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밤 열한 시 사 분이었다.
임대옥이 가방에서 파일을 꺼내는 방식이 그날은 달랐다. 평소에는 교재를 먼저 꺼냈다. 이규보 주석본, 또는 미리 복사해온 원전 텍스트, 또는 필기 노트. 순서가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수업의 윤곽을 테이블 위에 물리적으로 배치하는 방식. 보옥은 그것을 세 달 사이에 파악했고, 그 순서를 보면서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파일이 먼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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