때문일 이유는 없다. 서연은 이 논리가 흔들림 없이 단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화면 대신 천장을 보는 시간이 조금 길어진다.

검댕이가 작업실로 들어와 의자 다리에 몸을 비빈다. 서연은 의자를 조금 밀어 검댕이가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검댕이는 그 공간을 무시하고 바닥에 엎드린다.

오후 두 시에 초안 두 섹션이 완성된다. 서연은 파일을 저장한다. 이름은 'Q3_draft_final_4.docx'.

창밖 인도를 지나는 발들은 한낮이 되어도 여전히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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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오는 것은 창의 빛이 사라지는 방식으로 안다. 반지하에서는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없다. 그냥 어느 순간 빛이 없어진다. 서연은 스탠드를 켜고 노트북 창을 최소화한다.

뉴스를 본다.

탐사선은 여전히 340,000킬로미터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동 없음. 신호 없음. 어떤 반응도 감지되지 않음. 화면 속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번갈아 등장해서 각자의 이론을 설명하는데 목소리에 일정량의 두려움이 섞여 있고 일정량의 흥분도 섞여 있어서 두 감정이 서로를 상쇄하는 것처럼 들린다. 서연은 소리를 줄이고 자막만 읽는다.

탐사선의 외피 구조는 알려진 어떤 금속 합금과도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화면 하단의 자막이 흘러간다. 전자기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낮으며 레이더 반사율도 일반 금속 구조물과 상이하다고. 서연은 이 문장에서 손가락이 멈춘다. 노트북 터치패드 위에서.

레이더 반사율 이상. 전자기 신호 저감.

그것은 서연이 연구하는 영역의 언어다. 복합소재 이방성 격자 구조에서 나타나는 특성. 서연은 이 생각이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피로가 만들어낸 연결인지 잠깐 가늠한다. 피로할 때 패턴을 과잉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텔레비전을 끈다. 검댕이에게 야식으로 건사료를 조금 더 준다. 검댕이는 코를 킁킁거리더니 먹는다. 서연은 물그릇을 들어 물을 확인한다. 충분하다. 놓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 서연은 다시 한 번 핸드폰을 확인한다. 박인수 선임의 문자 이후 새 메시지는 없다. 탐사선은 아직 340,000킬로미터에 있다. 달은 384,400킬로미터에 있다. 이 숫자들은 서연이 확인한 것이므로 믿을 수 있다.

2층 피아노 소리는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서연은 불을 끄고 눕는다. 검댕이가 발치에 와서 웅크린다. 천장은 언제나처럼 거기에 있다. 서연은 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눈을 감는다. 다음 번 숨을 들이쉬는 순간 이미 반쯤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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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Day Three, Cat Bowl First — 어떤 날의 종말 | Gen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