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서울. 소용녀의 이야기는 '고묘파'라는 이름의 전통 무용 명문 사설학원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수십 년간 여성 제자만을 받아온 폐쇄적인 공간으로, 원장 고 씨는 '청정한 몸과 마음'이라는 명목 아래 제자들의 연애와 외출을 철저히 통제해왔다. 수련생 이소연은 열여섯 살에 입문해 이십 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이 공간 안에서만 살아왔다. 그녀에게 고묘는 집이자 감옥이다. 어느 날 원장의 조카뻘 되는 남자, 양준이 학원에 드나들기 시작한다. 그는 거칠고 반항적이며 세상의 모든 규칙에 의문을 품는 청년이다. 이소연은 양준에게 무용의 기초를 가르치다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양준은 말한다. 바깥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왜 여기서만 살려 하느냐고. 그러나 이소연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양준이 아니다. 그녀 자신이다. 선배 수련생 강정희는 이십 년 전 사랑 때문에 학원을 떠났다가 더 좁은 부엌으로 들어갔다고 고백한다. 또 다른 선배 윤채아는 학원 남성 후원자에게 수년간 성적 착취를 당했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이소연은 묻기 시작한다. 고묘의 규율이 자신을 지켜온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자신을 착취하기 편하도록 길들여온 것인지. 양준의 손을 잡는 일이 해방인지, 또 다른 고묘의 문을 여는 일인지. 소설은 이소연이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고 건조하게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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